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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부자 '황제 면세'는 털끝도 안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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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부자 '황제 면세'는 털끝도 안 건드렸다

[기고] '12.16대책' 서울집값 하락효과 있을까?

정부가 18번째 집값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어느 신문은 "집값과의 전면전...'대출·세제·분양가 규제' 다 꺼냈다"라는 제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전면전에 나섰으니 서울집값이 조만간 급락세를 보일 거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기사제목이다.

그 신문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며칠 내로 판명될 것이다. 서울집값이 하락할 거라면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 내로 하락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책의 효과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내 소견으로는 이번 대책 역시 서울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단순하다. 핵심대책을 보고 그 효과를 분석하면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지'가 시행되고 있는데 추가 대출규제하겠다?

정부가 발표한 25개 대책 중 핵심대책은 '주택수요 억제'인데 그 방법은 대출규제다. 정부발표문서의 맨 앞줄이 '투기적 대출수요 규제 강화'다.

이 대책을 접하고 처음에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작년 '9.13대책'에서 '유주택자 대출금지'라는 매우 강력한 대출규제를 실행했다. 이미 대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추가로 규제를 한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했다.

발표문서를 자세히 읽어보았더니 무주택자라도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매입할 때도 대출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예시된 내용을 보면 14억원 주택 매입 시 대출한도를 현재의 5.6억원에서 4.6억원으로 1억원 축소한다.

1억원이 부족해서 14억원 주택매입을 포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9.13대책'의 대출금지에 비하면 이번 대책의 대출규제는 강도가 매우 미약하다.

'9.13대책'에서 '대출금지'라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는데도 서울집값은 미미한 하락에 그쳤다. 그것마저도 올 7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서울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했고, 10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자 상승세는 더 강해졌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미약한 대출규제로 서울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대포를 쏴서도 굴복시키지 못한 적을 소총으로 잡겠다는 격 아닌가.

2017~18년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못한 이유

'9.13대책'의 대출금지라는 강력한 대책으로도 서울집값이 하락하지 않은 이유를 알면 이번 대책의 효과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출금지가 주택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서울집값에 대한 영향이 미미했던 이유는 또 다른 수요가 왕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의 주택수요가 왕성했다. 그 실수요가 2017년과 2018년 서울에서 주택구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등록을 위한 매입수요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2017년과 2018년 서울에서 신규로 등록한 임대주택은 각각 7만채와 14만채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는 기존주택을 팔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나머지는 신규로 매입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기존주택의 매도는 줄이고 신규매입은 늘림으로써 매물 부족을 야기했다.

실수요와 '갭 투자'는 왕성한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

임대사업자들의 공격적인 주택매입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없었던 실수요자들은 대기수요로 남아있었다. 올해 임대사업자의 수요가 주춤해지자 왕성하게 내집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사에 나오는 "30대의 왕성한 주택구입" 이 그런 상황을 전해준다.

또 다른 투기수요인 '갭투자'도 왕성하다. 갭투자란 위험을 무릅쓰고 투기에 뛰어드는 일이므로 투기심리가 살아있을 때 활발하다. 지금 서울주택시장에서 투기심리는 펄펄 살아있다.

실수요와 갭투자가 왕성하게 살아있으므로 '유주택자 대출금지'라는 강력한 대책에도 서울집값이 미미한 하락에 그쳤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집값을 하락시킬 방법은 갭투자를 규제하거나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방지'라는 대책이 들어있으나 갭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할 것이다.

서울에서 주택의 신규공급은 실로 미미하다. 통계청의 '주택소유 통계'에 의하면 2017년과 2018년에 서울의 주택수는 각각 1.7만채와 1.8만채 증가했다. 임대사업자의 등록수요의 1/4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미미한 물량이다.

그 대안으로 '3기 신도시'를 발표했으나 서울집값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경기도에서의 주택공급이 서울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주택자 매물 나오지 않으면 서울집값 하락 기대 못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기존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다. 기존주택 특히 다주택자의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가 주택공급을 결정하고 나아가 서울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요점만 이야기하면 이렇다. 서울에서 다주택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수가 약 80만채인데, 그 중 약 48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다주택자 매물을 결정할 것이다.

앞에서 밝힌 대로 2017년과 2018년 임대주택등록이 급증했는데, 그 이유는 문재인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세금혜택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세금을 대폭 감면하거나 전액 면제해줌으로써 돈 많은 부자들에게 주택매입을 적극 권유했다.

임대사업자 세금혜택은 손대지 않아

그 세금혜택을 폐지한다면 임대주택의 상당수가 매물로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발표에서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는 건드리지 않았다.

'임대등록 제도 보완'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혜택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임대등록 시 취득세·재산세 혜택 축소'라는 제목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듯한 시늉을 하고 있으나 핵심혜택은 손도 대지 않았다.

'양도세 70% 감면 또는 전액 면제'와 '종부세 전액 면제'라는 엄청난 세금특혜를 폐지해야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올 것이다.

'여론 무마용 대책' 이상 아니다

'12.16대책' 내용을 살펴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이 서울집값 하락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 달 전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최근 경실련이 서울집값 폭등에 대한 정부책임을 추궁하는 등 여론이 악화일로에 있다.

이런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끌어모아 발표한 것 이상이 아니다 라는 평가가 그리 박해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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