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을 시한이 이미 지났다는 충격적인 경고가 나왔다. 이미 지구가 기후변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났다는 주장이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세계는 이미 일련의 변화 지점을 넘었으리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며 "현 위협은 '문명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며 우리는 '행성 비상 사태'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티핑 포인트'란 특정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기를 뜻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경우를 인간이 지구 기후를 통제하기 불가능해지는 티핑 포인트로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2030년까지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리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미 인류가 티핑 포인트를 넘었을 수 있다는 게 해당 보도 내용이다.
<가디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관련 논평을 낸 연구자들을 인용해 "이미 지구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섭씨 1도가량 가열됐음에도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여전히 상승해 지구 평균기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북반부) 영구 동토 등에서 메탄가스가 방출하는 티핑 포인트가 다른 부문에도 계단식으로 영향을 미칠 시점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난 4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영구 동토층이 기후위기로 붕괴할 위기가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조 전 원장은 북극권이 지구의 다른 곳보다 더 가열돼 해빙이 녹는 속도가 가속화함에 따라, 북해 내부에 잠재한 메탄하이드레이트(일종의 메탄 얼음)가 공기에 노출돼 온실가스 방출이 가속화하고,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에서도 땅속에 갇혔던 메탄이 방출돼 산소와 결합, 이산화탄소가 돼 지구 온실화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전 원장은 이 같은 상황, 즉 지구 스스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상황(티핑 포인트)이 온다면 인류가 기후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해지리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이와 관련해 이번 <네이처> 집필을 주도한 팀 렌튼(Tim Lenton) 엑서터 대학 교수는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이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방출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렌튼 교수는 또 유럽을 데우는 대서양의 걸프만 해류의 유속도 20세기 중반보다 15%가량 느려졌다며, 이는 자연적 변화일 수 있으나 기후변화의 결과 상황이 더 나빠지리라는 징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위도상 높은 위치에 있는 나라가 많음에도 유럽 여러 나라의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유는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는 게 렌튼 교수의 지적이다.
<가디언>은 이 밖에도 1970년 이후 아마존 열대 우림의 17%가 사라져, 건조가 심화하는 티핑 포인트가 현재로부터 (우림 손실치) 20~40% 범위에 도달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북미 온대림은 연이어 발생하는 화재와 해충 발생으로 인해 새로운 탄소 배출 원천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각자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구의 기후위기를 더 가속화(양의 되먹임)하게 된다.
필 윌리엄슨(Phil Williamson)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교수는 "여러 위험이 상호 작용해, 한 변화가 다른 변화를 강화하고, 그에 따라 급격한 '폭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렌튼 교수는 "(기후 행동을 주도한) 청소년들이 옳았다"며 "이제 기후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거나, (적어도 그 시점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변화 추이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마틴 시거트(Martin Siegert) 런던 임페리얼 대학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율을 측정할 지질학적 선례가 없다"며 "인류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티핑 포인트를 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아직 인류가 티핑 포인트를 지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연구 결과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정확한 티핑 포인트를 산출해내기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티핑 포인트가 과학적으로 논쟁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티핑 포인트에 다다를 경우의 잠재적 피해는 너무 크므로, 긴급한 국제적 행동이 필요하다"며 "지구의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이 이미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진의 말을 인용했다.
피어스 포스터(Piers Forster) 리즈 대학 교수는 <네이처> 연구진의 '티핑 포인트에 이르렀다'는 발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들이 주장하는 위험은 실제적"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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