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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스로가 분석한 '깡패국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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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스로가 분석한 '깡패국가 미국'

<화제의 신간> "네오콘이 미국의 패권토대 무너뜨려"

미국의 조지 W.부시 대통령은 '깡패국가'(Rogue State)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불량배 정권"이라는 뜻으로 부시 행정부는 북한, 이란, 쿠바, 시리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용어에 빗대어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깡패국가'(Rogue Nation)"라는 반론이 미국 전직고위관료에 의해 제기됐다. <깡패국가>(김성균 옮김.한겨레신문간)을 쓴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미국의 '원조 보수정권'으로 알려진 로널드 레이건 정권시절 통상부장관 자문위원까지 지냈던 고위급 외교관 출신으로 유명하다.

***"미국은 국제질서 파괴한 전범"**

저자에 따르면, 미국이 깡패국가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의정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2001년 봄부터였고 그후 부시가 일방주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면서 일반화됐다.

극단적인 패권주의와 선제공격론으로 대변되는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은 지난 3백여년간 근현대 국민국가들이 준수해 온 국제질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저자는 "30년 전쟁이 끝난 1648년에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은 국가주권의 존중과 내정불간섭주의를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으로 채택했다"며 "그러나 부시의 정책은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지키려는 타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또는 군사행동을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유엔헌장마저 무시할 뿐만 아니라 '선제공격'을 전쟁범죄로 간주한 뉘른베르크 국제재판의 판결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동 석유에 집착하는 이유**

저자는 특히 미국이 이처럼 깡패국가로 가게 된 배경이 되는 주요한 요인으로 '석유위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그 분수령이 된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990년 8월2일 새벽 2시 미국의 옛 친구이자 동맹자였던 사담 후세인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일한 후원국인 미국을 등에 업고 이웃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위해 10만 명의 군대를 파병하기로 했다고 선포했다.

당시 미국은 걸프 만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12%밖에 수입하지 않았지만, 사담이 쿠웨이트를 접수하면 세계 석유매장량의 25%를 직접 관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세계 석유 매장량의 26%를 차지하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협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사담은 또한 세계 매장량의 9%를 차지하는 이란마저 넘볼 수 있었다.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이 '석유비축능력은 핵무기와 맞먹는 무기'라고 경고했듯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는 '만약 사담 후세인이 세계 석유매장량의 막대한 부분을 장악하게 된다면 우리의 일터, 우리의 생활방식, 우리의 자유, 나아가 전세계 우방국가들의 자유는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저자는 걸프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예기치 못한 매우 중요한 변화가 하나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분노다. 부유한 사우디 귀족가문의 후손인 빈 라덴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 리야드 남쪽에 거대한 공군기지를 건설하고, 대규모의 미군을 배치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미국의 행동을 아라비아뿐 아니라 이슬람 전체에 대한 극심한 모욕으로 받아들인 그는 미국에 대한 지하드(성전)을 맹세하기에 이른다.

부귀영화를 누리던 한 사내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상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을 물리쳤던 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승리를 확신했다.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특별한 관계**

저자는 미국의 중동의 석유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동지역은 현재 세계 석유매장량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유전이 새로 발견되지 않는 한 미국과 북해의 유전에서 생산하는 석유생산량은 10년 안에 70%나 감소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 홀로 세계 석유 수요의 25~30%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세계의 석유수요가 급증세에 있어 세계는 중동의 석유에,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수년간 사우디 아라비아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우디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싼값으로 미국에 원유를 판매했고, 또 달러로 유가를 계산함으로써 미국이 달러화를 세계의 중심 화폐단위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것은 대단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유가를 유로화로 계산하고 미국도 달러가 아닌 유로로 지불해야 했다면 미국에게는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 역시 유로로 계산했다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다.

사우디 사람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이나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조직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거나, 석유시장의 안정이 필요할 때 남은 석유를 싼값에 시장에 풀기도 했다. 그 보답으로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보호하면서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한 피난처를 마련해 주었다.

미국의 석유수입이 지장받을 경우 미국은 현재의 무역수지 적자와 유통 중인 달러의 가치조차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것은 무역적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독립과 자유를 최우선으로 치는 나라일수록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적.전략적 의존성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미국은 자신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심지어 강화하기까지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최소한 두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 절약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과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미국이 두 가지 대안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네오콘이 미국 헤게모니 토대 무너뜨려**

저자는 나아가 이라크 처리 문제와 대미 정책 때문에 불거진 불화와 반목으로 역사적으로 미국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며 조성한 미국의 거대한 자산인 유럽연합과 핵심 유럽국가 대부분과 관계가 악화되어 왔다는 점을 꼽는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과의 관계 악화는 군사적으로도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 NATO와의 관계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유럽은 어떤 군사적인 위협도 받지 않게 되었다. 미국은 나토의 군사기지를 이용하고 그들의 협력을 얻지 못하는 한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대해 제 실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진실을 말하자면 나토는 어쩌면 유럽인보다 미국인에게 더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미국이 군사기지나 영공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가까운 미래에 미군기지의 철수를 요구하게 되리란 것은 이미 확실하다. 또 남한은 물론 일본도 앞으로 그런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여기서 대두되는 커다란 아이러니는 미국의 일방주의가 그 주창자들인 신보수주의자들(네오콘)이 한창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헤게모니의 근본적인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는 듯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을 '공인받지 않는 제국'이라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제국으로 비쳐지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이 제국으로 구상된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독립선언이 권력추구가 아니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 미국 헌법이 권력을 통제하고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면서 "지정학적 권력을 축소하는 유례없는 전략을 채택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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