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김태영 장관에게 전해진 'VIP 메모'와 관련해 "천안함 사태 원인에 대해 국방부와 청와대의 인식 차이가 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VIP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다"고 해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파장만 더 키운 모양새가 됐다.
지난 5일 현안질의에 참석했다가 <노컷뉴스> 뷰파인더에 잡힌 김 장관은 "장관님! VIP께서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답변이 '어뢰'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감을 느꼈다고 하면서 기존 입장인 침몰 초계함을 건져봐야 알 수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고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다고 말씀 해달라"고 적혀 있는 쪽지를 읽고 있었다.
VIP는 통상적으로 '대통령'을 뜻하는 청와대·정부 관계자들의 은어다. 실제로 김 장관은 쪽지를 받은 후 "어뢰가 더 실제적"이라고 북한 개입설에 무게를 두다가 "모든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VIP'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군과 청와대의 시각이 다르다"는 '이견설'을 뒷받침하는 것임과 동시에 어느 한쪽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이 대통령이 아니라면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이 대통령을 참칭한 것이 돼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MB가 장관 발언 '마사지'?…비서관이 MB를 '참칭'?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리도 집권 경험이 있는데 VIP가 대통령이 아닌 경우는 사실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 때도 대통령을 가리켜 VIP라는 용어를 썼다"며 "굳이 VIP가 대통령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VIP가 대통령이라면 대통령과 장관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에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큰 사안이자 안보 사안에 대해 대통령과 장관이 왜 다른 견해를 가지고 현장에서 메모로 조율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우 대변인은 또 "VIP가 대통령이 아니라면 이것은 정말 더 황당한 일"이라며 "(청와대) 국방 비서관이 자신의 의사를 VIP 즉, 대통령의 의사인 것처럼 사칭하여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해서 대국회 답변을 하도록 만든 것인데, 일개 비서관이 대통령의 뜻을 참칭해 장관을 뒤에서 조정할 수 있는 나라인가"라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기문란행위에 해당하며 당장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며 "분명히 청와대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번 천안함 사고를 축소, 은폐, 조작하는데 청와대가 앞장서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초동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다, 내부 입장마저 통일되지 않고 있고, 국방장관의 자의적 발언까지 허용한 셈인데, 한심하고 무능하고 위험한 정부"라고 비난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도 "위기 상황과 관련된 진실규명은 뒷전인 채 청와대가 발언 수위 조절에만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 "교육감 선거제가 문제"?…공정택 당선 땐 "현정부 지지 확인"
야당은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요즘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교육비리 문제"라며 "교육감이 선거로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교육감 및 교육계 비리 사정 바람 속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린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에 힘을 실어줬던 장본인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MB 교육의 전도사'를 내건 공 교육감이 당선된 다음날인 2008년 7월 31일 이 대통령은 "새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다며 공 교육감 당선을 정부·여당의 승리와 동일시 했다. 공 교육감은 당선 직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식사를 했고 이 대통령은 "수고했다"며 공 교육감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공 교육감은 현재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에 의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당했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교육감이 선거로 되며 부작용(교육비리)이 일어났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자기 집안의 일을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추천하고 지원한 후보가 일으킨 교육비리를 사회제도 탓으로 돌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탁월한 이슈 관리 능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그저 헛 웃음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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