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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 우선시한 대통령 고맙습니다"

크루즈 귀국 '영웅적 환영' 받아, 필리핀인 74% "아로요 잘했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됐다가 석방된 필리핀노동자 안젤라 데 라 크루즈(46)씨가 22일(현지시간) 귀국, 마닐라에서 열광적 환영을 받았다. 여론조사 결과 필리핀 국민의 74%는 미국의 압력을 뿌리치고 자국민 구출을 위해 필리핀군 철수를 결정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결단을 "잘한 일"이라고 격찬했다.

반면에 미국은 필리핀 주재대사를 본국으로 일시 소환하는 등 필리핀정부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다.

***크루즈 "내 생명 우선시한 아로요 대통령에게 감사"**

아랍에메리트공화국을 경유해 22일 오후 부인과 함께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한 크루즈씨는 8명의 자녀 가운데 병원에서 호흡기질환 치료를 받은 막내를 제외한 7명 등 가족친지와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국제공항에는 수십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고, 크루즈의 귀국 모습은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크루즈씨는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의 생명을 우선시해준 아로요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아로요 정부의 결단에 대해 재차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또 자신의 피랍기간 동안 이라크 무장세력의 처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필리핀군 철수 결정후) 나를 친구처럼 대해줬다"고 답했다. 그는 귀국소감에 대해선 "아직 혼란스러우며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답했다.

기자회견후 집으로 귀가하는 그가 지나는 마닐라 대로변에는 "안젤로, 귀국 환영"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지나가던 시민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등 영웅적 대접을 받았다.

***마닐라 시민 74% '아로요 결단' 지지**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크루즈 귀국을 환영하며 "철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대통령 대변인도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국가적 이익을 최우선시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필리핀 국민도 아로요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닐라 수도권의 시민 74%가 아로요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의 최대 유력지인 <인크와이알라>도 22일자 사설을 통해 "대통령은 결정을 후회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국익이 언제나 미국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로요 대통령의 결정을 전폭지지했다.

***미국, 주필리핀 대사 소환 등 적개감 표출**

하지만 미국은 계속해 아로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노골적인 적개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크루즈씨 귀국날인 22일 필리핀주재 미국대사를 "대응 협의"를 이유로 일시 귀국토록 하는 등, 아로요 정권에 대한 적개감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질이 안전하게 귀향해 기쁘지만 필리핀정부가 너무 비싼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필리핀은 외국인 납치를 자극할만한 위험한 비탈길을 타고 내려왔다"고 원색적으로 필리핀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필리핀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군 철수라는 비싼 대가를 치렀다"면서 "이로 인해 이라크에서는 외국인 납치활동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필리핀은 여전히 미국의 우방"이라고 덧붙임으로써 '단교' 등의 조처는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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