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더워졌네요. 뭐, 언제든 일이 하고파서 어쩔 줄 모르는 날이 있겠습니까마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덥군요. 역시나 이렇게 더운 날은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시원한 방에서 뒹구는 게 제일 좋은데요.
오늘 제 사이트에서 찾아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에서 양파 표피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배울 때는 핵은 세포의 중앙에 있다고 배웠는데 실제로 양파의 표피세포를 관찰하니 핵이 중앙에 있지 않네요. 그 이유가 뭘까요?”**
오호, 아주 관찰력이 뛰어난 학생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궁금증을 가져보신 적이 있는지요.
생각해보니 저도 중학교 때 양파 표피를 벗겨내 세포를 관찰하는 실험을 한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핵이 가운데 있었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잘 안 나서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옆의 그림처럼 정말 핵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들도 보입니다. 왜 가운데 있지 않을까요?
(그림 1)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이 사진을 먼저 보세요. 사진은 인간의 백색 지방세포를 찍은 현미경 사진인데요. 세포의 대부분은 지방 덩어리로 꽉 차 있고, 자리가 없어서 세포질(cytoplasm)이나 핵(nucleus)은 가장자리로 밀려난 것이 보입니다. 지방세포는 거의 대부분 이렇게 생겼습니다. 도대체 왜 핵이 중앙에 있지 않고, 밀려나 있을까요?
(그림 2)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단순히 핵이 중앙에 있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핵이 왜 세포의 중앙에 있어야만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핵은 그 안에 DNA를 지니고 있어서, 세포 속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가장 많이 수행합니다. 핵 속의 DNA는 세포의 활동을 관장하니까요. 핵 속의 DNA는 RNA를 메신저로 해서 세포질로 신호를 보내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라는 명령을 내려 생명을 유지합니다.
세포 속에는 여러 가지 소기관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소기관들과 연락을 취하고 명령을 내릴 때, 명령센터는 중앙에 있어야 가장 유리합니다. 커다란 원의 모든 점에서 가장 최단 거리는 항상 원의 중심이고, 수도가 나라의 중앙에 위치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것은 다들 동감하는 내용이실 겁니다. 즉, 핵은 세포의 중앙에 반드시 위치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봐서 그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그 위치에 놓이는 것입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지방세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세포 내에 지방을 가득가득 저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우선 순위가 핵이 아니라 지방 저장에 있어서, 지방덩어리에 밀려 한쪽 구석으로 찌그러져 있는 것이지요.
또한 보시다시피 식물세포의 경우에는 자체에 녹말과 액포가 저장되어 있고, 이 크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핵이 중앙에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세포의 그림은 주로 동물세포였기 때문에, 세포핵이 가운데 있는 것으로 그려졌을 거예요.
(그림 3)
제가 과학에 흥미를 가졌던 이유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제 성격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의 시작은 ‘왜?’이지만, 마무리는 ‘어떻게?’로 끝납니다. 추리소설도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추리소설이 어린 제게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었습니다, ‘왜’와 ‘어떻게’로 구성된 과학 역시 이런 점에서 흥미로웠고요. 과학이란 결국 어린아이들이 “엄마, 이건 왜 이래?”라고 물었을 때 “그건 이래서 이래”라고 얘기해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랍니다.
hari-hara(harihar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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