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하락하려면 집을 '사는 사람'은 적고 '파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거기에다 '신규공급'이 더해진다면 집값하락의 3박자가 갖추어진 셈이다. 하나씩 알아보자.
올해 집을 '사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작년 9.13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대출을 금지했으므로 투기수요가 상당히 감소했다.
그러나 실수요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실수요자들이 2017년과 2018년 내집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목적으로 매물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2년간 내집마련을 하지 못한 실수요가 대기수요로 남아있으므로 올해 실수요는 상당한 규모일 것이다.
그에 더해 또 다른 투기수단인 '갭 투자'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므로 '사는 사람'의 규모는 작지 않을 것이다.
서울주택 신규공급 년 2만채 미만
'신규공급'은 어떤가?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서울주택은 매년 2만 채 미만 증가했다. 즉 신규공급이 2만채 미만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에 미미한 수준이다.
3박자 중에서 '사는 사람'은 지난 2년보다 줄긴 했지만 상당한 규모이고, '신규공급'은 미미하다. 그러므로 '파는 사람' 즉 기존주택의 매도가 얼마냐에 따라 서울집값이 하락할지 안 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기존주택이 얼마나 매물로 나올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기존주택을 누가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를 알면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에 의하면 2018년에 서울에서 무주택가구는 195.5만으로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었고, 1주택가구는 136.4만이었다.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52만이었는데,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132만채가 넘었다. 132만채에서 52만채를 제외한 80만채 이상은 다주택자들이 투자 혹은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주택이다.
서울 다주택자들이 투자목적으로 매입한 주택 80만채 이상
지금의 주택시장 상황에서 1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주택이 매물로 나온다면 다주택자가 투자(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80만채일 가능성이 높다.
이 80만채 중 얼마나 매물로 나올지가 서울주택시장의 공급을 결정하고, 나아가 서울집값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80만채의 소유자가 52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언제 매도할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그런데 그 80만채가 어떤 주택인지,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주택을 매입하게 만든 유인책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주는 문서가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이다. 그 문서의 3쪽에는 '집주인'에 대한 혜택이 열거되어 있는데, 지방세와 임대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거의 안 내게 해준다. 심지어 건보료 부담까지 완화해준다고 했으니, 이대로만 실행된다면 가히 "다주택자의 천국"이 이 땅에서 실현될 터였다.
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LTV·DTI 규제도 그 집주인들만은 예외로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맘껏 대출을 받아서 주택에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문서였다.
이 문서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정부의 공식문서다. 당연하게도 이 문서에 기재된 집주인에 대한 혜택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되었다.
2018년 임대사업자들이 서울주택 약 7만채 신규매입
이 문서가 발표된 2017년 12월을 전후로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했다. 그 많은 세제혜택과 금융혜택을 정부가 약속하고 시행했으니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국토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2017년 서울에서만 임대주택이 7만채 등록되고 2018년에는 무려 14만채가 등록되었다.
그 주택의 절반이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절반은 신규 매입했을 것이다. 2018년에만 서울에서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주택매입이 7만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에서 밝혔듯이 2018년 서울에 신규공급된 주택은 2만채 미만이었다.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주택수요를 제외하고 임대사업자의 주택수요만으로도 신규공급의 몇 배에 달했으니, 서울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다주택자의 투자목적 80만채 중 48만채는 임대주택
2017년과 2018년 임대주택등록이 급증한 결과 2018년 말 현재 서울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약 48만채로 증가했다.
임대사업자는 곧 다주택자들이다. 그리고 임대주택은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 즉 투자(투기) 목적 주택이다. 그러므로 서울의 임대주택 48만채는 앞의 통계청 통계에서 산출한 80만채 주택의 일부일 것이다.
앞에서 서울집값의 향방이 다주택자들이 투자(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80만채가 매물로 나올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 80만채의 60%인 48만채가 임대주택이므로 서울집값은 48만채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느냐 아니냐에 의해 결정된다.
48만채 임대주택 8년간 매도금지
48만채의 임대주택 중 얼마가 매물로 나올까?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임대주택에 대해 엄청난 세제혜택과 금융혜택을 제공하면서 정부가 집주인들에게 요구한 조건이 두 가지였다.
매년 임대료 인상을 5% 이하로 하라는 것과 8년간 임대하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8년간 매도금지라는 조건에 묶인다.
그러므로 향후 서울집값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48만채의 임대주택은 앞으로 6년간 매도할 수 없다. 다주택자의 투자목적 주택의 60%가 6년간 매물로 나오지 않으므로 서울집값 하락은 기대할 수 없다.
보유세를 두 배로 인상해도 48만채는 종부세 1원도 안 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분야의 유일한 질문자였던 '워킹맘'은 대통령께 이런 요청을 했다.
"대통령님,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매도하도록 정책을 펴주세요."
그 주택을 무주택자들이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워킹맘은 대안도 제시했다.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내려서라도 다주택자들 매물이 나오도록 해주세요."
서울집값 하락을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는 대안제시였다. 그러나 이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몰랐기에 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정책이 유지된 상태에서는 보유세를 설사 두 배로 인상한다고 해도 48만채 임대주택 소유자는 보유세인 종부세를 1원도 안 낸다.
시민단체의 "보유세 강화" 주장만으로는 실효성 없어
여러 시민단체들이 서울집값 안정책으로 주장하는 "보유세 강화"도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하지 않으면 보유세를 강화한들 서울집값 하락에는 하등의 효과가 없고, "조세의 공정성" 실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유세 강화"가 효과를 내려면, 그 전에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정부가 그럴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누가 나서서 임대사업자 세금혜택 폐지를 이뤄낼 것인가? 그런 선구자가 없다면 서울집값은 압도적 다수 국민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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