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활황으로 불황 무풍지대로 불리웠던 도시 거제.
2013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5만 달러에 육박했던 ‘쩐(錢)의 도시’ 거제는 길거리 개도 1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였다.
주택시장은 ‘분양 불패’ 신화를 이어갔고 IMF도 비켜갔다.
주요 증권사는 물론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지점을 개설했다.
거제시의 일년 살림살이는 지난 2014년에 들어서야 6000억 원대를 넘어서는 박한 재정규모였지만 시민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TV드라마 ‘천리마 마트’에서 처럼 뭘 해도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실패도 거제가 두려워서 떠났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식당가부터 로드샵에 이르기까지 문을 열기만 하면 호황을 누렸다.
거가대교가 개통된지 3년째 되던 2014년 부산의 롯데백화점은 롯데카드와 멤버스 실적을 근거로 거제시민이 개별구매액이 가장 많고 해외명품을 주로 구매했다는 통계까지 내놨다.
2014년을 정점으로 조선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거제는 지난해까지 80년 오일쇼크 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거제의 GRDP는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조선업 의존도가 너무컸던 까닭이다.
2020년 예산 1조원 시대를 맞이한 거제시는 충격적인 경기불황을 벗어나 평화를 콘셉트로 거제의 고유성을 회복하는 제 2의 번영을 맞이할 준비에 나섰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시민과의 접촉점을 넓히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4대위원회를 운영하며 거제가 보유한 최대한의 인적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행정도 업무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찾아내 혁신을 이끌고 있다. 변 시장은 “시장, 국장, 부서장은 직제의 구분이지 사람의 구분이 아니다”고 했다.
상명하복만을 강조하는 경직된 관계나 부서간 칸막이식 구조도 업무효율을 저해한다고 봤다. 변 시장은 “부서간 협업의 정도에 따라 민원해결 속도가 달라진다”며 해당업무가 아니면 핑퐁식으로 업무를 떠넘기는 일이 사라질 수 있는,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변광용 거제시장을 만나 대담했다.
프레시안 : 2020년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취임때 7000억 원과 비교할 때 상당히 증액되었는데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인가?
변광용 거제시장 : 조선업 침체에 따라 지방세 수입이 3.2프로 줄어든 어려운 여건속에서 공모사업을 통한 국가보조금 확보와 보통교부세의 큰 폭 증액이 가장 큰 배경이다.
취임 후 행안부의 보통교부세 배정기준이 잘못된 것을 보고 받고 줄기차게 장관을 찾아가 지역현실에 맞는 교부세 기준을 풀어줄 것을 건의하고 읍소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국세가 줄면서 보통교부세도 덩달아 줄었는데 우리 거제시는 200여억원이 늘어난 1046억원의 증액이라는 쾌거를 거두었다.
또 취임 이후부터 직원들에게 국가에서 주관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사전에 정보를 파악, 미리 준비하고 꼼꼼히 챙겨 준비한 것이 몇 차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 증액에 큰 도움이 됐다.
프레시안 : 증액된 예산은 어느 분야에 중점투입되며, 내년도 예산운영 기조와 방향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변광용 거제시장 : 단순히 예산 규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삶의 질이 높아지고 변화됐다고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2020년 당초예산 편성의 주 방향은 총체적인 시민의 삶의 질 제고와 체감화에 목표를 뒀다.
분야별로는 ▲사회복지분야 2631억 원 ▲환경분야 1702억 원 ▲농림해양수산분야 920억 원 ▲교통 및 물류분야 912억 원 ▲국토 및 지역개발 679억 원 ▲일반공공행정 600억 원 ▲문화관광분야 468억 원 ▲산업·중소기업, 에너지분야 305억 원 ▲공공질서 및 안전분야 198억 원 ▲보건분야 184억 원 ▲교육분야 82억 원을 편성했다.
시는 ▲1000만 관광 거제 기반 확대 ▲일자리 창출·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보육·교육 환경 개선 ▲도로 등 기본 인프라 조기 확충 ▲출산 등 인구 증가 지원 등에 예산을 중점 투입할 계획이다.
늘어난 예산은 반드시 시민들에게 성과와 변화로 되돌려 드릴 생각이다.
시민들이 그동안 불편을 겪었던 크고 작은 오랜 숙원사업들이 있는데 이러한 사업들을 챙겨서 직접적인 체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16억원에 불과했던 면·동 주민 숙원사업 예산을 내년에는 57억원으로 늘렸다. 구석구석 다니며 주민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꼼꼼히 챙겨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예산운영을 하겠다.
그 다음에 우리시에 재정한계로 부딪여 왔던 관광인프라와 도시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중점투입하고 동서간연결도로 등 사업비 부족으로 진척이 늦어졌던 분야에 예산을 투입, 주민편익을 증진시키고 천만관광객 시대에 대비한 교통인프라를 조기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프레시안 : 예산확보를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중앙부처와 청와대, 국회를 수시로 찾아갔다고 들었다.
변광용 거제시장 : 뒤늦게나마 다녀온 내역을 챙겨보니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날수로는 57일, 횟수로는 64번이나 출장을 다녀왔다. 통계를 내보니 과거 단체장들보다 3배나 많이 다녔다. 청와대, 중앙부처, 국회를 다니며 많은 인사들을 만났다.
청와대 국정관리실장, 자치발전비서관을 비롯해 각 수석 그리고 행자부·국토부·교육부 장관들을 두루 만났다. 2박3일 동안 여의도에 숙소를 정해두고 국회의원 18명을 만나기도 했다.
국비확보없이는 현안사업, 대형사업 등 정상적 시정추진이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내년에도 보통교부세가 당초예산액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체력이 닿는 한 발품을 팔아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거제가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대상지로 선정됐다. 대상지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력, 앞으로의 추진계획은?
변광용 거제시장 :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대상지 선정은 시민의 하나된 마음이 보여준 값진 성과물이라 생각한다.
지난 7월 220개 시민·사회·자생단체로 구성된 ‘국립난대수목원 범시민 유치 추진협의회’를 발족,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건의문을 국회와 산림청 등 정부부처에 전달한 바 있다.
또한 거리서명운동과 온라인 서명운동 거리캠페인 등 모든 방법을 동원, 힘을 결집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4배나 많고 거제시민의 65프로에 달하는 16만여명이 서명에 동참했을 정도로 유치열기가 뜨거웠다.
산림청 평가를 앞두고 조성 예정지인 동부면 구천리 일원에서 뜨거운 염원을 걷기대회로 담아내기도 했다.
일단 내년에 예비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최종 수목원 조성을 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선정된 두 곳을 동시에 추진할지 순차적으로 할지까지는 확정된 것은 없는거 같다. 우리시는 대한민국 최고의 수목원으로 조성해서 많은 국민들과 관광객이 찾는 거제의 최고 관광 자원 자산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필요한 부분들을 철저하게 준비해나가겠다.
프레시안 : KTX확정, 난대수목원 선정, 저도개방 등 거제에 희소식이 많이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천만관광객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 실현방안은?
변광용 거제시장 : 우리시에서는 국내․외 관광객 1000만명 유치, 거제만의 色 海 休 관광산업 유치,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소득증대라는 정책목표와 세계로 향하는 관광거제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에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만족 관광, 시민과 함께 하는 감동서비스, 일자리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추진기반을 바탕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반조성, 새로운 트랜드에 맞는 콘텐츠 개발, 관광홍보 및 글로벌 마케팅 전개, 관광수용태세 개선 등 4대 전략과제로 세계로 향하는 관광거제를 실현하고 있다.
1000만 관광도시 실현을 위해 가장 기뻤던 소식은 거제-김천 KTX 건설확정과 국립난대수목원 선정, 그리고 47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저도 개방이다.
남부내륙철도 개통과 아직 논란 중이지만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까지 건설된다면, 수도권과 세계관광객을 아우르는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를 갖게 돼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여는 세계적인 국제관광지로 발돋음 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남부 관광단지 조성 사업, 거제 '테르앤뮤즈리조트' 조성 사업, 거제 케이블카 설치 사업 등 민간투자 유치 성공과 국내 최대 규모의 돔형 온실인 '정글돔' 개장에 박차를 가하고 지역관광거점도시 선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거제시는 6.25 한국전쟁 당시 20여만명의 피난민을 받아들여 함께 국난을 극복한 아픔과 인도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인도주의적 역사적 자산에 ‘평화’라는 테마를 입혀 관광콘텐츠하여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드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지금까지 이념대결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포로수용소를 유일무이한 평화상징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 연계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푸른 도시 거제관광특구 지정에 박차를 가하는 등 거제를 글로벌 관광거점 도시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 조선업 업황이 다소 반등하는 분위기인데, 현장에서는 인력수급난이 심하다고 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거제형청년일자리정책을 추진중에 있는걸로 아는데 직접적 효과나 나타나고 있나.
변광용 거제시장 : 조선업 업황이 다소 반등하는 분위기지만 완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선업 업황 회복과는 별도로 현장에서는 장기간 조선업 침체기간에 구조조정 등으로 이탈했던 조선숙련공들로 인해 인력수급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위해 우리시는 청년일자리 창출은 물론 조선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거제형 청년일자리 창출모델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거제형 청년 일자리 창출 모델 사업은 양대조선소와 관내 실업계 고등학교, 거제대학이 협약, 양대조선소 입소생에게 기존 훈련수당 20만 원 외에 80만 원의 장려금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조선기능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시책이다.
소정의 훈련기간이 끝나면 양대조선소에서 채용을 하고 있는데 지금 아주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기준 거제형 청년 일자리 창출 모델 사업으로 양대 조선소에서 훈련을 받은 수료생은 모두 465명으로 이 가운데 93프로인 43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해 29프로의 취업률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 정도로 프로그램의 효과가 상당하다.
또한 훈련생을 대상으로 직영으로 채용한 사례도 있고 해서 조선소에 청년층에서 입소하려는 대상자가 늘고 있다. 이 부분은 청년일자리 확대뿐만 아니라 조선기능인력 양성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돼 내년에도 27억 원의 예산을 투입,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조선업 침체에 따른 인구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구정책조례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담긴 구체적 내용과 방안은?
변광용 거제시장 : 새롭게 제정되는 조례에는 첫째 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경남 최초인 모든 임산부 산후조리비 지원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임산부 다자녀 가족 할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할인점 인센티브 제공, 전입자 혜택을 위한 전입 유공기업체 지원, 신혼부부 주택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대학교 기숙사비 지원 등 많은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른 시・군・구에 비해 거제시가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을 두가지만 말씀드린다면 경남 최초로 모든 산모에게 산후조리비를 지원하는 것과 전국 최초로 시행되고 있는 임산부 다자녀 가족 할인점이다.
특히 할인점 사업은 민・관 협업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음식점, 안경점, 학원, 미용실, 제과점, 카페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할인점으로 구성해 거제 시민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7월 전국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 기관상을 받아 상금으로 1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우리시가 가져올 수 있었고, 9월에는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 임산부 다자녀부문에 대상을 받아 우리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경남에 있는 시・군・구 뿐만 아니라 서울・대구・충남・경기도까지 다른 시・군・구에서 우리시를 많이 벤치마킹 하고 있을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어 내년에도 대시민홍보를 더 강화하고 착실히 추진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거제시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변광용 거제시장 : 지난 1년 반은 시정의 토대로 다지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도전과 전환의 시간이었다. 조선경기 침체로 어려운 우리 지역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희망을 키우고자 노력했다.
거제의 미래를 위해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지난 1년 반 동안 열심히 달려온 결과 새로운 거제로 나아가는 토대가 구축되고 있고, 확실한 변화로 가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제 앞으로 남은 절반의 시간이 더욱 중요해졌다.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임기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거제시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민이 변화와 성과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나와 1200여 공직자들은 일관성을 갖고 세계로 가는 평화도시 거제를 위해 흔들림 없이 달려갈 것이다.
시민과 지역이 요구하는 시장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겠다는 각오다. 그 과정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가겠다.
언제나 시민의 지지가 시정의 운동력이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