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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산골마을 기적’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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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산골마을 기적’도 가능하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⑭강릉 삼산4리 솔내 마을

2008년 삼산4리 이장 김창기님이 취임했다. 그때부터 가화합의 공동체 만들기를 시작했다. 스님 이장님이 마을사업추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인연을 중시하는 불교철학을 마을에서 실천하는 새로운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우주만상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인연을 따라 임시로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가화합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마을사업 잘못하면 스님 얼굴에 먹칠하여 오명으로 남을 것이 자명한데 어려운 도전을 택한 것이다. 성인군자도 자기 태어난 마을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그 도전은 산골 마을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화합의 공동체가 마을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솔내 마을의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다.

스님 이장님이 취임하기전 마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기까지 마을여건과 사정은 엄중했다.

이 마을은 진고개에서 소금강 입구까지 긴 도로를 따라 형성된 오대산 중산간지역 오지마을이다. 식당, 민박, 휴게소 등 긴 도로를 따라 마을주민들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져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만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주민들간 협력을 통해 신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서로 만나기가 어려웠다. 마을사업 추진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마을이었다. 오대산 중산간지역마을로 소금강, 동해로 가는 길목이라 교통량이 많았던 시절에는 자릿값을 하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영동고속도로의 완전개통으로 교통량이 줄어들면서 마을경제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산골계곡중심으로 여름한철 장사는 가능했지만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이장 취임전 추진했던 백두대간마을사업은 주민들의 참여저조로 공중분해되기 직전이었다. 관심부족으로 주민들간 갈등이 심해지고 불신이 생겨 최악의 상황이었다.

2008년 이 마을 주민수는 217명, 실거주민수는 66명이었다. 강릉시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분들이 주말에 별장처럼 거주공간으로 마을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마저도 65이상 어르신들이 70%가 넘어 마을일을 할 사람이 부족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마을사업 참여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당시 다른 마을들은 새농어촌건설사업을 도전해 마을변화를 도모하고 있었지만 이 마을은 마을인구수가 적고 기반이 취약해 도전 조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마을 토박이이 법민스님이 이장직을 맡게 된 것도 마을회의 참석했다가 어쩔 수 없이 떠맡겨진 경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 강력한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해 리더의 열정과 노력이 다른 마을에 비해 곱으로 더 필요했다. 2009년에는 마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거의 날마다 마을회의를 했다고 한다. 주민들끼리 설전이 있었어도 그 다음날 다시 만나 끝장 토론을 이어갔다.

마을 소득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마을주민 스스로 답을 구하는 가화합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지루한 과정이 반복되었다. 2009년 한해만 216번 마을회의가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을내 10여개 작목반이 탄생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오대산자락 특산 임산물과 산나물 위주로 작목반과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했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제한을 두지 않았다. 솔애올 웰빙요리 연구작목반, 마을사랑방역봉사대, 마을발전위원회 등 소득활동과 직접 관련없는 다양한 모임들까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주민모임을 통합하는 모기업개념의 솔내마을농업회사법인이 2014년에 만들어졌다. 솔내마을법인은 자체적으로 소득사업을 벌이는 마을기업이 아니라 마을내 작목반들의 소득창출을 지원하는 브리지기업이다.

솔내마을법인 산하에 솔내휴양체험마을협의회, ㈜부연마을농업회사법인, 청학동영농조합법인, 강릉시 발효식품연구회, 솔애울웰빙요리체험관, 솔애울 산채선별체험장, 솔내마을 산마늘 작목반 등 11개 단체가 협업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마을의 홍보와 공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솔내마을법인에는 회원 50여명과 이사진 11명이 활동한다. 이사진에는 각 작목반의 대표나 임원을 주축으로 마을주민은 물론 인근에서 짬뽕집을 운영하는 사장님까지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2015년 2월에 제110회 농촌사랑 농도상생 현장포럼이 마을에서 있었다. 당시 마을을 진단한 결과를 보면, 주민들은 대부분이 펜션과 식당 등 동종업종 자영업이 많아서 이웃들간 갈등이 많았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마을의 지리적인 위치가 기다란 송천계곡을 끼고 양안에 위치해 서로 주민상호간 소통하기가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마을이었다. 당시에도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한 결과는 주민들의 노력과 김위원장의 리더십의 결과라고 진단되었었다. 이젠 대안으로 동종업종간 서로 경쟁만할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제안되었다. 마을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 습관화해야 더 잘사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주민들도 공감했었다.

마을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를 보면 쾌적성만 우수하고 주민간 관계, 삶의 질, 문화여가, 보건, 교육, 대중교통, 도로, 상하수도 등 모든 여건이 타 지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동질성을 찾아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생활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당시 주민들은 이미 마을사업 희망방향을 체류형관광특화마을, 가공식품향토음식점, 농산물유통판매특화, 마을축제특화 및 전통문화공예자원특화 순으로 응답했었다.

이는 이미 가화합의 공동체를 추진하면서 주민들가 갈등은 있지만 현재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으로 방향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확신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포럼 당시 마을에서 준비한 상품과 서비스의 시음과 시사회도 함께 추진되었다. 30가지 산약초로 만든 30초효소는 소화와 식욕증진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었다. 식전에 음미하는 것이었는데 새콤하고 감칠 맛과 향이 아주 좋았다.

꾸러미도시락의 메뉴인 산마늘 쌈밥은 모양은 연밥같으나 입에 넣고 씹을 때 섬유질의 쫄깃함과 산마늘 향이 나오는 것이 신선함 자체였다. 곤드레 비빔밥은 담백하고 맛있었다. 곰취 주먹밥은 약간 쌉싸롬한 맛이 건강에 이로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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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 주먹밥은 약간의 매운 느낌은 있었지만 맛이 있었다. 여기에 곁들인 곤드레 된장국은 된장 맛과 어울려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냈다. 취떡은 색깔부터 취나물을 느낄 수 있었고, 부연동 산골에서 채취한 것이라선지 더욱 향과 식감이 좋았다.

이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들어진 꾸러미 산채도시락은 마을이 만들어낸 식품 종합작품이었다. 이외에도 쿠키와 초콜렛은 오대산 웰니스상품개발사업을 통해 교육 받아 만들어 낸 상품이었다. 영양갱, 천연비누 등 다양한 상품개발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상품개발시도가 실패도 있었겠지만 가화합의 마을공동체로 가는 새로운 발판이 되었다. 판매되는 상품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이 자주 모여 일하게 되었고 점점 갈등이 치유되는 혁신과 변화가 나타났다.

마을에서 신뢰가 만들어지고 마을로 출근하는 일자리 산골의 기적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법민스님의 가화합의 공동체를 만들자는 마을 비전과 전략은 이런 고민 속에 새로 만들어졌다.

그 고민과 열정이 산골의 정적을 깨고 주민들이 마을로 출근하는 일자리가 있는 마을로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산나물 밥상과 뜨끈한 황토방을 마련했고, 손님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선물하는 행복한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팍팍했던 살림살이가 펴지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갈등은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게 되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강릉 솔내마을 농업회사 법인은 ‘한사람의 손님을 제대로 맞으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마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제 마을의 정적을 깨우고 기적을 만드는 마을이 되었다. 마을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김창기 위원장의 열정이 그 원동력이었다. 가화합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을모델은 이러한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공동으로 필요한 일에는 마을주민들이 작목반별로 힘을 보태고 각자의 고유한 영역에서는 독자적이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따라서 마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들이 다양한 상품들이 식재료가 된다.

명이나물, 곤드레, 개두릅, 곰취, 산마늘 같은 각종 나물류와 송이버섯, 능이버섯, 까치버섯 등 버섯류, 더덕, 옥수수, 감자, 고랭지배추와 같은 다양한 특산물들이 직접 마을에서 생산되어 가공·포장·판매되고 있다.

오대산 중산간지역에서 생산되는 약성이 우수한 산나물로 장아찌를 만들어 판매하고 1-2월에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여 판매한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대부분은 포장가공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이 50억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솔내마을법인은 마을명소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관광 체험프로그램개발과 수익을 연계하는 작업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장님이 눈을 떳다는 송천약수, 암서낭과 숫서낭이 어우러지는 서낭당, 왕이 기어 나왔다는 왕기골 바위 이야기 등 다양한 스토리자원을 마을사업과 연계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대산 중산간지대 깨끗하고 청정한 자연자원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 식재료로 마을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신뢰기반이다. 가화합의 공동체, 삼산4리의 기적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혁신의 과정이었다.

일자리와 매출액이 늘어나는 성과를 내는 구조가 마을에서 만들어지면서 이 마을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늘어 빈집이 없다. 마을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자산가치가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가 마을에서 만들어지고 4계절 쉬지 않고 일하는 마을이 되었다.

산골 마을의 기적은 오늘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더 진화되고 있다. 기적같은 일이 강릉 산골마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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