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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테러범에게 납치되면 말 잘 들어라"

초-중-고생에게 황당한 '파병 지도자료' 배포, '파병 정당화'에 급급

교육인적자원부가 고 김선일씨 피살에 따른 전교조의 파병반대 교육에 맞서 이라크 추가파병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를 작성, 전국 초.중.고교에 배포했다.

하지만 그 자료는 이라크 파병의 정당성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며 더욱이 학생들에게 테러범들에게 '억류-납치됐을 때 행동수칙' 등 황당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어, 교육부의 한심스런 현주소만을 재차 드러냈을 뿐이다.

***교육부 "이라크인 사이에 '한국군 열풍'이 불고 있다"**

12일 교육부가 배포한 지도자료는 `이라크, 어떤 나라인가', `이라크에 평화를!', `이라크 사태로 살펴보는 테러'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이라크 파병의 정당성을 내용이 담겨있는 부분은 두번째 '이라크에 평화를!'이라는 제목의 장으로, 교육부를 이를 통해 평화.재건사업 참여 배경과 한국 비정부기구(NGO)의 이라크 지원 현황, 한국군의 평화유지 활동 및 지원방향 등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료에서 "현재 이라크에 파병되어 활동중인 서희.제마부대는 현지인에 대한 의료 지원 등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파병 33개국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시리아 와에도 한국군이 활동중인 곳 어디에서나 `꼬레, 꼬레(코리아, 코리아)'를 외치며 환영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지금까지 서희-제마 부대에 대한 현지인들의 적대적 행위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에서 우리 한국군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는 이어 "제마부대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3~4일을 걷거나 바그다드에서 차량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으러 올 정도로 `한국군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제마 병원의 우수한 진료 능력으로 인해 나시리아 종합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제마병원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는 이어 "일례로 2003년 11월초 가스폭발로 인해 전신 2~3도 화상을 입은 35세 여자 환자(사마라. 초등교사)는 제마병원에 입원하여 2번의 수술과 정성어린 간호를 받고 생명을 구했으며, 환자 남편(하이다르.변호사)과 가족들이 제마부대에 감사 서신을 전해온 바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는 그러나 오무전기 근로자 2명 피살사건 및 고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과, 한국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적개심 등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어, 정부의 파병 정당화 논리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억류-납치'됐을 때 행동수칙 지시하기도**

이처럼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교육부가 세번째 장 '이라크 사태로 살펴보는 테러'에서는 '테러 예방 행동수칙 및 신고요령'이라는 항목을 통해 학생들에게 '테러범들에게 잡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행동수칙을 소상히 기술하고 있어,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자료는 '억류-납치'때 대처요령과 관련, "만일 인질로 억류되었거나 납치 감금을 당했다면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하라는 대로 응하고 급작스러운 행동을 피한다"며 "탈출 성공 가능성이 아슬아슬하다고 판단될 때, 100% 탈출 자신이 없으면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적고 있다.

자료는 또 "납치된 사람이 여럿일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처신하고, 납치범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쓰는 것은 금물이며, 납치범과 눈이 마추치는 것도 피한다"며 "납치범들이 무엇인가를 물어올 때는 되도록 짧게 자연스러운 자세로 대답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과연 보도자료 배포대상인 국내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왜 테러범들에게 '억류-납치'됐을 때 행동수칙을 교사들이 가르쳐야 하는지, 더없이 황당할 뿐이다. 교육부가 내심 "곧 국내에서 중동 무장저항세력의 '억류-납치 테러'가 발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또한 이번 교육부 보도자료는, 고 김선일씨가 납치된 이래 20여일 동안 살기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납치세력에게 더없이 협조적 태도를 보였음에도 왜 끝내 피살됐는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정말로 우리 학생들이 만에 하나 무장세력에게 잡혔을 때 보도자료처럼 행동만 하면, 정부가 '가차없이 추가파병 재확인'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살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단 말인가.

교육부가 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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