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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 신문들의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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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일 한국 신문들의 '블랙 코미디'

조중동-서울-한겨레의 한심한 '분양원가 공약 백지화' 보도

열린우리당과 건설교통부가 1일 당정회의에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기로 확정한 데 대해 2일 주요신문들이 국민다수 여론과 상치되는 보도태도를 보여,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조중동, 업계 목소리 대변하거나 기사 짤막히 보도**

우선 조중동의 보도가 두드러진다. 이들의 보도는 건설업계의 입장에 서서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아예 정부발표만을 간단히 단순중계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1면 사이드 톱 기사로 '분양가 30% 인하될듯'이란 제목으로 정부가 전용면적 25.7평이하 아파트에 연해 원가연동제를 도입키로 하며 홍재형 우리당 정책위의장이 한 "분양가를 수도권의 경우 평당 2백만원까지 떨어뜨려 30%정도의 아파트가격 인하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그러나 이어 "원가연동제는 분양가 규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업계의 반발과 함께 민간부문 소형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업계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특히 채권입찰제로 택지가격이 오르면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면에 '사실상 분양가 규제...시장위축 우려'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 "원가연동제가 실시되면 아파트 품질이 하향평준화되는 과거의 경험이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는 대우건설 임원의 주장을 전하는 등 일관되게 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아예 '짤막하게' 정부발표만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건교부가 우리당과의 당정회의에서 공공기관 1백80개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보고를 했다는 뉴스와 함께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를 사실상 포기한 소식을 함께 묶어 전하며, "원가연동제는 정부가 택지를 감정가로 싸게 분양하는 대신 택지가격과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해 사실상 분양가를 규제하는 제도"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당정에서 건교부 보고사항인 공공기관 지방이전 소식은 1면 톱과 3면 해설기사로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분양원가 백지화 소식은 2면 1단기사로 짤막하게 언급하는 데 그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조중동 보도태도는 이들이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나왔을 초기부터 업계편에 서서 이에 강력반대하는 주장을 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열린우리당의 공약 파기를 '자신들의 승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러니 이들 사이에서 "아직 한국사회의 아젠다(의제) 설정은 우리가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 당-정-업계 목소리 대변에 급급**

조중동이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아예 뉴스를 축소보도하고 있는 반면, 서울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1면 톱으로 '25.7평이하 분양가 30% 내릴듯'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다루며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4.15총선 당시 우리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방침을 사실상 백지화했다"며 "분양가 공개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열린우리당과 건설교통분는 1일 당정회의를 갖고 총선공약이었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제 도입시 비인기 지역의 주택공급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 방침을 거둬들였다"고 부연설명했다.

서울신문은 또한 '당정 공개포기 속사정'이라는 2면 톱기사를 통해 "분양원가 공개방침 백지화에 따라 예상되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보다 공개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게 더 시급하다"는 인식아래 당정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열린우리당이 분양원과 공개 공약을 내건 뒤 공개시 분양금 반환소송 제기에다 주택공급 포기상태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정부와 건설업계로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다"고 말해 이번 결정이 업계와 건교부 등의 로비결과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신문은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규제완화와 시장주의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강도높은 규제"는 우리당 전문위원의 주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끝냈다.

서울신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면 하단에 '업계의 원가공개 반대이유'라는 제목의 박스기사를 통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공급이 줄고 시장원리에 역행한다"는 업계의 협박성 주장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한겨레신문, 분양원가 공개가 우리당 공약이었다는 사실 은폐**

한겨레신문도 1면 톱으로 '분양값 원가연동제 도입'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다루며 당정의 입장을 비판없이 충실히 전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한겨레는 당정 발표를 액면 그대로 전하며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면 공공택지에 짓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 아파트의 분양값을 10~30%정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어 3면에 '25.7평초과 분양값 더 오를 수도'라는 제목의 박스기사를 통해 "25.7평이하 주택은 분양값 규제로 원가공개 논란이 해소되지만 25.7평초과 주택은 분양시점에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라며 25.7평초과 주택의 경우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분양값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을 폈다.

한겨레는 이같은 기사를 전하면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열린우리당 총선공약이었음을 단 한줄도 언급하지 않아, 열린우리당 감싸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단지 3면에 실린 장봉군 화백이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 정지선을 침범한 뒤 이를 째려보는 교통경찰앞에서 '우리당'이라고 쓰여진 자가용을 모은 운전자가 '하하하...하하...'라고 멋적게 웃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렸을 뿐이다.

이밖에 한국일보도 2면에 짤막하게 당정협의 결과를 전하는 등 대다수 신문이 정부나 열린우리당, 업계의 시선을 의식하는듯한 보도태도로 일관했다.

***경향신문만 우리당 공약 포기 비판**

단 한 곳 경향신문만은 이날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라는 제목의 1면 사이드톱 기사를 통해 당정 소식을 전하며 "이는 아파트 건설비 등 분양원가를 공개함으로써 건설-분양회사의 폭리를 막고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열린우리당의 17대 총선 공약을 포기한 것이어서 개혁후퇴 논란과 함께 무주택 서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1면 하단의 김용민 화백의 '그림마당'을 통해 총선후 분양원가 공개 총선공약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 희희낙낙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그려, 우리당의 공약 백지화를 신랄히 비꼬았다.

한국 주요신문들의 2일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 보도 태도는 한국 신문들의 현 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해도 그다지 할 말들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들의 눈에는 분양원가 공개를 원하는 절대다수 국민은 지금 보이지 않고, 단지 광고를 주는 건설업계와 정부여당이라는 권력만 보이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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