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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왜 바다를 어지럽히냐", 해적 "당신은 왜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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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왜 바다를 어지럽히냐", 해적 "당신은 왜 세계를..."

<화제의 신간>노암 촘스키의 <해적과 제왕>

"내가 하면 ‘합법적 선제공격’이고, 네가 하면 '테러리즘‘이다.”

'미국의 양심' 노암 촘스키(76)가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사고방식이다.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이자 지난 20여년간 미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수많은 글을 써온 노암 촘스키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신간이 출간됐다.

신간 <해적과 제왕>(황소걸음 간)은 기존에 번역 출간된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테러리즘과 문화> <불량국가> <숙명의 트라이앵글> 등에 실린 내용을 모두 하나로 모은 종합판으로 미 제국주의와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촘스키의 사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책의 제목은 알렉산더 대왕 앞에 사로잡혀 온 해적과 대왕의 나눴다는 대화에서 따왔다.

알렉산더 대왕이 “넌 어찌하여 감히 바다를 어지럽히느뇨?”라고 묻자 해적은 “그러는 당신은 어찌하여 감히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가요?”라면서 “전 그저 자그만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는 것이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고 불리는 것뿐이외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다.

***“레이건은 국제테러리스트”**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촘스키는 지난 6월5일 사망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빅 브라더’로 보는 관점에서 이면을 파헤친다. 미 언론들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리며 레이건에 대해 찬양일색의 보도를 하는 것을 그는 ‘뉴 스피크’로 간주한다.

촘스키에게 레이건은 ‘용감한 카우보이’ ‘람보’ ‘자유민주주의사회의 수호자’ ‘냉전 종식의 영웅’이 아니라 ‘빅 브라더’ ‘해적’ ‘국제 깡패’ ‘국제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촘스키에 따르면 ‘테러리즘’이란 용어는 18세기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원래 대중의 복종을 확고히 강제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정부의 폭력 행위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권력자들의 ‘뉴 스피크’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행해지는 ‘소매점식 테러행위’로 변질됐다.

따라서 촘스키는 다른 나라들의 복종을 강요하는 미국의 행위들이야말로 ‘테러리즘’의 원래 의미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라고 비판한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1981~1989) 저질러진 ‘대 테러리즘 전쟁’은 실상 ‘진정한 테러리즘’ 행위였다는 것이다.

***‘레이건 독트린’의 3가지 핵심 정책**

저자에 따르면 ‘국제 테러리즘’은 81년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상호 연관된 세 가지 정책들에 전력했다. 그 정책들은 모두 상당히 성공적으로 성취되었다.

“가난한 자에게서 부유한 자로 자원을 이전한다. 국방과 산업을 연계에 비용과 위험을 사회화하는 펜타곤 시스템을 통해 대중이 첨단기술 산업에 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미국의 개입, 전복, 국제테러리즘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

이 정책들은 일반 대중이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하는 괴물들에 대해 적당히 겁을 먹을 경우에만 실행될 수 있다.

전형적인 방법이 바로 레이건이 내세운 ‘악의 제국’이라는 괴물이다. 하지만 ‘악의 제국’과 직접 대결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악의 제국’의 하수인으로 지목된 무방비 상태의 적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이것이 지난 80년대 ‘국제 테러리즘’이 인간의 권리를 대체해 “미국 외교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레이건 행정부의 진면목 보여준 이란-콘트라 사건**

이란-콘트라 사건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레이건 행정부는 미국이 스스로 테러국가로 지목한 나라에 대해서는 무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어기고 레이건의 승인 하에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 의장인 안보담당 보좌관의 지휘 하에 이란에 무기를 판매했다. 또 그 무기 판매 이익금을 중미의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반란활동을 하고 있던 콘트라 반군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었다.

촘스키는 “이란-콘트라 조사를 통해 레이건 독트린 하에서 미국이 국제테러리즘에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국제 테러리즘 범죄는 섬세한 경지에 이른다. 예를 들어 니카라과를 공격 중인 프락치 부대들은 CIA와 미 국방부의 지휘관들에게서 ‘연성 목표물’ 다시 말해 방어 능력이 거의 없는 민간인 목표물들을 공격하고 군대와는 ‘치고 받지 ’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 많은 사례들 중에서 정말 무작위로 하나만 골라보면”, 1987년 11월21일 1백50명의 콘트라 반군들이 남부의 리오산후안 지역에 있는 2개 마을을 88mm 박격포와 로켓추진 수류탄으로 공격해 6명의 어린이들이 살해되고 30명이 부상당했다. 심지어 무기를 지니길 거부하는 종교적 평화주의자들로 구성된 조합들까지도 미국의 테러 부대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88년 8월 콘트라 반군은 민간 여객선 미션 오브 피스호를 공격해 2명을 살해하고 27명에게 부상을 입혔는데, 희생자들은 모두 민간인이었고 그중에는 미국의 종교 파견단을 이끌던 뉴저지 주 침례교 목사 한 명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이들 테러리스트들에게 ‘정당한 이유 없는 군사적 공격’이나 ‘그밖에 어떠한 적대 행위’를 저지른다면 의회는 콘트라에 대한 공식적인 군사 원조를 재개함으로써 강력하고 정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촘스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느 누구도 미국의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향해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정당한 테러리스트 국가라는 것은 불변의 독트린”이라고 말한다.

‘테러와의 전쟁’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것이 아니다. 이미 20년 전 먼저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선포되었던 것을 재선포한 것일 뿐이다.

***“미 언론은 사상 통제산업”**

촘스키는 “현재 언론계에서는 해적과 도둑들이 자신들의 요구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스런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NBC는 아킬레 라우로 호 납치극(1985년 이탈리아의 호화 여객선 납치사건)을 기획한 혐의가 있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방영했다는 이유로 또 테러리스트들이 어떠한 반박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돌고 함으로써 테러리스트들을 이롭게 했다는 이유로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그렇다면 언론은 ‘저강도전쟁’과 ‘보복’ 혹은 ‘선제공격’을 옹호하면서 레이건, 조지 슐으, 메너헴 베긴, 시몬 페레스, 그리고 그밖에 제왕과 그 신하들이 어떤 반박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껏 발언하도록 허용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한다.

그는 이어 “그럼으로써 그들은 테러리스트 지휘관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허용하면서 도매점식 테러리즘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질타한다.

촘스키는 “미국 내에 말 그대로의 검열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사상의 통제는 번창하고 있는 산업이며, 엘리트가 결정하면 대중은 지지하거나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는 원칙에 근거한 자유사회에서는 정말로 없어서는 안될 산업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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