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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퇴진, 오지철의 몰락, 심광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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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퇴진, 오지철의 몰락, 심광현의 위기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11> 3각체계 붕괴로 영화정책 위기

***이창동의 퇴진, 오지철의 몰락, 심광현의 위기**

서프라이즈 서영석씨 부인의 교수임용 인사청탁으로 인해 빚어진 파문은 표면적으로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 개인의 비리처럼 인식되고 또 그렇게 일부 언론들에 의해 과대 포장된 감이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오지철의 사퇴는 이창동 전 장관의 교체와 함께 심광현 영상원 원장의 보직 해임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그렇게 되면 문화 행정과 관련한 그간의 삼두체제가 동시에 와해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 문화정책 특히 영화정책이 일대 혼란에 빠질 우려가 높아지게 됐다.

오지철 전 차관은 1997년 문화산업국 국장을 비롯해서 문화정책국 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지난 해 차관에 오르기까지 문화관광부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 행정가였다. 영화만 놓고 봐서도 오지철 전 차관은 그동안 ‘일본대중문화 완전개방' ‘극장 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 ‘예술영화전용관 전국 거점별 설립’ ‘스크린쿼터 문제’ 등 핵심 현안들을 해결해 왔다. 영화계 내부에서는 오 전 차관에 대해 고도화되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을 지원하는데 있어 ‘매칭 플레이’가 가장 잘되는 보기 드문 관료라는 평가가 이어져 왔으며, 실제로 그는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운행되던 국내 영화계를 산업형 구조로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오지철은 영화와 같은 예술분야가 국가적 정책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 행정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입증해 낸 인물이었다. 그는 올 상반기 국내 유력 영화전문지 씨네21이 선정한 ‘국내 영화계를 움직이는 파워 50
인’ 가운데 한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오지철 전 차관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6명의 ‘정치적’ 장관을 수행하며 정부 영화정책 집행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나름의 큰 공로를 세웠다.

오지철 전 차관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갑자기 사퇴하는 와중에서 또 한 사람, 주목을 끈 인물이 바로 심광현 영상원 원장이다. 심 원장은 그동안 문화관광부가 핵심 현안들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히든 카드’’쉐도우 내각의 일원’으로 분류돼 왔으며 오 전 차관만큼 비중있는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영화계 내에서는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문화관광부 내에서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문화행정혁신위원회 위원. 혁신위는 이창동 장관이 취임과 함께 구성한 일종의 문화부내 씽크 탱크 기관으로서 정부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산하 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 이익단체인 영화인회의나 영화제작가협회 등에 대해 각종의 연구 보고서를 통한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 혁신위에는 장차관을 비롯 문화부 내 핵심 인력과 외부 전문인력이 투입돼 왔다. 혁신위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오랫동안의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스크린쿼터 현행유지 혹은 축소나 폐지가 이후 국내 영화산업에 미치는 각각의 영향을 검토했으며 이창동 전 장관이 퇴임 전 발표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은 혁신위의 이같은 연구결과가 토대가 돼 최종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창동-오지철-심광현 삼각 체제가 동반 퇴진 직전까지 고민했던 영화계 사안 역시 국내 스크린쿼터 제도가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화계는 현재 수익구조의 안정화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모순된 문제에 봉착해 있는 상태. 국내 영화계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쿼터제도라는 일종의 보호장치가 요구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난 10년간 이 쿼터제가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메이저급 투자배급사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영화권의 독점력만을 키워 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어 이 두가지 양면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미묘한 시점에 처해진 상태다.

현재 수면 하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의 두 메이저 회사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빅 매치’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내 영화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누가 더 독점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전투 결과’에 따라 영화계 내에 초거대 독점회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 두 회사의 싸움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오는 14일 이후 시네마서비스의 실제 운영자인 강우석 감독이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공식 노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회사 간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올 연말까지 총 170개의 스크린을 갖추게 될 멀티플렉스 프리머스의 운영권때문에 빚어진 것이며 프리머스는 당초 강우석 감독측이 설립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CJ엔터테인먼트가 모회사인 플레너스 그룹을 인수하면서 프리머스의 50%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다. 쉽게 말해서 멀티플렉스 프리머스를 가운데 두고 법적 소유주인 CJ엔터테인먼트와 원 소유주인 강우석 감독측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CJ는 ‘당연한’ 소유권 행사를 주장하지만 강 감독 측은 그렇게 될 경우 CJ가 소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와 함께 국내 극장사업이 CJ에 완전히 독식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이창동 전 장관은 자신의 퇴진이 국내 정치 역학 구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오지철-심광현 두 핵심 라인에 의해 쿼터제 조정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통해 한편으로는 미국의 통상압력에서 벗어나고 또 한편에서는 할리우드 독점만큼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자생적인 거대 독점 체제를 일정하게 견인해 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이이제이 전법인 셈으로 외부 독점에 의해 내부 독점을 긴장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독점기업의 영향력을 분산시키면서 이와 동시에 중소영화사나 독립영화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냄으로써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때로 우연과 예기치 못한 사태에 의해 일직선의 진보를 이루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번 오지철-심광현 파문은, 그 개인적 비리 여부의 진실 혹은 실체를 떠나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내는데 있어 크나큰 혼란과 손실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게 하고 있다.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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