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4.15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당내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당 대표도 "원로·중진들이 본을 보여야 한다"며 사실상 험지 출마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원로·중진들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곳에 가서 후배들에게 본을 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 연설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당에 많은 중진 의원들이 계시는데, 중진들도 그런 험한 길로 함께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황 대표는 특히 공천 컷오프 절차에 대해 "컷오프는 (현역) 의원들이 대상이지만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컷오프 대상·기준의 변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전날 부산 강연 일정에서 "총선에서 PK(부산·울산·경남) 정서를 뭉치게 하기 위해 경남 밀양·창녕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컷오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컷오프는 여론조사로 하는데, 내가 여론조사 1등을 할 것인데 어떻게 컷오프 대상이 되느냐"고 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통합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이 있는 대구동을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며 "2022년 대선에서 PK 지역이 뭉치는 것을 주도하고 싶다"고 이같이 말했다. 또 " 자칫하면 경남 16곳 중 9곳을 내줘야 하는 유례 없던 일이 생길 판"이라며 "당이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70석도 확보하기 힘들다"고 위기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험지 출마 요구가 있는 데 대해 "25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당을 위해 헌신했으면 이제 당도 내 결정을 존중할 때가 됐다"며 "지금까지 4선 하면서 공천에 목맨 적이 없고, 당 덕으로 국회의원 된 적이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전 대표는 SNS에 쓴 글에서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도 있듯이 마지막은 내 고향에서 마무리하겠다"며 "2018년 6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한 나로서는 다시 한번 정치적 재기 여부를 고향 분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평당원과 똑같은 입장에서 경선 절차를 거쳐 정계로 복귀하고자 한다. 당내 장애요소는 있겠지만 언제나처럼 당당하게 내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도권도 중요하지만 수도권은 황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있다. 그래서 험지만 내내 돌던 나는 이번에는 흔들리는 PK 사수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며 "총선보다는 총선 이후 야권 재편에서 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도부에서도 바로 '컷오프' 언급이 나온 데 이어, 당내 경쟁자이자 '후배'인 조해진 전 의원도 공개 입장문을 내어 홍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 전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유승민계 학살' 공천에 반발해 탈당, 바른정당에 가담했다가 최근 복당이 승인된 인사다.
조 전 의원은 이날 "홍 전 대표가 기왕 말은 냈지만 한 번 더 고민해보고 재고해 주기 바란다"면서 "홍 전 대표의 출마는 그와 나를 동시에 아끼는 고향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일이고, 둘이 힘을 합쳐 지역 발전, 나라 발전을 위해 애써주기 바라는 주민 열망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의원은 "수도권 격전지에서 우리 당 승리의 견인차가 돼주기 바라는 당원들의 바람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홍 전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촉구하고, "홍 전 대표는 PK 표 결집의 축이 되기 위해 나온다고 했지만 지역민들은 그 반대로 느끼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 전 의원은 "전직 당 대표,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의 행보는 대의에 따르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홍 전 대표의 '고향 출마'는 대의도 명분도 없다"고 비판하며 "나는 중앙당에서 홍 전 대표를 사지(死地)가 아닌 격전지에 출마하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건의한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