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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장관 교체설의 의미 혹은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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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장관 교체설의 의미 혹은 '음모'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5> 이창동과 스크린쿼터-언론개혁

***이창동 문광부 장관 교체설의 의미 혹은 음모**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교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장관의 후임으로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동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 장관이 이번 개각에서 물러나면 지난 2003년 2월에 입각한 이후 만 1년3개월만의 일이다.

이창동 장관의 중도하차는 본인 스스로의 발언을 놓고 볼 때 예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돼 온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입각 초기 이 장관은 평소의 신중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심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긴 해도 이 장관의 낙마를 가장 반겨할 사람은 이 장관 본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취임 이후 이창동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여러 정책을 놓고 볼 때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일 수 있다. 이창동 장관은 취임 직후 문화부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국가 문화정책의 지속성, 일관성, 효율성을 위해 각 부서간 업무 매뉴얼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1년간 문화부조직 전체가 매달려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문화비전 계획수립’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밖에도 문화예술진흥원을 방송위원회나 영화진흥위원회처럼 문화예술진흥위원회로 개편하는 문제라든지 예술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새예술정책’ 등등 비교적 긴 시간을 두고 장관이 끝까지 ‘만져줘야’하는 정책들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장관의 성격으로 볼 때 ‘한번 몸을 담근 이상’ 뭔가 일의 결론을 낼 것이며 무책임하게 자리를 털고 나설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영화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가 대체로 그의 입각을 환영했던 것은 이제야말로 문화관련 사업이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때문이었다.

때문에 이창동 장관이 물러나는 것은 문화계로서는 큰 손실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넘어서서 일각에서는 그의 교체가 정치권의 단순한 지형변화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깔려 있는 보다 정교한 복선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는, 일종의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할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진 않지만 영화계에서는 벌써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개혁파 영화인들의 모임인 영화인회의의 이춘연 이사장은 “집권 2기가 시작되는 만큼 장관 본인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을 수도 있다”며 “장관직이라고 하는 것이 본래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자리가 아니냐”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 장관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후 정계개편을 예상해 그간 추진해 온 중요 정책사안들을 우선순위를 두고 가능한 한 빨리 매듭을 지으려고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춘연 이사장의 이런 반응은 영화나 문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낮은 인식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문화부장관 자리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사들이 더 큰 도약을 위해 한번쯤 흘러가는 자리가 아니냐는 일정한 불만도 담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집권 5년동안 문화관광부 장관이 무려 다섯번이나 교체됐다. 초기 신낙균 장관에서 박지원, 김한길, 남궁진, 김성재 장관으로 바뀌었으며 신낙균 박지원 장관이 약 1년6개월씩, 김한길 장관이 1년여를 재직한 것을 제외하고는 남궁진, 김성재 장관은 각각 6개월, 7개월 정도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술가 출신을 장관으로 기용하자 적어도 문화부 장관만큼은 다른 부처와는 달리 장수하지 않겠느냐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이창동 장관 교체를 둘러싼 음모설에는 언론개혁과 스크린쿼터 문제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집권 2기에 몰아닥칠 언론개혁을 앞두고 이를 가능한 한 저지해 보려는 조선 동아 중앙 등 이른바 ‘빅3’ 신문사들이 의도적으로 이창동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중동은 일찍부터 개각설 보도에 있어 이창동 장관의 교체를 의도적으로 그리고 줄기차게 흘려왔다.” 이 문화부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빅3’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창동 장관이야말로 정치적 물타기가 어려운, 각종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독립해 있는 ‘난공불락’의 인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누가 됐든 앞으로 정치권 출신의 인사가 문화부장관이 되는 한 냉철한 태도를 유지해야 할 언론개혁의 과제는 이미 물건너간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영화계는 영화계대로 스크린쿼터의 조기 폐지 혹은 축소가 불가피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창동 장관이야말로 스크린쿼터 폐지 문제에 있어 반대론자들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측에서는 쿼터제 개선에 있어 이 장관을 가장 껄그럽게 생각해 왔을 수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교체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정부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가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관 교체설이 흘러 나오는 와중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경제부처에서는 경제회생을 위해 1백52개에 달하는 각종 규제를 당장 풀어야 한다며 스크린쿼터 문제를 대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쿼터 논란에 있어 미국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외교 및 경제부처에서 내심 이창동 장관의 교체를 바라고 있었다는 음모설은 그래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 2기를 향한 단합된 정부의 조직력을 위해서든, 복잡한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든, 이창동 장관의 교체는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저급한 현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대계는 장기적인 문화정책의 비전에 뒷받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를 ‘들러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1959년에서 1969년까지 대통령에 있는 동안 소설가 앙드레 말로를 문부성장관으로 임명,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의 문화부장관은 하루살이 인생이자 파리목숨이다. 국내 문화환경이 척박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에 귀 기울일 때다.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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