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놓고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 야당이 '중국인 입국금지' 등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정부가 '중국 눈치보기'를 한다고 주장하거나, 감염병 사태 관련 언론 보도보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더 신뢰하는 유권자가 많다고 말하는 등 정부·언론의 공신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발언도 야당 지도부에서 나왔다.
정부를 비판·견제하는 것은 야당의 본분이고 감염병 사태에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극적 초기 대응이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이를 정치적 공세의 소재로 삼는 듯한 태도는 108석의 제1야당으로서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언론에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요청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정부와 언론을 믿지 못하겠으니 SNS를 보자'는 식의 선동은 감염병 사태 관리에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마저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9일 오전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석상에서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 명을 돌파한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청와대가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중국 눈치보기'에 국민 불신은 더 깊어진다"고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서초보건소를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대응을 점검하는 자리에서는 "우한 이외의 중국 입국자에 대해서도 대응이 필요하다. 샘플 조사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심지어 최고중진연석회의 공개 발언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라.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을 즉각 송환하라"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같은 회의에서 "우한 폐렴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방송·언론을 보지 않고 유튜브를 많이 보신다. 저도 봤다"며 "우한에서 나오는 동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멀쩡한 사람이 그냥 쓰러지고, 시내 병원에 사람이 바글바글 앉아 있다. 우한의 중국인도 중국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금 한국 정부는 우한 폐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전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무분별한 반중 정서 자제를 호소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한 데 대해 "피가 진한가, 이념이 진한가? 공산주의자들은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 주사파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념이 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더 중요한가? 이념 사대주의 하는 것인가?"라고까지 했다.
한국당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발생 초기 '우한 폐렴'으로 불렸던 이 질병이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불리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 때문이다. WHO는 특정 국가·국민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병명 사용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론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당 지도부가 조급증을 보일 때 이를 눌러앉혀야 할 당 중진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무성 의원은 "중국 전역을 오염지역으로 보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우리나라가 위험 지역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제 중국 눈치 그만 보고 초강력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기준 의원은 "한 네티즌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무서워서 입국도 막지 못하고 우한 폐렴이란 말도 못 하게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며 "정부는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뿐이 아니었다. '개혁 보수'를 내세운 새로운보수당의 유승민 의원은 전날 청와대 앞에서 연 '검찰 보복인사 규탄 기자회견' 도중 "중국과 한국 간의 여러 왕래에 대해서도 자국민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원칙 하에, 필요하다면 출입국 금지를 포함해서 모든 조치를 빨리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의 뒷북치는 보건행정으로 지금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얼마나 퍼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혹시라도 중국 눈치보기 때문에 우환 폐렴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분명히 심판을 받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보수당은 전날 김익환 대변인 논평에서도 "중국도 우한을 통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마당에, 우리 정부도 국민 안전을 위해 한시적 중국인 입국 금지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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