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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태극기>로 번 돈 거의 까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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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태극기>로 번 돈 거의 까먹다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4> 국내 극장가 3~4월 분석

***영화계,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로 번 돈 거의 까먹다
---국내 극장가 3,4월 분석 및 6,7월 전망**

장윤현 감독은 영화계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이다. 흔히 영화판이라 불리는 국내 영화계에서 사업을 할 때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무조건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 영화사업은 때론 크게 성공하지만 때론 크게 망한다. 장윤현 감독은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1996년 데뷔작 <접속>을 성공시킨 장윤현 감독은 이후 작품으로는 <텔 미 썸딩> 단 한편에 불과할 만큼 과작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비교적 비중있는 작가로 주목받아 왔다. 문제는 감독이 아니라 그가 제작자로 나설 때다. 그는 지금까지 <연풍연가>에서부터 <꽃섬> <와일드 카드>를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라이어>를 만들었다. 이중에서 <와일드 카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편은 내리 망했다. 특히 최근의 <라이어>는 그에게 큰 상처가 됐다. <라이어>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늦깎이 흥행감독이 된 김경형 감독의 신작이다. 4월 23일에 개봉돼 상영 3주째를 맞고 있는 이 영화는 전국에서 고작 19만2천명의 관객만을 모았을 뿐이다. 김경현의 전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전국 5백만을 모았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작품의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혹은 마케팅 탓이었을까. 문제가 무엇이었든 간에 흥행실패의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프로듀서, 제작자가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이어>의 실패를 장윤현에게만 돌리기에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라이어>뿐 아니라 3월과 4월 두달 동안 개봉된 영화 대부분이 흥행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영화계의 조사에 따르면 3,4월 두달 사이에 국내 관객수는 급감에 급감을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성수기에 나타나는 금토일 3일간의 주말 관객수 최고치는 서울 70만~80만명선. 비수기에는 이의 절반수치인 40만명선이다.

하지만 올 3,4월은 보통 때의 비수기보다 훨씬 더 비참한 수준이었으며 주말 3일간의 평균 관객수는 40만을 한참 밑돌아 30만명선에서 간신히 턱걸이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자 장윤현의 실수라면 시장상황이 가장 안
좋은 시기에 자신이 제작한 영화 <라이어>를 배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다른 모든 제작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화가 경기를 부양시키는 키 롤(Key Role)을 해낼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을 것이다. 참고로 지난 해에는 비슷한 시기에 <살인의 추억>이 나와 비수기 경기를 성수기 경기로 바꿔 놓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어쨌든 이 얘기는 곧 지난 3,4월간 시장을 견인해 나갈 이렇다 할 흥행작을 영화계가 만들어 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연말부터 3월초까지 벌어 놓은 돈을 3,4월 두달동안 몽땅 까먹었다." 영화관계자들의 이 말은 엄살이 아니다. 실제로 천2백만 관객을 모은 <실미도>로 매출액 8백20억, 순수익만 2백억원 정도를 벌어들인 시네마서비스는 3월부터 최근까지 개봉된 영화들로 이를 거의 잃은 셈이 됐다.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아홉살 인생> <바람의 전설> 등이 참패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간신히 BEP를 맞춘 수준이었다.

현재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 선전하고 있으나 제작비 60억원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백35만의 관객을 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째인 현재 1백만 관객을 조금 넘긴 상태. 불안한 지점에 서있는 셈이다. 게다가 앞으로 개봉될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의 흥행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어지는 영화들, 곧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와 김상진 감독의 <귀신이 산다>에도 불안한 눈초리가 모아지고 있을 정도다.

시네마서비스가 이럴진대 다른 배급사, 제작사들 상황도 비슷한 처지들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제작사인 강제규 필름과 거액의 수익금을 나눠 갖게 된 배급사 쇼박스 역시 다른 작품의 흥행은 우울한 수준이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 <마지막 늑대> 등은 극장가에서 낮은 포복을 해야만 했던 작품이다. <범죄의 재구성>은 당초 3백만 이상의 관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간신히 2백만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J상황도 매끄럽지 못하다. <맹부삼천지교>가 잠깐 반짝했으나 워낙 한국영화 라인업이 예년에 비해 적었던 데다 현재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 수확을 올릴 만한 작품을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다.

국내 영화계 및 극장가가 5월 중순까지 오는 동안 이전에 벌어 놓았던 돈을 모두 까먹은 상태인 탓에 앞으로인 6월과 7월 두달간 상당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올 한해 매출 전선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월 중순부터 7월말까지 개봉되는 국내영화 및 외화로는 <킬빌2>를 시작으로 <트로이>와 <하류인생> <투모로우>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페이스> <아는 여자> <스파이더 맨2> <령> <슈랙2> 등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의 경우는 곽재용 감독, 전지현 장혁 주연의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외화의 경우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 <투모로우> 등이 전체 극장 경기를 새롭게 부양시킬 주요 영화들로 꼽히고 있다. 이들 영화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전체 극장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경기 부양의 메인 롤을 잘 수행해 내면 한국영화는 7월말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공포영화들의 흥행 붐으로까지 이어져 꺼져 가는 숨을 되살려 낼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지금의 국내 영화산업을 분석하면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환영,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일이다. 두 작품의 수익으로 채워진 영화판 곳간은 벌써부터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6월과 7월 두달간 개봉될 영화들이 반드시 흥행에서 선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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