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장을 만나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프레시안 : 기해년이 지나고 경자년이 시작됐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성과와 소회를 밝혀 달라.
한범덕 : 단기성과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과정을 통해 여러 성과들을 이룰 수 있었다.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에서 보듯 ‘청주형 협치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과 청주테크노폴리스 3차 지구확장 PF자금 8400억 원의 확보로 미래 100년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 것,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재생의 모범적 사례로 크게 기억될 문화제조창C 준공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범죄예방 환경설계 단계별 사업 이행 등 사람 우선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성과로 꼽고 싶다. 특히 지난해는 통합 이후 역대 최다 대통령상 수상도 기록했다. 심지어 ‘안전’, ‘경제’, ‘복지’, ‘행정’ 등 힘을 쏟은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상을 수상해 더 의미가 깊다.
임기 첫 해인 2018년이 4년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시기였다면, 2019년은 시정운영 방향의 구체적인 지향점을 드러내는 해였다. ‘함께 웃는 청주’라는 시정목표에 걸맞도록 시정이 시민과 동떨어짐 없이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묵묵히 나아갔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 방향성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 남은 임기도 성실히 수행한다면 시정목표에 부합했다는 시민들의 성원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한 해였다.
프레시안 :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 운영에 대한 평가는?
한범덕 : 민간공원 개발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이 매우 많았다. 이는 청주시만 겪은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대비해 민간공원 개발을 완료하거나 추진 중인 지자체는 청주를 포함해 모두 26곳이며, 대상 공원은 총 80여 곳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데 모두 반대측과의 갈등을 빚어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모두 공원을 최대한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같으나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청주시는 이러한 시각차를 극복하기 위해 두 차례의 거버넌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버넌스 경험이 많지 않아 거버넌스가 무엇인지 합의된 개념도 없고, 운영방식도 정해진 것이 없다. 우리시도 거버넌스를 운영한 게 이번 도시공원 문제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1차 거버넌스는 시행착오가 많았고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 도시공원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의견의 합치를 이루지 못해 시장인 저에게 복수의 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놓았다. 이에 시가 현실을 고려해 한 가지 안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반대해 또 다시 갈등이 시작됐고, 시민단체의 요구와 녹색청주협의회의 중재로 시작한 2차 거버넌스는 회의내용을 전부 공개해 책임성을 높이고, 시민과 토지주의 의견을 청취하며 보다 체계화된 논의를 했다.
공원 이 외 도로, 녹지 등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전체를 공원과 연계해 검토했고, 모든 공원에 동일하게 적용할 기본 원칙과 기준부터 세웠다. 그것을 토대로 필수로 보존·조성해야할 공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불가피하게 그대로 해제할 수밖에 없는 공원도 논의했다. 이런 면에서 2차 거버넌스는 보다 발전했다고 본다.
모두가 100% 만족하는 합의안은 아니었지만 결과가 단일안으로 나왔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합의안이기 때문에 거버넌스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존중과 협치 정신으로 운영된 거버넌스의 과정들이 많은 분들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거버넌스는 정책을 확정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정기구가 아니며 협의체 성격의 기구이다. 우리시는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해 심도 있고 세밀한 논의를 거쳐 제시한 거버넌스 합의안을 최대한 존중해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프레시안 : 방금 말씀하신대로 청주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해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예산을 삭감시켜 시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한범덕 : 두 번에 걸친 거버넌스를 통해 어렵게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의원들은 각기 자신들의 지역구가 있고 구룡산과 매봉산에 치우쳤다고 보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가능하면 존중할 수 있도록 올해 거너넌스 정신을 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의원들 몇 분도 참여했지만 구룡산과 매봉산쪽에 이슈가 컸으니까 목소리가 높아서 다른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으로 본다. 이해가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라고 하지만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토지 소유자다. 토지 소유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어차피 땅을 매입해야 한다면 토지소유자들과 논의를 해야 하고 민간개발하는 쪽은 민간개발을 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제가 되면 그것을 난개발이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 도시계획적인 방법이 될 수 있도록 해당부서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최대 보존, 최소 개발을 지향하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수단은 한정된 재정이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의회, 이해관계자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겠다.
프레시안 : 각종 현안문제들이 불러오는 갈등에 대한 해결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한범덕 : 시정을 둘러싼 현안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호하는 가치의 다름과 입장의 차이가 빚어낸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한다. 현안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고 생각의 차이가 도드라지면 격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이다. 시장으로서 대화의 자리는 언제나 환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숙의와 합의의 민주주의는 일시적으로는 표면적 갈등과 시간이라는 비용을 수반한다. 그 지난한 과정이 얼핏 보기에는 불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중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단언하건대 대화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결정을 한 적이 없었다. 대립의 소용돌이를 지나며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왔다. 그 결과 협치의 자양분은 시정을 성숙하게 했고 우리는 어떤 현안도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도 저는 숙의 없는 결과를 내기보다 과정에 더 투자할 예정이다. 모든 주장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 듣고 잘 이해해서 시민을 위해 좀 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추가로 질문을 드리겠다. 소각장 문제 등을 보면 시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시에서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항의집회, 시장면담 요구 등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무리한 요구도 될 수 있는 반면 시민이기에 시장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범덕 : 당연하다고 본다. 시정의 책임자가 시장이기 때문에 엄격히 소관업무만 따져서 모르는 척하거나 방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헤아려서 법으로 따졌을 때 소관이 다르다 하더라도 최대한 시민의 입장에서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창, 북이 등 북부지역에 우리나라의 폐기물이 다 몰려왔다고 할 만큼 소각장이 몰려 있어서 소송까지 진행되고, 현재 환경영향평가도 받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최대한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주민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 법적으로 과다 소각을 한다든지, 환경오염을 시킨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단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봐서 계속 강하게 할 생각이다.
다만 미세먼지 같은 경우에는 국가적 관심사이자 국제적 문제이고 중앙부처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서해안의 공업벨트. 화력발전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여러 가지 사안이 숙제고 올해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지난해 일부 청주시 공무원들의 일탈이 문제가 됐다. 원인과 대책은
한범덕 : 먼저 일부 직원들의 일탈행위로 인해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염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 40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일탈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업무적으로 발생한 비위행위 보다는 음주운전 등 개인적인 일탈행위가 가장 많았다. 이는 공직자 스스로 지켜야 할 윤리의식 부족과 엄중한 공직기강을 확립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 직원들이 신문에 기고하는 것을 보면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 요구에 대한 자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일탈행위를 최소화하고자 지속적인 맞춤형 청렴교육 등을 통해 직원 스스로 윤리의식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간부공무원들부터 솔선수범해 청렴한 공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 또한 공직자 일탈행위에 대해 온정주의를 철폐하고 강력히 처벌하는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여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다.
프레시안 : 정부는 아파트가격 진정을 위해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청주의 경우 서부 지역의 일부 아파트는 웃돈을 줘야 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아파트가 있는 반면 동부 지역은 1만 6000세대를 동시에 분양하면서 미분양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교통 등 인프라에 관한 것에 의한 영향도 있고 한꺼번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지은데 따른 후유증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범덕 :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수도권 땅값과 아파트가격이다. 덩달아 우리 시도 분양이 안돼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미분양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은 아파트 건설은 4~5년 정도를 봐야 한다. 무조건 막아 놓으면 나중에는 아파트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고민이다. 아파트 미분양이 넘쳐난다고 한 것이 불과 1년이 안됐는데 지금은 60%가 해소됐다. 가장 미분양이 컸던 2017년에 비해서는 80%가 해소됐다. 아파트 분양신청하는데 웃돈을 줬다는 소위 투기 세력이 왔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이상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청주는 아파트 거주인구가 50% 조금 넘는다. 사실은 주거환경이 어렵다는 것인데 주택공급에 관한 문제는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지금 당장 미분양에 대한 해소는 많이 됐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별히 투기가 일어나지 않고 특히 주거환경이 어려운 분 청년주택 등에 대한 공급은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는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LH 등과 긴밀하게 논의를 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새해 시정 운영 방향은
한범덕 : 2020년도 시정 운영 방향은 균형과 공존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공간의 질을 높이고, 포용과 공평의 원칙 아래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리는 한편,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기치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잡았다. 시정운영 방향에 걸맞도록 시정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할 예정인데 그 중 대표적인 사업들을 말씀드리겠다. 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환경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 등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한편, 1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류배출 및 수집의 개선 등 시민실천운동을 강화함으로써 쾌적하고 품격 높은 환경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공동체의 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공평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행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똑같이 대하기보다 출발선을 조정하는 일에 힘쓸 것이다. 특히 노동계층은 청주시민 구성원의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정책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노동존중 청주 실현 협약식을 시작으로 해서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살 맛 나는 정책을 발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혁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시청 본관 3층 ‘비채나움’의 실험은 이미 열린 도서관, 보건소 공간혁신, 흥덕구청사 공간혁신으로 이어지고 있고 숙원사업인 통합청주시청사도 제대로 설계해서 공간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시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 보겠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한범덕 : 저와 4000여 청주시 공직자가 지향하는 시정의 목표가 시민들께서 바라고 그리는 청주시와 같은 방향이기를 늘 기대한다. 우리의 목표는 서울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진다거나 세계 일등 도시가 되겠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억의 총합이자, 도로보다는 거리가, 직선보다는 곡선이, 속도보다는 안전이 보장받는 동시에 자연과 공존하면서 균형 있게 발전하는 곳이다. 그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와 관심이 꼭 필요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 항상 관심을 갖고 비판해주는 감시자의 역할도 해주시고, ‘우리의 공간’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는 깨어있는 실천가의 역할도 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에는 온라인 시민의견수렴 플랫폼인 ‘청주시선’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대대적인 쓰레기 줄이기 시민실천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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