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여, 제발 여기서 나가달라
-김선일씨의 죽음에 부쳐**
바그다드 외곽에 참수되어 버려진
선량한 한 젊은이의 주검과 함께
박살난 전쟁의 잔해와 함께
긴 밤을 눈물로 지샌 실낱같은 희망과 함께
오늘 또 한번 우리의 믿음은 무너졌다
오늘 또 한번 우리의 평화는 쓰러졌다
그렇다,전쟁은 믿음을 조롱하고
전쟁은 평화를 산산조각 내는 것이다
더 이상 믿음의 싹이 돋아나지 않도록
더 이상 평화의 꽃이 만발하지 않도록
포성은 저렇게 갈수록 광포해지는 것이다
포성 앞의 우리는 저렇게 미쳐 날뛰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제물이 바쳐져야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려야
이 가련한 전쟁이 끝날 것인가
이 참혹한 전쟁이 끝날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아우성이 울려 퍼져야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이 끝날 것인가
미군이여 한국군이여 전쟁이여
미친 총소리여 울부짖음이여
제발 여기서 나가달라
제발 여기서 나가달라
얼마나 더 많은 원한들이 겹겹이 쌓여야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이 끝날 것인가
***작가 소개**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4년 '지평'과 '현실시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연장론'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 사진』, 『홀로 가는 맹인 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그림자 호수』를 냈고, 제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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