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의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시한인 5월3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5~6곳 지역 주민들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청원할 예정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유치청원을 하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핵폐기물처리장 예비신청을 완료하는 9월15일까지 지역에서 극단적인 찬반 갈등을 겪게 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고창, 영광, 삼척, 울진 주민 핵폐기장 유치청원할 듯**
산자부와 반핵국민행동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전북 고창군 해리면 주민들이 산자부에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청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26일에는 전남 영광군 홍농읍 주민들이 유치청원을 할 예정이다.
산자부는 삼척시, 울진군 등에서도 유치청원을 해 최종적으로 5~6곳에서 유치청원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역 반핵 단체와 환경단체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자부가 지난 2월4일 내놓은 '핵폐기물처리장 부지의 신규 유치공모에 대한 공고'에 따르면 유치청원은 읍ㆍ면ㆍ동 유권자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유치청원 후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 등 지역 의견 수렴을 거쳐 9월15일까지 예비신청을 하게 된다. 예비신청이 확정된 지역은 현재 예비신청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된 전북 부안군과 함께 9월15일 이후 주민투표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주민투표는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며, 과반수 찬성을 얻게 되면 신청이 확정된다.
***4개월간 극단적 갈등 확실시 돼**
애초 5월 안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각 지역 주민들의 유치청원이 확실시됨에 따라 해당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유치청원이 확실시되면 지자체장의 예비신청 시한인 9월15일까지 극단적인 갈등이 확실시 된다. 예비신청이 완료되면 주민투표 시점으로 예상되는 11월까지 사실상 '제2, 3의 부안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반핵국민행동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핵폐기장 시설이 절대 안전하다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등과 지역발전을 보장하겠다는 산자부의 약속을 믿고 주민 일부가 핵폐기장 유치청원을 결심한 덕분에, 이제 전국 곳곳이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지난해 부안 사태에 이어 또 다시 핵폐기장 문제로 큰 걱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핵국민행동은 24일 전국의 해당 지역 주민들과 상경집회를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31일까지 항의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치청원이 완료되면, 해당 지역 지자체장과 의회에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등 '부안 사태'가 재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산자부, "여기서 밀리면 안 돼"**
산자부도 사실상 이번 유치청원을 노무현 정권하에서 핵폐기물처리장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산자부는 해당 지역에 대한 적극적 홍보에 나서는 것은 물론, 정치권 설득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17일부터는 당론으로 '탈핵'을 채택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4박5일 일정으로 영광, 고리, 월성, 울진, 삼척 등 주요 후보지를 방문하는 데 원전사업지원단장 조석 국장이 동행해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기도 했다.
산자부의 이런 모습은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다급한 심정이 반영된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단 5월 유치청원이나 9월 예비신청이 무산될 경우 산자부의 핵폐기물처리장 정책이 대폭 수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산자부가 핵폐기물이 포화되는 시점을 2007~8년으로 공언해 왔기 때문에, 2004년 안에 핵폐기물처리장 부지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원자력 발전 확대를 추진해온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부안 사태'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소극적인 각 지역 지자체장이 2006년 지방 선거를 앞둔 2005년에 이런 민감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산자부의 조바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생의 정치, 민생정치 우선'을 내세우며 집권 2기를 시작한 현 정부가 극단적인 갈등이 예상되는 핵폐기물처리장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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