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보수 통합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국면이 일단락된 후,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총선 대비 행보를 서두르고 있지만 '황교안 체제'에 대한 당내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현재 당내 주류 세력인 구 친박계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라는 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는 집회 연설에서 "통합을 위해서 저부터 앞장서겠다. 금년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를 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험지로 나가서 여러분과 함께 싸워 이기겠다"며 이같이 말하고 "당에 많은 중진 의원들이 계시는데, 중진들도 그런 험한 길로 함께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신진 세대가 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저부터 험지로 가겠다"고 재강조하고 "뜻 있는 동지들이 함께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대표의 총선 거취에 대해서는 그간 비례대표 출마나 서울 종로 출마 등 여러 가능성이 점쳐져 왔으나, 황 대표는 수 차례 "저는 당이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하겠다. 제가 어느 자리에 가겠다, 어디 출마하겠다 하는 얘기는 당의 결정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판단하겠다"(지난해 12월 31일)고만 했었다.
또 황 대표는 이에 앞서 "(우리가) 할 일은 혁신과 통합"이라며 "결전의날은 4월 15일(총선일)이다. 4달쯤 남았다. 이런 싸움에는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보수통합에 대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자유 우파가 헌법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하나로 똘똘뭉치는 게 통합"이라며 "이 통합을 이뤄야 한다. 이 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뭉치면 이긴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 진영의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2일에는 "가급적 모든 분들이 함께하는 대통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재입당 희망 인사들에 대한 복당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이런(통합) 얘기를 할 때 '유 아무개'(유승민 의원을 지칭)를 거론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통합은 큰 통합"이라거나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새로운보수당 측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염두에 둔 통합이 전광훈 목사 등 강경보수 세력과의 소(小)통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황 대표가 이날 광화문 집회를 연 것이나,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중대 발표를 이 자리에서 한 것 역시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간 주말에 해오던 대중집회를 평일 낮 3시로 잡은 것도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집회 참석 인원을 "국민과 당원을 포함해 10만 명 이상"이라고 자체 추계해 발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우파 성향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씨가 나서서 규탄사를 했다. 신 씨는 규탄사 도중 "황교안 대표의 목숨 건 단식투쟁을 목도했다"며 "'황 대표 뭐했나'라고 하지만,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지 무조건 못했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황 대표를 변호하기도 했다.
황 대표 및 심재철 원내대표의 인사말과 신 씨의 규탄사에 앞서 한국당 청년부대변인들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기도 했다. 집회 사회를 본 전희경 대변인은 "자랑스런 청년 이윤경·문성호·김태연 부대변인을 박수로 성원해 달라"고 했다.
당내 '黃 체제' 불안·우려·비판 지속…김무성 "비움·양보의 정치 해야"
당 내에서는 '황교안 체제'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현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유승민계와의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나오고 있다.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파국으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구할 유일한 길은 우파 정치세력들의 총선 승리뿐"이라며 "우파 정치세력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가 아니라 다시 통합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우파가 분열되어 있으면 총선에서 필패가 자명하고 지금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우파 정치 리더들은 총선 패배 이후에 퇴장하게 될 것"이라며 "황 대표, 유승민 의원 등 우파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 리더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통합의 화두는 공유하면서도 소리에 집착하면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우파 보수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정치는 비움의 정치, 양보의 정치, 무사(無私)의 정치"라며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고,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난 연말 국회에서와 같은 치욕만 남는다. 총선 승리와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결단해야 할 시간"이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또한 "우파 정치세력의 통합을 위해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 있는 인사들은 이번 총선에 불출마해야 한다"고 당내 주류인 구 친박계를 겨냥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결정적 계기는 20대 총선 당시 '막장 공천'에 있었고, 그 결과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고 제1당 지위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총선 공천 당시를 회고하며 "당시 주류 세력들은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에게 공천을 주는 '하명 공천'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섰고, 이한구 위원장 등 공천관리위원회가 청와대의 수족이 돼 '하명 공천' 선봉장이 됐다"고 비판하고는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관위원들, 그리고 당이 이 지경이 되는 데 책임 있는 중진들은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령 이들이 공천을 신청하더라도 당에서는 공천 배제를 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그만둬야 할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고, 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에 앞장서야 할 인사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눈높이에 역행하는 일이 반복돼 일어날수록 당은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된다"며 "책임 있는 인사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새로운 인물 수혈에 앞장서는 게 당과 국민과 국가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했다.
전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을 거론하며 "그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다 내려놓고, 이왕 비대위 체제로 가는 마당이니까 총선까지는 그렇게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는 통상 당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전제로 한다.
여 의원은 황교안 지도부의 '통합추진위 구성', '복당 전면 허용' 카드에 대해 "그런 정도만으로는 곤란하다"며 "당 지도부에서 통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의원 같은 분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에서 가지고 있는 현재의 지위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 의원은 전날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체제에 힘을 더하기 위해 불출마한다'고 밝힌 데 대해 "지금 황교안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면 유승민계나 안철수계에서 과연 합당 내지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 그런 면에서 회의를 느낀다"고 비판적 언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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