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재벌이 저지른 불법부당한 이야기는 차고도 넘친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범죄행위를 고발했다. 삼성재벌 해체, 삼성재벌 개혁, 삼성 바로세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삼성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펼쳐왔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투자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여,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고, 적정한 이윤을 남기되 국가에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역할이다. 이건 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론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재벌 있는 곳엔 탈세 있다'는 표현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부패한 관료와 공모하여'라는 문장이 덧붙여져야겠지만 말이다. 탈세는 헌법상 위헌행위이자 관련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며 결국 국민의 주머니를 약탈하여 사회적으로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확대시킨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조세부담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소위 '지하경제'로 불리는 탈세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족벌 일가들이 어떻게 세금을 포탈해왔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 11월 5일, 2004년부터 미국 텍사스를 기반으로 한 금융투기자본 론스타가 불법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먹튀하는 과정을 추적해온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삼성일가의 11조 원에 달하는 탈세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와 먹튀 과정은 최근 상영 중인 실화 <블랙머니>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금융당국이 금융실명법에 따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만으로 평가한 차명자산은 당시 시가로 4조8649억 원, 이에 과징금 50%를 적용하면 2조4000억 원과 가산세, 지연가산세(2019.6.30. 기준) 등을 포함해 9조1170억 원, 배당금 2조2978억 원(2018년도까지)의 90%인 2조680억 원의 소득세를 징수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투기자본감세센터는 국세청이 이건희 등이 탈세한 과징금 9조11170억 원과 소득세 2조680억 원 등 총 11조1850억 원을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금액을 차명주식 소유주별로 구분하면 이건희 과징금 5조1634억 원과 소득세 1조2982억 원 등 총 6조4616억 원, 에버랜드 3조8056억 원, 삼성생명 공익재단 8782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취임하자마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실천의지를 드러내며 전년 대비 최저임금을 시급 1060원 인상했다. 삼성재벌이 탈세한 11조 원은 시급 1060원 인상 기준으로 최저임금 노동자 410만 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자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망한 것처럼 밀어붙였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1만 원 공약 후퇴와 함께 2020년은 고작 시급 240원 인상에 그치고 말았다. 이 수준이면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향후 6년이 지나야 한다.
그런데 삼성이 탈세한 11조 원이면 1800만 명에게 시급 240원을 1년간 인상할 수 있는 돈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없는 이유가 영세기업과 자영업자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착취와 수탈을 자행하는 재벌대기업들이 이윤을 독점하면서도 세금조차 포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포탈의 공범은 바로 부패한 권력이다. 권력과 자본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다.
2008년 4월, 삼성특검의 결과를 통보받은 국세청장, 국세청을 통제하는 대통령과 재경부장관은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이건희 등에게 과징금을 징수하지 않은 채 국고손실을 유발시켰다. 그 후 삼성은 이명박의 다스 소송비 119억 원을 대납했고, 서울국세청장과 재경부장관은 삼성의 사외이사로 취업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삼성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등에 600여억 원의 뇌물을 통해 바이오로직스 사기상장과 삼성물산 불법 합병으로 9조 원대의 이익을 편취했다.
서울 강남역에는 두 개의 별이 있다. 한 개는 삼성(三星)재벌을 상징하며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이다. 노동자를 착취한 뒤 고혈을 짜내고, 소비자를 약탈하고, 불법부정으로 세금까지 포탈하여 이룩한 거대한 성이 공룡처럼 서 있다. 헌법상 '민주공화국'을 '재벌공화국' 내지 '삼성공화국'으로 바꾼 상징물이다. 삼성은 세계화된 자본으로 전 지구적 착취수탈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한 개는 삼성재벌의 탄압으로 23~24년째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200일이 다 되도록 삼성재벌에 맞서 농성 중인 김용희와 이재용 두 삼성해고노동자의 불빛이다. 몸도 뉘일 수 없는 좁은 철탑 공간에서 해고노동자 김용희는 흔들리는 철탑 아래의 천막에서 풍찬노숙하며 투쟁하는 해고노동자 이재용과 연대자들을 향해 스마트폰 불빛을 흔든다.
철탑은 또 하나의 별이다. 고난 받는 노동자들의 희망이다. 노동자 투쟁의 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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