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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투톱' 이헌재-이정우의 두가지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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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 투톱' 이헌재-이정우의 두가지 '궤변'

이헌재 "수출-내수 양극화 긍정적", 이정우 "공무원 더 늘려야"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12일 최근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수출-내수 양극화 현상과 관련,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경기진폭을 줄여주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궤변을 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의 이정우 위원장도 같은 날 과거의 정부개혁이 공무원 구조조정 등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왔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공무원 숫자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한국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양대 주역의 현주소인 셈이다.

***이헌재 "수출-내수 양극화가 순기능해"**

이헌재 부총리의 문제 발언은 12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경제 정책포럼에서 행한 '최근 경제상황 인식과 경제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우리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하는 과정에 나왔다.

이 부총리는 "정부는 현 경제상황을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그 근거로 "우선 수출과 내수간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5%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어 "사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현상도 시각을 달리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경기진폭을 줄여주는 순기능 역할도 하고 있다"며, 그 예로 2002년 상황과 올해 상황을 들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2002년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했던 시기에는 내수가 활황을 보여 우리 경제가 7%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금년처럼 내수가 부진한 시기에는 수출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임으로써 우리경제가 5%대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는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실질성장률 7.0%를 기록한 지난 2002년에 내수기여도는 6.8%p였던 반면에 순수출기여도는 마이너스 0.2%p였고, 실질성장률 3.1%였던 2003년에는 내수기여도가 2.8%p였던 반면에 순수출기여도는 0.1%p에 불과했었으나, 5.3% 실질성장을 한 올해 1.4분기에는 내수기여도는 마이너스 0.6%p였으나 순수출기여도가 7.2%p나 되었다"는 통계수치를 내세웠다.

마치 내수와 수출이라는 건실한 두마리 '머니카우(MONEY COW: 돈 짜주는 젖소)'가 존재하면서, 한쪽이 나쁘면 다른쪽에서 지탱해주는 양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부총리, 투기경제가 건실한 내수경제인가**

이 부총리 주장은 그러나 한국경제를 지탱했던 지난 2002년과 2003년의 내수가 '신용카드 부양책'과 '아파트투기 조장'의 산물이었음을 은폐하며, 마치 건전한 내수경제의 결과물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될 궤변을 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내 임기뒤에 나라경제가 거덜나던말던 임기중에 투기를 조장해서라도 내수경기를 일으켜 성장률 목표치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발상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부총리가 진정으로 이같은 인식을 하고 있을 경우 앞으로 경제정책의 방향도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 부총리는 최근 경제위기론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자, 2백30여개의 골프장 무더기 허가, 수도권 일대의 그린벨트 규제해제를 통한 14만호의 아파트 추가건설, 기업도시 건설 허용 등 부동산과 관련된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개발수요까지 감안한다면, 말 그대로 '대대적 부동산 경기부양' 추진, 그 자체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2일 기습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리인하의 전제조건은 금리인하로 은행권 등에서 더 빠져나갈 돈들이 부동산으로 가지않고 증시나 투자로 가게끔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만약 정부가 서울의 아파트값은 계속해 묶어두되, 경기부양 차원에서 지방의 부동산값을 올라도 방치하겠다는 식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펼친다면 그 결과는 한국경제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헌재 부총리의 향후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도, 그의 '궤변'이 더없이 우려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정우 "공무원 숫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우리인식"**

청와대의 경제정책 사령탑으로 일컬어지는 이정우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이헌재 부총리와 같은 장소에서 연설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 정부개혁과 관련, "정부혁신의 초점이 정부규모 줄이기, 공무원 구조조정, 공무원 적대 등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왔기 때문에 과거 정부개혁이 대체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무원 숫자가 인구의 7%인데 반해 한국은 2%로, 공무원 숫자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인식"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공무원 숫자를 늘려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인식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참여정부 참여 초기부터 여러 차례 언급한 '철학'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이같은 인식에 기초해 일자리 늘리기 대책을 발표할 때에도 반드시 "공무원을 몇만명 늘리겠다"는 식의 대책을 약방의 감초처럼 함께 발표해 왔다. 또한 재경부는 한국경제의 '고용안정'을 명분으로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

문제는 그러나 이 위원장의 이같은 인식과 정책이 "대다수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국민 혈세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철밥그릇만 공고히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다수 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는 데 있다.

IMF사태직후 김대중 당시정부가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행했던 게 공무원 구조조정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시대를 평가할 때 가장 미진했던 게 공무원 구조조정이었다는 게 학계의 기본정설이다.

이처럼 IMF사태라는 비상상황에서 칼날을 들이대도 저항에 부딛쳐 하지 못한 공무원 구조조정에 대해 이정우 위원장은 도리어 "공무원 숫자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는 공무원 감싸기를 하고 있으니, 정부의 경제정책이 '민심'과 괴리돼 겉돌고 있다는 혹평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이헌재-이정우,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돼**

한편 이날 이헌재 부총리와 이정우 위원장은 같은 장소에서 해석하기에 따라선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까지 해석가능한 발언을 해 주변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 친시장과 반시장, 좌냐 우냐하는 이념적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사회발전에 따라 사고의 다원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반시장적, 근본주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의 경우 전통적인 노동당의 이념지향적인 좌파 논리를 버리고 대처리즘의 시장주의 원리를 받아들이면서 장기집권이 가능했다는 좋은 사례가 있다"는 상당히 위험수위를 넘어선 비유를 하기도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청와대의 경제수장인 이정우 위원장 등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가능한 발언이었다.

반면에 이정우 위원장은 이헌재 부총리가 적극 추진중인 '경기부양'을 겨냥한듯, "무리한 경기부양은 당장 한숨을 돌릴지 모르나 그 효과는 결코 오래 가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며 "불황기에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중에 부작용이 나타날 미봉적 부양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카드 대란과 부동산 대란은 생생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면서 "경기부양책 자체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취해야 마땅하나 다만 큰 부작용을 가져올 미봉적 부양책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이헌재 부총리의 '수출-내수 양극화 긍정평가'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이 위원장이 지난 5월17일자 경제주간지 <이코노미 21>에 기고한 글에서 당시 이 부총리가 한창 추진하던 추경 편성과 관련,"행여 긴 겨울이 다 지나가려 하는데 난로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지 잘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과도한 경기낙관론을 펴며 제동을 걸었던 데 대한 해명으로도 해석가능한 발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속내가 무엇이든 간에, 이날 정부와 청와대에서 경제를 이끄는 양대 주역인 두사람의 발언은 여러모로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다 하겠다. 경제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자, 정책당국자들의 궤변이라는 사실을 두사람이 각성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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