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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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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나

<화제의 신간> 기업이 이끈 부활, 재정-금융개혁이 과제

일본이‘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던 장기복합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복합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부활하는 일본경제, 이렇게 달라졌다>(다나카 나오키 지음.이영이 옮김.21세기 북스 간)은 과연 ‘일본의 부활 경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허점은 무엇인지 시기적절하게 분석하고 있어 일본형 불황 진입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일본경제 부활의 주역은 일본기업**

저자 다나타 나오키(田中直毅)는 지난 20여년간 <최후의 10년-일본경제의 구상> <빅뱅 이후의 일본 경제> 등 일본경제에 관한 주요저서를 발표해온 저명한 경제평론가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해 6월 일본 국채가격 급락(국채수익률 급등)을 '일본 실물경제의 전환기'로 파악했다. 주요기관투자가들이 기금을 운용함에 있어 채권투자보다 주식에 대한 투자비율을 급속하게 높여 기업들이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취약한 금융시스템과 물가.임금.자산가격이 모두 얼어붙은 디플레이션, 그리고 세수가 세출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재정 등으로 볼 때 일본 경제가 가까운 시일 내에 ‘부활의 노래’를 구가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클린턴 정권에서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낸 미키 캔터도 지난해 10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세 가지 악재에 변화가 없는 듯한데 어떻게 경기회복이 시작되었느냐”는 냉소적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고 회고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조정을 끝낸 경제주체부터 서서히 미래전략에 따른 준비를 시작했다”는 공급자 측면의 변화를 강조한 답변을 했다고 전한다.

그는 “일본산업이 지니고 있는 강점인 '남보다 먼저 시대를 앞서가는 안목'이 드디어 발현된 것”이라며 ‘일본경제의 부활’의 주역이 일본기업들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단번에 국가경쟁력 30위에서 11위로 복귀**

그는 "2003년부터 시작한 설비투자 확대는 은행여신 잔액이 감소하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 모델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장기복합불황이 지속되리라는 예측은 주로 ‘자산디플레이션에 따른 채무상환 불능’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기업별로 현금을 벌어들이며 유동성이 개선되고 일본의 자산디플레이션의 특징이었던 지가하락의 반동으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높아지면서 ‘선순환’의 동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순위가 10년 사이 30위까지로 떨어진 수모를 겪었지만 2003년 10월 발표에서는 11위로 급상승했다. 일본에 존재하는 폭넓은 기술기반과 신상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신(新) 3종 신기(神器)‘의 활약**

예를 들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엔진 생산에서 도요타,혼다를 비롯한 일본기업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 등 새로운 기능의 전자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 디지털 가전 리더로 일본기업 캐논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일본 산업의 변화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한 때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던 일본의 기업들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차별적 우위를 점하기 힘들게 되자 전략을 수정했다. "고도기술집약제품은 차라리 일본내에서 생산하고 소득이 증대된 중국을 수출시장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중국의 생산확대에 필요한 자본재나 고급 생산시스템은 일본이 생산실적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본 기업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중국의 위앤화 평가 절상 요구도 수그러들었다.

이처럼 일단 ‘선순환’의 동력이 가동되면서 거꾸로 취약한 금융시스템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회수가 불투명했던 은행의 부실채권 자산이 깨끗한 우량자산이 된다면, 대손충당금으로 확보해 둔 자금은 특별이익이 되어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비율이 단번에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2003년 이후의 일본 경제는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의 성장률은 2003년 후반에 간신히 플러스가 되었으며, 미국에서는 감세 정책 덕분에 소비와 주택투자성장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설비투자에서는 일본처럼 분명한 상승국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때문에 왜 일본이 2003년에 들어서야 설비투자 주도형의 경제를 보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핸 그는 IT와 관련된 진전에 주목한다. 일본경제에 있어 IT의 영향이 가계소비부문에서 매우 뚜렷한 특징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3년 액정(PDP포함) TV의 생산은 처음으로 브라운관 방식의 컬러TV의 생산을 뛰어넘었고, 액정TV 판매액 또한 전년 대비 두 배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DVD와 휴대전화의 신장률도 매우 높았다. PDP-TV, 디지털카메라, DVD레코더 등은 이른바 일본경제의 부활을 이끈 "신(新)3종 신기(神器)"라고 불리고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시작된 이런 신기술이 세계를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엔화 시장의 대변화로 인한 시스템 리스트 종식**

저자는 일본의 장기복합불황이 10년이상 장기화한 이유를 낙후한 일본 금융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은행 여신은 경제시스템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보다 빨리 갖고 "자기자본이 부족한 개별 금융기관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가계부문은 저축초과 상태였고, 기업의 상당수도 순저축을 늘리는 데 주력한 반면, 은행 여신은 감소하는 소위 ‘유동성 함정’의 위기에 빠져있던만큼 자금 조달은 외환시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조차 이른바 ‘엔 케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로 이머징 마켓에 투자)'로 엔화공급의 씨가 말랐다. 이러던 와중에 98년 8월 러시아 정부의 모라토리움(지불유예선언)으로 발생한 롱텀캐피털(LTCM) 등 헤지펀드들의 파산사태가 일본 엔화 시장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헤지펀드 청산 과정에서 일본에서 차입했던 엔화가 한꺼번에 상환된 것이다. 저자는 98년 9월 이후 엔화자금이 일본에 환류하면서 일본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한다.

***시장 원리에 부응하는 재정개혁이 과제**

저자는 향후 일본 경제가 직면할 가장 큰 리스크를 재정에서 찾고 있다. 2004년 일본의 재정은 세수가 42조엔, 국채발행 역시 42조엔이다. 이는 세출을 조달하기 위해 세금이 절반, 국채발행이 절반인 셈이다. 그는 과감한 세출 절감방안을 마련하는 혁신이 없으면 일본 경제는 재정파탄과 초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이 급격히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으로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기업들이 시장원리에 부응해 자생력을 회복하듯 재정 역시 정부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적의 조건으로 제공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게 맡기는 ‘시장의 원리’에 부응하는 길이 최대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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