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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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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자살 두고 "사법부도 공범이다" 비판 제기돼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비보가 전해진 후, 25일 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양형 기준을 재정비할 것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동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고 구하라 씨가 전 연인 최종범(28) 씨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던 부분은 최 씨가 구 씨 관련, 동영상 촬영을 했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점이다. 일명 '디지털성범죄영상'. 데이트폭력을 당한 날, 구 씨는 최 씨에게 폭행당했음에도 영상물을 삭제해달라며 최 씨를 쫓아가서는 최 씨가 탄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릎 꿇고 빌기까지 했다.

검찰은 최 씨가 당시 구 씨 의사에 반해, 영상을 촬영했고 구 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재판부의 결론은 달랐다. 최씨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구하라 씨의 사망 사실이 전해진 후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쏟아졌다.

재판부 "의사 반해 찍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0단독(부장판사 오덕식)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 씨는 상해·협박·강요·재물손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촬영)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다른 혐의들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오덕식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촬영된 사진을 보고도 성관계 동영상과 함께 삭제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 또한 피의자의 사진을 촬영했던 당시 정황 등을 볼 때 명시적으로 촬영에 동의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찍은 것으로 보이지 않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할퀸 상처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협박과 강요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당시 재판부는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판정에서 비공개로 성관계 영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구 씨 측 변호인은 반발하며 "성관계 영상인 것은 분명하고 양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장이 확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무리 비공개라고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차 가해다"라고 맞섰다.

"여성의 외침에 가장 먼저 답해야 할 곳은 법원"

구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1심 판결 내용과 주심 판사를 비롯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언론, 구씨에게 악성댓글을 단 누리꾼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녹색당은 논평을 통해 "여성혐오의 처절한 피해자"라며 "'구하라 동영상'을 기어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든 이들. 여성 연예인의 사생활을 조회수 장사를 위해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기자와 언론사. 애교를 집요하게 강요하고 조신한 인형처럼 굴지 않으면 태도를 문제 삼던 방송. 이윤을 위해 여성아이돌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 모두가 여성혐오의 가해자들이며 이 비극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포털의 댓글 기능을 폐지해야한다"며 "오직 악의와 모욕과 성적 비하로 점철된 포털의 기사 댓글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방기하는 악랄한 처사”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그에게 '반성하고 우발적이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오덕식 부장판사는 고 장자연 씨 성추행 혐의의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것은 재판이 아니라 만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불법촬영 피해를 입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피해 사실이 대중에 여과 없이 알려지며 2차적 피해를 입었던 고인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면, '아직 살아남은' 여성들은 가슴깊이 비통할 수밖에 없다"고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강 대변인은 "오늘은 여성폭력추방의 날"이라며 "'미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외침에 가장 먼저 응답해야 할 곳이 바로 사법부"라고 꼬집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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