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는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정부에 대해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반전평화 거리 시화전을 열고 오후 7시반부터는 3시간동안 시낭송회를 갖는다.
작가회의는 이날 행사 개최와 관련, "전쟁은 인류의 근본적인 도덕을 말살하는 페스트요, 파병은 세계의 양심인류들에게 치명적인 독균을 매개하는 행위에 다름아니다"며 "문학 고유의 가치를 살려 반전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양심사회세력에게 기운을, 국민들에게는 문학적 감성으로 양심을 건드려 '꺼트릴 수 없는 촛불을 지키자'고 외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번 행사는 연속적인 반전평화운동에 합심하겠다는 작가들의 의지를 밝히는 연대의 한마당이며, '거리에 뒹구는 아픈 말들을 거두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이 아니겠느냐'고 우리가 내걸었던 질문에 스스로 화답하는 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작가회의는 "우리는 죽음-학살보다 더 확실한 현실을 본 적이 없기에 파병 앞에 붙은 어떤 수사도 인정할 수 없다"며 "내가 살기 위해 죄없는 누군가를 죽일 수 없나니 그 마음이 죽음을 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앞서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파병을 왜 해서는 안되는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담은 '게릴라 글'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의 도움으로 문인 39인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고은**
김일병 가지 말아라
이라크 전쟁은 가장 추악하고 가장 비겁한 전쟁이다
장소위 가지 말아라
이라크 전쟁은 백년전쟁이다
결코 내일 모레 끝나지 않는다
***홍일선**
聖반미론
아주 오래된 유프라테스 강물 속으로
달이 태어나는 시간
푸른 올리브나무 잎새에 덮힌
아버지의 주검을 바라보는 한 소년이 있다
아, 신성한 반미반제 해방전사가 태어나시는 시간이다
***강은교**
신이여, 세상 벽에 가득한 저 지는 꽃잎들 돌아
쓰다듬으소서 평화의 뿌리
펄럭이소서 평화의 날개들
***문동만**
현실론 웃기지 마라, 나는 죽음보다, 학살보다, 확실한 현실을 본 적이 없다
***전성태**
굴종의 댓가로, 남의 피 묻혀가며 얻어야 하는 평화라면 그렇잖아도 불쌍한 이 존재 참으로 쓸쓸합니다. 악마와 손을 잡은 이 민족을 용서하소서.
***하종오**
고 김선일씨의 절규를 되새겨야 한다. 제발 , 부디 떠나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의 절규부터 들어야 한다.
***박남준**
파병, 그것은 미국의 침략전쟁을 위한 대리전이다.
슬프다. 내 조국은 정녕 자주주권국가인가?
세상의 모든 생명과 평화의 이름으로 외치나니
어떠한 국가 경제적 이익과 명분으로도 파병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이원규**
그 동안 피학살자로만 살아왔는데 이제 당당히 학살자의 반열에 올라서니 감개무량하다.
***송호필**
한미동맹, 국익을 말하기 전에 솔직히 이 땅은 미식민지라고 인정하고 파병하자.
***김수열**
파병은 절대 안 된다. 대신 장미와 토마토를 보내고 싶다.
***정우영**
우리의 젊은이들을 침략전쟁의 하수인으로 내몰지 말라. 그들이 전쟁터에서 맞설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바로 이라크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다. 우리의 자유와 평화가 이라크에서 전쟁광에게 유린당하는 것이다.
***이상락**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싸움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테러리스트는 혼내줘야 합니다.
부시: 물론입니다.
노무현: 살상무기 보유를 인정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부시: 그 의견에 적극 찬동합니다.
노무현: 중동평화를 저해하는 무법자는 응징해야 합니다.
부시: 두 말 하면 잔소리지요!
노무현: 한국은 파병할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 문인들도 앞다퉈 파병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부시: 오우, 희소식입니다! 난 당신과 한국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한국군 언제 출발합니까?
노무현: 이미 지중해에 도착해서 이스라엘로의 진격 준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미군은 왜 코빼기도 안 보이지요?
***박철**
국민이 원치 않는 일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맹문재**
부시여, 이라크는 당신 집이 아니오. 집을 뺏는 일은 천벌 받을 죄. 죄를 용서받으려면, 하루 빨리 당신 집으로 돌아가시오.
***김재영**
이 땅 젊은이들을 죽음의 땅에 보내 얻는 국익으로,
온 국민 입에 고깃덩이를 물린들 우리가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남송우**
이라크 파병은 진정한 평화와 생명의 의미를 오래 전에 잃어버린 강자들의 자기변명이다.
***박종헌**
우리가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한다면 추악한 미국의 대리전쟁 수행자로 영원히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략국가가 되고 말 것이다. 한 민족의 주권을 빼앗기도 하고 내어주기도 하는 부시 정권의 침략전쟁에 더 이상 우리가 휘둘릴 수 없으며, 이라크와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도 없다.
***김용택**
부모 잃은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느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사람들한테 총 쏘러 가지 마라.
***공선옥**
파병, 이라크가 원하냐, 부시가 원하지!
***신현수**
식민지에서 감히 미국 놈들 허락도 안 받고, 그날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지방도 56호선을 걸어간 죄로, 그리하여 이 땅 식민지 한반도에서 식민지의 딸로 태어난 죄로, 그리하여 미국놈들 장갑차에 깔려 죽은 게 효순이 미선이의 잘못인 것처럼, 선일씨 당신이 목 잘린채 그날 2004년 6월 22일 오후 10시20분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으로 35km 지점에 아스팔트 위에 폭탄과 함께 묶여 내동댕이쳐진 것도, 그리하여 우리와 아무런 원한도 있을 수 없는 이역만리 이라크에 당신의 모가지가 나뒹굴게 된 것도, 다, 당신 잘못입니다. 당신의 죄입니다. 아, 아, 이 저주받을 야만의 땅 식민지 한반도의 아들로 태어난 죄.
***이경자**
평화는 어머니다
제발 어머니를 죽이지 마라!
***안도현**
이라크에 군인 대신 평화를 파견하라!
***정도상**
머리 아프게 하지 마라
평화만 생각하면 골치가 지근거린다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 아닌가
***방현석**
전쟁과 테러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인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네 목덜미에 끝내 사막의
바람보다 더 날카로운 비수를 꽂아버린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먼길을 얼굴 없이 돌아온 네게
차마 이렇게 치켜들 수 없는 뜨거운 목을 놓고,
***유영갑**
아직도 우리나라는 젊은 피를 팔아서 먹고살아야 할만큼 가난한가.
국익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파병은 하지 말아야 한다.
***김희수**
내 조국의 산하가 외세에 짓밟혔던 쓰라린 기억을 금세 잊었단 말인가. 다시는 이 땅의 어머니를 울게하지 않기를. 조국이여, 당신의 아들들이 탐욕과 광기의 이 전쟁에 말려들지 않기를...
***김재호**
모든 침략전쟁에 반대한다. 또다시 침략국 미국의 용병이 되는 걸 반대한다. 파병을 철회하라.
***김창규**
미국의 부시가 믿는 하나님은 약소국가를 침략 전쟁으로 살육하는 하나님이다.
그런 나라의 속국의 목사인 나는 미국을 반대하고 파병을 적극 반대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는 나라나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없기 때문이다.
***박일환**
전쟁이 잉태할 수 있는 것은 파괴와 약탈과 광기와 혼돈과 불모의 대지와 승리자의 음흉한 미소 같은 것들이다. 어디에도 생명과 평화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서정홍**
아들아, 사람이 절대 해서는 안 될 게 있다.
뭐냐고?
억압에 못 이겨 자신을 파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
이런 짓이 바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아들아, 가지 마라. 그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니다.
***유용주**
전쟁은 무덤만을 생산한다고 했다. 스스로 묘지관리인을 자청하는 부시 미 정권을 위해 우리 대들보인 젊은이들을 이라크로 보낼 수는 없다. 벌초 및 허드레잡일을 하는 데는 역시 미군이 마땅하다.
***이현수**
내 아들을 전장에 보내느니
차라리 내 심장에 칼을 꽂으마!
***손세실리아**
내 몸을 빌어 세상에 나온 나의 아이들이 엄마인 내게 오래 전부터 일깨워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고귀한 절대 가치다. 엄마인 내가 생명사상의 스승인 내 자식을 전쟁터로 떠밀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별아**
전쟁 앞에 손익을 따지지 마라.
죽음, 공포, 살육과 분노는 모든 것을 파괴하니,
황폐한 영혼은 더 이상 어떤 꿈도 품을 수 없다!
***정혜주**
파병, 굴복이다!
***박두규**
자유,화해,평화,상생,인권,생명,생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해온 것이 부끄럽다.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백정의 나라 미국에 무릎을 꿇는 것이 국익이라고 말하는 천박하고 비열한 자본옹호주의가 역겹고, 그게 엄혹한 현실이라고 말하는 정당과 지도자를 지지했던 것이 부끄럽다. 생때같은 젊은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외치는 것이 전부인 것이 부끄럽다.
***윤동수**
살고 싶다! 절규하는 국민의 생명을 저버리는 나라.
오, 우리는 파리보다 못한 목숨을 이어가는 대한민국 국민.
우리의 생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국익 앞에서 버려진 헌신짝이어라!
죽은 파리떼와 헌신짝이 쌓여서 마침내 무덤을 이룬 나라!
대통령이? 국가가? 아니다, 그들은 국민의 생명을 나몰라라 했음을.
오, 누가 그 무덤에서 우리를 숨을 쉬게 해주랴.
***이인휘**
텔레비전 화면 속에선 이라크 어린이들이 비명의 눈물을 흘리고
텔레비전 밖에서는 내 어린 딸이 안타까워 눈물을 흘린다
부시의 자궁을 핥아대는 정치꾼들
그 눈물이 강물이 되고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되어
다 쓸어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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