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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중국-금리 '3중 쇼크'로 증시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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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중국-금리 '3중 쇼크'로 증시 '패닉'

주가 48포인트 폭락, 장중 한때 67포인트 빠지기도

주가가 10일 대폭락했다. 장중 한때 주가가 67포인트나 빠지면서 일시 거래가 중단될 정도로 이날 증시에서는 '공황적 투매' 양상이 연출됐다.

이날 주가폭락은 한국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외국투자가들이 미국의 금리 조기인상설과 중국쇼크, 3차 오일쇼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나 증권사들의 당초 전망과는 달리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뿐 아니라 중장기투자를 하는 뮤추얼펀드들까지 한국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증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피의 월요일', 대폭락**

10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7.64 포인트가 내린 831.10으로 출발한 뒤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급격히 확대돼 48.06 포인트(5.73%)나 폭락한 790.68로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지난 2000년 6월15일 48.32 포인트 이후 역대 9번째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오후 1시55분 8백선이 붕괴되면서 패닉상태가 연출돼 오후 2시를 지나면서 한때 67.43 포인트가 하락한 771.31까지 폭락했다. 이에 오후 2시14분에 프로그램매매호가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돼 오후 2시19분까지 호가가 중단되기도 했다. 사이트카 발동은 노무현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3월12일 이후 올들어 두 번째이다. 그후 장 막판에 외국인이 순매도 규모를 줄이면서 낙폭이 다소 좁혀져 48.06%포인트 하락으로 간신히 장을 마감할 수 있었다.

외국인은 324억원의 매도 우위로 9일째 `팔자'에 나섰으며, 기관도 6백92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들만 막판에 `사자'로 전환해 7백96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날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집중매도해 장중 50만원대가 붕괴되는 급락세를 보인 끝에 5.74% 하락한 50만9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종합지수도 지난 주말보다 4.91 포인트(1.13%)가 낮은 431.34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결국 28.84 포인트(6.61%)가 하락한 407.41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4월9일의 404.9 이후 가장 낮은 것이고 이날 장중 최저치지수인 401.1 역시 작년 4월28일의 400.5 이후 최저치였다. 지수 하락률(6,61%)과 하락폭(28.84 포인트)도 모두 올 들어 가장 컸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크게 휘청거려, 일본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554.12포인트(4.84%) 내린 10,884.70으로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215.21포인트(3.56%) 낮은 5,825.05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2002년 10월10일 이후 가장 큰 5.7%의 일간 낙폭을 보여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주일새 한국펀드에서만 4억8천만달러 이탈**

이날도 주가폭락을 견인한 세력은 외국투자가들이었다. 이들은 미국의 조기금리인상설로 증시에서 채권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특히 한국 등 아시아의 경우 전세계에서 중국쇼크와 3차 오일쇼크에 가장 취약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아시아 엑소더스(탈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나 일부 국내증권사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외국투자가들은 이머징마켓에 속한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대표업체인 삼성전자로 매도가 몰리고 있으며 여기에는 헤지펀드는 물론 비교적 긴호흡으로 투자하는 뮤추얼펀드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4월29일~5월5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흥시장 펀드에서 외국계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증권은 10일 펀드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주 아시아지역 펀드에서 전주(4월22일~4월28일)의 9천4백60만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4억2천4백8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지역을 포함한 전체 신흥시장 펀드에서의 유출 규모도 전주의 3억2천6백80만달러에 비해 11억1천4백50만달러로 급증했다.

한화증권은 같은 기간에 아시아지역 펀드, 인터내셔널 펀드, 태평양 지역 펀드 등에 포함된 한국관련 펀드에서 총 4억8천만 달러의 해외 자금이 이탈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자금유출과 외국인 매도로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세계지수가 0.1% 하락한 데 비해 신흥시장 지수는 2.5% 떨어졌고 아시아 신흥시장 지수는 3.3%나 하락했다고 한화증권은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주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

***제3차 오일쇼크**

이날 주가폭락에는 이라크 송유관 습격사실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금주중 배럴당 40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 결과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이 10일 전세계 주요 41명의 석유 딜러와 분석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1명 가운데 32명이 유가가 계속 올라 금주중 배럴당 40달러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1주전 조사에서는 42명 가운데 19명이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처럼 일주일새 유가전망이 바뀐 것은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소비량이 늘어나는 대신, 미군의 이라크포로 학대 폭로로 인해 아랍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석유생산시설에 대한 테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주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가해져 5명이 사망한 사건에 이어, 이날 세계 두번째 산유국인 이라크 송유관이 저항세력의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같은 불안을 낳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에너지 분석가인 제임스 토마스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노동자 및 이라크 송유관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을 주목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알카에다의 다음 공격목표가 석유공급을 교란시키는 것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부시의 이라크침공으로 야기된 제3차 오일쇼크 위기가 한국경제의 치명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중국 연착륙 과연 가능할까**

여기에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중국쇼크' 우려감도 주가급락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이코노미스트 롭 서버러먼과 존 르웰린은 조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지난 해 전세계 GDP의 4%에 불과하지만 세계 경제 성장률로는 13%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 산업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크다"면서 "중국은 세계 주요 원자재의 20~40%를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 스탠리의 스테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둔화가 세계에 미칠 영향은 가볍지 않다"면서 "중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아시아와 아마도 그 나머지 세계는 감기에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리먼 브라더스의 서버러먼과 르웰린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아시아의 GDP 성장률은 3% 포인트까지 감소되고, 특히 일본은 성장률이 0.5% 포인트 줄어들어 최근의 경제 회복세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세계적 이코노미스트인 한국계 손성원 수석부행장도 중국이 지금까지 경제 부침의 사이클을 겪어보지 못한 점을 들어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나머지 세계 경제도 그 여파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의 고위관계자도 "중국경제는 IMF사태를 겪기 전의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멈추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자전거 경제'"라며 "최근 중국정부가 재정파탄 위기와 두자리 숫자 인플레이션 위협 때문에 과열경기 진작에 나섰으나 과연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몇몇 수출대기업의 호황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가려져 있었던 한국경제의 위기구조가 외국투자가들이 이탈하면서 빠르게 그 실체를 수면위로 드러내는 위기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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