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지명자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감을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경제 살리기 해법 등에 대한 질문에는 "정책 등 자세한 것은 청문회를 통해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야당과의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소통 방식에는 정책적인 노력, 인적 소통 등이 있는데 이런저런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제가 국회의장을 하면서 여야 간 대화·협치 시도를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야당과의 소통, 국회와 정부 간의 소통을 강화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갑작스레 총리로 발탁된 데 대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원래는 '종로 3선'(총선 출마)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종로에서 더 역할을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고 구민들께 죄송하다. 하지만 저보다 더 좋은 분이 나오셔서 종로를 대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역구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 지명자는 첫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국회의장 출신 총리'라는 부분에 대한 해명에 할애했다. 그는 "전직 국회의장 출신이기 때문에 적절한지 많이 고심했다"며 "국민을 위해서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지명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또 "'종로 3선' 도전 생각이 있었는데 저의 총리설이 계속 나와서 사실 '그것은 적절치 않은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많은 분들과 대화하고, 저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마다 않는 게 제 결정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지명을 수락했다"고도 했다.
그는 "제가 많은 분들하고 소통하고, 대화하고, 토론도 하는 과정을 통해, 제가 생각하던 '의장 출신의 총리가 적절한지'라는 고민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많이 제기됐고, 토론을 통해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지명하면서 "주저함이 있었다"고 말한 데 대해 "저도그렇고, 지명하는 입장에서도 그 부분(국회의장 경력)에 대해 한 번 생각하셨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회견을 통해 말씀한 내용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총리 지명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으로서 여야(협의를) 운영했던 경험, 협치 능력 등을 높게 평가했고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며 "총리 후보자께서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고 밝힌 걸로 알고, 국회의장을 하셨던 부분은 그런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의장 출신 총리, 여당 대표 출신 법무장관 임명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데, 그런 판단을 할 만큼 사회경제적 상황이 비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비상 상황이) 충분히 된다고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총리 인선은)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 있다"며 "도덕적·법률적 위반 여부를 놓고 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삼권분립' 지적에 "현직이 아니지 않느냐"며 "집권 후반기 성과가 매우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특히 보수 야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논평에서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참히 짓밟고 국민의 대표기관 의회를 시녀화(化)하겠다고 나섰다"며 맹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국회의장은 입법권의 수장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지명을 한 대통령이나, 이를 받아들인 정세균 의원이나 헌법·민주에 대한 개념 상실"이고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요, 기본적인 국정질서도 망각한 문재인 정권의 폭주"라고 주장했다.
유승민계 신당 '새로운보수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를 행정부 2인자로 앉히겠다는 건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원칙을 파괴하고, '삼권 옹립'을 받아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후보 사퇴를 통해 국회의 마지막 위상과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지켜 달라"고 촉구했다.
대안신당·정의당·평화당은 '정 지명자가 잘해주기 바란다', '기대한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들 범여권 정당에서도 "국민들은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국무총리를 맡는 것에 대해 삼권분립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유념해서 이러한 점을 불식시켜야 할 것"(대안신당), "국회의장에서 총리로 진출하는 것은 선례가 없어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정의당) 등의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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