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의 무력 시위를 비판한 것을 두고, 북한은 자신들이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향후 강경한 대응을 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1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11일(현지 시각)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같은 행위는 동북아의 지역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핵과 미사일 시험은 북한에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 기회를 성취하게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언급한 이른바 '새로운 길'이란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고, 대신 우리 모두와 관여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속에 미국이 우리에 대한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10일(이하 현지 시각) 미 국무장관 폼페오가 유엔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떠벌인 데 이어 11일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라는 것을 벌려놓고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 현대화 조치들을 걸고 드는 적대적 도발 행위를 또다시 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상응한 대응'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는데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엔이 "주권국가의 자위적인 조치들을 걸고 든 것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자주권 존중의 원칙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라며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방증하여준다"고 꼬집었다.
대변인은 "저들(미국)은 때 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에 미국이 우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주도하면서 대조선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데 대하여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날 반응은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예고가 돼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예상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비록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봤을 때 원론적인 차원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대화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중국 및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이 회의가 북한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 간 접촉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는 15일 한국에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간 접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연말을 미국과 협상의 시한부로 설정한 북한이 비건 대표와 접촉을 성사시킬 경우 극적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