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15개월 만에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수출 규제,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취해진 이후 깊게 패인 한일 갈등의 골이 큰 만큼,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양국 정상이 마주앉아 상황 악화 방지와 관계 개선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보다 20분이 더 소요된 50분 동안 진행됐다. 모두발언에서 "솔직한 대화"를 예고했던 양 정상은 수출규제 조치와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갈등의 핵심적 사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며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일본이 한 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완화한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조치를 취한 점은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일본 측이 대화를 통한 해결에 대한 성의를 보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조속한 수출규제 조치 원상 회복을 요구한 데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 풀어나가자"고 피해갔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정상 간 만남이 자주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우리는 이웃이고 서로 관계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실무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아베 총리와 함께 독려하자"고 밝히면서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한반도의 엄중한 정세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및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의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일본의 노력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봉합 상태인 지소미아(GISOMIA.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한을 말할 수는 없지만 무작정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어느정도의 기한 안에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한일 양국이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나눈 구체적인 대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각 정상이 기존에 해왔던 수준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양 정상은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통한 스포츠·인적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많은 국민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도록 경주해나가자고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상 (정상회담 소요 시간을) 30분을 언급했는데 50분이 진행됐다. 그만큼 양 정상이 언론 보도를 통한 내용 이외에 직접 서로의 육성을 통해 당사국의 입장을 듣고 상대국의 입장을 설명 듣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을 통해 앞으로 이런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에 양 정상이 합의한 것에 의미가 크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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