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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가는 저 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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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가는 저 새에게

[반전평화 릴레이 詩]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굿시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의 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인들도 추가파병 반대와 반전평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지난 9일 프레시안에 문인 39인의 '게릴라 글'을 연재한 데 이어, 앞으로 매일같이 파병에 반대하는 신작시와 산문을 연재하는 '릴레이 반전평화'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 땅에 반전평화의 순결함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문인들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우선 첫 문을 강은교 시인의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굿시'로부터 열고자 한다. 편집자주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가는 저 새에게
- 고 김선일 씨를 추모하는 굿시**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가는 저 새
없는 날개, 지는 해의 눈빛에 계속 흔드는 저 새
아직도 지지 않는 희망, 피처럼 닦으며
흘깃흘깃 옆눈질로 날아가는 저 새

동굴처럼 외로웠구나 , 너는
저기 버려진 낡은 지갑처럼 외로웠구나, 너는
언제나 닫힌채로 있는 창문처럼 외로웠구나, 너는

열어주소 열어주소
이 말문 열어주소
동해용왕님 워어이
남해용왕님 워어이 워어이
서해용왕님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북해용왕님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안개의 혀에 매달린 저 새를 보아라.
날개도 없이
허공으로 가는 저 새를 보아라.
저 새의 날개 뒤에서
소복소복 모여앉아 흐르는 너의 피, 나의 피를
보아라

어둠을 향하여
어둠이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한 어둠이 두 어둠을 업고
세 어둠이 모든 어둠이 되어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이 땅에 가득한 어둠들, 머리 푹 숙이고
구름의 가슴께로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오, 김선일
ꡐ나는 살고 싶다ꡑ고 외치던 그 쉰 목소리

열어주소 열어주소
이 핏문 열어주소
동해용왕님 워어이
남해용왕님 워어이 워어이
서해용왕님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북해용왕님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워어이

쓰다듬으소서 이 핏문
출렁이소서 이 핏문

오, 김선일, 외로운 모든 이의 이름.

***작가 소개**

함남 홍원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성장함. 『사상계』신인문학상 (詩部 受賞)으로 등단. 시집 :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등불 하나가 걸어오네』,『어느 별 위에서의 하루』,『벽 속의 편지』,『소리집』,『빈자일기』,『풀잎』,『허무집』등이 있으며 한국문학작가상과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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