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지난 몇년 사이의 신문의 구독률 격감에 대한 극한적 위기감을 표명하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정부와 여론주도층이 나서 이성(理性)매체인 신문 읽기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신문구독률 3년반새 14%포인트 급락**
중앙일보는 16일 미디어면(18면)에 '구독률 43%...이대론 선진국 못간다'라는 제목으로 조사전문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신문산업의 위기'를 다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전국 8천5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문을 보고 있는 가구는 1백가구 중 43가구 정도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지난 3년5개월 사이 구독률이 14%포인트나 떨어졌다. '어제 어떤 신문을 읽었는가'로 측정되는 열독률도 같은 기간 15%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예상대로 10대가 가장 신문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세대인 그들은 신문을 멀리하고 있다. 하락폭도 컸다. 2000년 12월 조사에서 10대 열독률은 47%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거의 절반 수준인 26%대로 떨어졌다. 반면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연령대는 40대(59%)였고, 다음이 30대(51%)였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의 구독비율이 49.3%로 가장 높았으며 호남은 33.4%로 가장 낮았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기사와 별도로 별도의 그래픽을 통해 지난 2000년 12월 60%였던 열독률이 지난 5월 45%로 급락하고 57%이던 구독률은 43%로 급락한 사실과 함께, 조중동(중앙일보 표현은 '중조동') 구독률도 41%에서 31%로 급락한 사실을 적시했다. 조중동을 읽는 국민은 10명에 3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는 지금 조중동을 포함해 종이신문이 독자의 대규모 이탈로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모두가 '네탓'**
문제는 그러나 그후 이어진 '신문위기의 원인은?'이라는 부제하의 분석이었다.
중앙일보는 "한국 신문 산업이 맞고 있는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며 "먼저 외적으로는 2001년 김대중 정권의 세무조사를 계기로 시작한 정부.방송.인터넷.시민단체의 끝없는 '신문 때리기'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방송 역시 공정성에 타격을 입었지만 결국 신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속보성과 쌍방향성이 무기인 인터넷의 발전과 뉴미디어의 대두 또한 신문의 구독률을 낮추는 한 원인"이라며 "시대 변화에 신문이 엉거주춤 대응하는 사이 젊은층을 타 매체에 뺏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신문 때리기'와 인터넷 발전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젊은층을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일보는 또한 "내적으로는 저널리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며 '신문업계 내부의 소모전'을 원인으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우선 '자전거'로 대표되는 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 과당 경쟁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고, 신문은 '메이저' 대 '마이너'로 갈려 낡은 이념적 틀에 의한 '상호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이런 갈등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듯하기도 하다. 신문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소모전으로 독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중앙일보 분석은 신문위기의 내부-외부요인을 골고루 다루고 있는듯 하나, 오늘날 신문위기의 핵심인 '신뢰 상실' 문제를 단지 단지 외부세력의 '신문 때리기'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 한계를 드러냈다. 왜 이같은 조중동 비판이 국민적 공감을 얻어 구독률 격감이라는 신문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가에 대한 기본적 자기성찰조차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네탓'만 있을뿐 '내탓'은 없는 셈이다.
***"정부가 나서 이성매체인 신문읽기 장려해야"**
중앙일보의 '네탓 타령'은 마지막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 것인가라는 대목에서 절정에 달한다.
중앙일보는 '정부, 신문산업 진흥에도 힘써야'라는 부제 아래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통하는 토머스 제퍼슨이나 링컨 등 수많은 지성인은 '신문 읽기는 민주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해 왔다"며 "지금도 선진국들은 이런 믿음 아래 다양한 신문 지원책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수많은 정치인과 지식인이 오히려 '반(反)신문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많은 언론학자는 '신문구독률이 이렇게 떨어져선 선진국 진입은 요원한 길'이라며 특히 여론 지도층과 정부가 나서서 이성(理性)매체인 책과 신문 읽기를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또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이민규 교수의 말을 빌어 "정부는 '신문고시'를 강화해 시장질서를 유지함과 동시에 신문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며 "예를 들어 '신문과 신문''신문과 방송' 등 복합 소유와 공동 경영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방송' 진출에 대한 중앙일보의 오랜 염원을 또다시 드러낸 셈이다.
중앙일보는 이밖에 '정기간행물 유통전문기관'의 설립 등 자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비절감 노력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중앙일보의 이같은 주장 가운데 스스로 신문을 '이성매체'라고 규정한 대목은 마치 국민이 비(非)이성매체인 인터넷이나 방송에 매몰되며 '우중화'되고 있다는 식의 뉴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어, 중앙일보가 아직도 과거시대의 오만에 깊게 물들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앙일보의 '조선일보 두들기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앙일보가 이처럼 '신문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별도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 두들기기'를 한 대목이다. '신문업계 내부의 소모전'을 신문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요인으로 지적하면서도, 중앙일보 스스로가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다.
중앙일보는 '중조동의 구독률-구매력 높은 계층서 중앙일보 1위'라는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를 A신문, 동아일보를 B신문으로 적시한 뒤 "가구 유료구독률은 중앙일보 10.7%, A신문 11.3%, B신문 9.5% 였다. 모두 하향 추세였다"며 "그러나 기울기에 있어선 차이가 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지난달 구독률을 지난해 12월과 비교할 때 A.B신문은 각각 1.1%포인트 구독률이 하락했다. 중앙일보의 하락률은 0.4%포인트였다. 이에 따라 A신문과 중앙의 구독률은 0.6%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5개월 전엔 1.3%포인트 차이였다. 중앙과 B신문의 구독률은 1.2%포인트의 격차로 지난해 12월(0.5%포인트)에 비해 더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해 중앙일보가 곧 조선일보를 추월할 것인양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가구 소득별로 보면 고소득인 '월수입 3백50만원 이상' 가구에서 신문 구독률은 중앙(18.3%)-A신문(16.9%)-B신문(11.8%)의 순으로 나타났다"며 "이 지표는 구매력이 있는 사회계층이 어느 신문을 선호하느냐를 보여준다"고 말해, 노골적으로 광고주를 겨냥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사회 주축이자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연령대인 40대에선 A신문.B신문의 열독률이 1.6~1.9%포인트 떨어진 가운데 중앙만 1%포인트 상승했다"며 "또 비교적 젊은 세대인 30대의 경우 열독률은 중앙(13.2%)-A신문(12.3%)-B신문(12.1%)의 순이었다. 60대 이상의 독자층에선 A신문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직업별로 볼 때 전문.경영.관리직 등의 경우 중앙과 B신문이 각각 5.5%포인트와 3%포인트 열독률이 상승한 가운데 A신문만 4.1%포인트 하락했다"고 보도해, 조선일보의 쇠락과 중앙일보의 1위 쟁취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네티즌 반응 "구독률하고 선진국하구 무슨 상관?"**
이같은 중앙일보 보도는 '신문의 쇠락'이라는 총체적 위기에 대한 신문업계의 위기감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동시에,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중앙일보의 야심이 얼마나 큰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중앙일보 주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지극히 냉랭했다.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기사에 비판적이었다.
네티즌 '임정수'씨는 "정말 웃기네... 신문 구독룔하고 선진국하구 무슨 상관인지... 신문 많이 보면 선진국이 돼나여? 그럼 공짜루 신문 뿌려서 우리나라 사람 다 보게 하면 되겠네"라고 힐난했다.
박상현씨는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이 된 후 신문에 실리는 기사 중 진실은 매우 드물다는 말을 했는데..."라고 비꼬았다. 중앙일보가 기사에서 "토머스 제퍼슨이나 링컨 등 수많은 지성인은 '신문읽기는 민주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해왔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일격이었다.
강혁씨는 "이걸 기사라고 올린건지.. 종이신문 사서 보라는 신문 광고인지.. 인터넷, 모바일 등 다른 접촉수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를 올리다니..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럽고, 중앙일보 참 한심스럽다"고 질타했다.
송만기씨는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반대로 신문구독률 하락과 국가 발전이 비례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 등의 대안매체가 발달핬다는 증거이다"라며 "정보에 대한 욕구가 대단한 우리나라 사람들.. 구독률이 10%로 떨어질 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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