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일 “이라크를 비롯한 모든 위험지역 여행을 삼가달라”며 “현재 위험지역에 남아있는 국민들은 하루빨리 귀국하거나 안전한 인접국으로 철수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한편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에서의 테러가 유례없이 증가일로”라고 밝혀 ‘테러와의 전쟁’으로 진행되는 이라크전 명분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도 했다.
***반 외교-윤 국방 “이라크 등 모든 위험지역 철수” 강력 요청**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과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공동으로 ‘위험지역 여행 자제 관련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반기문 장관은 “부득이 이라크 등 특정국가로 지정된 지역을 방문할 때에는 정부 통제에 적극 협조해달라”며 “특히 파병지에 체재하는 국민과 장병의 보다 안전한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파병부대가 시행하는 교민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김선일씨 불행은 현 상황에서 이라크를 여행하거나 그곳에 체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이번 사건은 테러가 급증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하에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당부에도 불구, 일부 NGO나 선교단체는 여전히 위험지역에 체류하고 있거나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정부는 이들의 어떠한 선량한 목적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종교적 목적으로 중동지역에 여행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강조, 최근 ‘예루살렘 예수행진 2004’ 행사를 위해 출국한 1천5백여명 내외의 개신교 신자들의 행동을 크게 우려했다.
***“국제사회 테러, 유례없이 증가일로” **
한편 반기문 장관은 대국민 성명에서 “국제사회에서의 각종 테러사건은 유례없이 증가일로에 있으며 이제 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지역은 없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물론 “테러가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데 따라 유의해달라는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으나 정부 스스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전의 명분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도 했다.
반 장관은 또 “이라크에서는 6월 28일부로 주권을 이양받은 과도 정부가 이라크 재건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라크 정세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반 장관은 이어 “우리에게 제2, 제3의 불행한 사건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어느 누구도 이라크에서는 신변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고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의 사자’ 입수 정보 각 대사관에 보내, 필요조치 지시”**
이 자리에서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발표문에서 밝힌 ‘파병부대가 시행하는 교민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이라크에 거주하는 현지교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테러리스트 위협에서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민들이 이라크 등 위험지역에 못가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고려중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반 장관은 “현행법으로는 특정지역 여행을 완전금지하거나 강제철수시키는 제도는 여행 거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법적 논란 소지가 있어 없다”며 “정부 내 필요한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3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국정원 관계자가 밝힌 ‘신의 사자’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상황이 유동적이라 어떤 정보라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대비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며 “입수 정보를 중동 각 대사관에 보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반 장관은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이라크 정세를 계속 점검하고 이라크 및 주변지역 우리 국민들의 안전문제 등을 점검하기 위한 ‘이라크 정세 점검회의’를 매주 장관주재로 월, 수, 금 개최하기로 하고 첫 회의를 4일 열었다. 이 회의에는 외교부 장관, 차관, 대테러 대사, 북미국장, 아중동국장, 재외국민영사국장,공보관, 장관보좌관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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