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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는 해부학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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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는 해부학만 있나요?"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19> 연재를 다시 시작하며 : 생물학의 여러 갈래들

안녕하세요, 하리하라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다른 일을 좀 하느라고 바빠서요. 이제 연구원도 그만두고 본격적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칼럼을 다시 쓰면서, 칼럼의 성격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예전에 이 칼럼을 운영할 때에는 신문 기사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계속 이어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를 쓰고자 해서 칼럼 방향을 바꾸려고 합니다.

제가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생물학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니, 여러 분들이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동안 사이트를 운영해본 결과, 그 질문들 중에서는 좀 황당하기도 하고, '아, 비전공자들한테는 이런 개념이 잘못 알려져 있구나', 하는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저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물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들과 대답들을 모아서 다시 칼럼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어렵진 않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들. 그 이야기들을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질문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만큼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일 거에요.

언젠가 어떤 학생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생물학에는 해부학만 있나요? 해부학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데, 해부학도를 거쳐야 생물학자가 되는 건가요? 생물학에 해부학 말고 다른 학문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사실 처음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제가 생물학과를 다닌다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개구리 해부도 해?"라는 말을 제일 먼저 물어봐서 황당했던 경험이 있더군요. 생물학의 발달 속도는 너무너무 빨라서, 이제는 배아 복제와 줄기세포 치료법까지 TV에 오르내리는 이 시대에 사람들의 생물학에 대한 인식은 제가 어렸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생물학'이라면 해부학부터 떠올릴까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중고등학교에서 생물학 실습 때 개구리나 붕어를 해부하던 것을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서인 듯 합니다. 매일 책에서 글자와 그림으로만 배우던 생물학을 실제 개구리의 뱃속을 열어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생물학이라는 학문보다는 처음 본 내장의 징그러운 이미지가 더 오래도록 남는 것이죠.

해부학은 생물학의 일부이긴 하지만, 요즘에 이것만을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세요, 해부를 왜 하는지. 해부를 해서 내부 기관을 보면 생물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뭘 하겠어요? 만약 그 목적 때문이라면 개구리나 생쥐의 배를 가르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작지만 그것도 생물인데 왜 쓸데없이 죽여서 내장을 보겠어요? 그게 뭐 예쁘다고 말입니까.

해부학은 생물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분자 생물학이 생물학의 대세여서박사 과정 끝마칠 때까지 한 마리의 동물도 해부하지 않고 그저 분자 수준의 DNA나 단백질만의 연구도 가능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이 더 많지요.

생물학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대학 때 배운 과목만 해도 세포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발생학, 미생물학, 세균학, 동물생리학, 식물생리학, 생태학, 생명공학, 바이러스학, 신경생물학, 조직학, 동물해부학, 식물형태학, 토양생물학, 생화학, 당생물학, 분류학, 미생물생태학 등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 수만 20~30과목 정도이고, 그리고 대학원 실험실에서는 조금씩 다른 분야를 연구합니다. 살아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이 생물학입니다. 따라서, 그 종류는 아주 많지요.

요즘은 이런 전통적인 생물학 뿐 아니라, 물리학의 개념이 도입된 생물물리학, 화학과의 결합인 생화학, 전산과 통계와의 만남인 바이오인포메틱스(생물정보학), 심리·언어·생물·공학이 모두 결합된 인지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와 생물학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해부학은 그 중의 작은 한 갈래일 뿐이죠.

과학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뒤떨어질 수 있겠죠?

오늘은 여기까지. 참, 혹시 제가 미처 생각못했던 재미있는 질문이 있으시면 제게 메일 보내주세요.

hari-hara(harihar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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