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작성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태롭다. 대통령은 우리에게 행동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선택을 남겨놓지 않았다"며 하원 법사위원회에 탄핵소추안 작성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펠로시 의장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대통령은 그의 정적에 대한 조사 발표를 요구하며 군사적 원조와 백악관 회담을 보류함으로써 우리의 국가 안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애석하게도, 그러나 확신과 겸손에 찬 마음으로 (제리 내들러 법사) 위원장에게 탄핵소추안 작성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며 "대통령은 권한 남용을 통해 우리의 국가안보를 약화시켰으며 선거의 온전함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말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걸어나가고 있는데, 친 트럼프 매체로 평가받는 <싱클레어 뉴스>의 기자가 "의장, 대통령을 증오하냐"고 질문해 잠시 논쟁이 일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다시 연단으로 돌아와 "그런 말로 나를 건드리지 말라"며 "가톨릭 신자인 내게 증오라는 말을 쓴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기자는 자신의 질문은 전날 법사위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을 되물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펠로시 의장은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민주당)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기자회견장의 이같은 해프닝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이슈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감정적 대립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빨리 탄핵해라. 상원에서 공정한 심판 절차 거칠 것"
이런 감정적 대립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조사가 시작된 이후 하루에 수십개의 트위터 게시물을 올리면서 민주당과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발표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무 것도 안 하는 급진좌파 민주당 인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나를 탄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그들은 이미 터무니없는 뮬러 사안(러시아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에 대해 단념하더니 이제는 적절했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두 통에 매달린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중요한 경우만 극도로 드물게 사용되던 탄핵 행위가 미래의 대통령들을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며 "이는 우리의 건국자들이 염두에 뒀던 것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공화당이 이보다 더 단결된 적이 없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또 "나를 탄핵할 거면 지금, 빨리 해라. 그러면 우리가 상원에서 공정한 심판 절차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이유는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하원을 거쳐 상원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탄핵조사와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쳐 탄핵안이 가결이 되면 상원에서 탄핵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통령 파면 여부가 판가름 난다.
현재 의석수 구성상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에서도 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