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에 이은 돼지열병 확산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겨울새 독수리들이 농민들에게 반갑지 않은 천덕꾸리기로 전락했다.
매년 겨울, 먹이를 찾아 경남 고성 들녘으로 날아드는 독수리는 많게는 600여 마리에 이른다.
지난 21일 고성군청 인근 하늘을 독수리들이 유유히 활공하고 있었다. 고성군은 지금까지 100마리에서 200여 마리의 독수리가 도래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독수리들의 겨울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먹이 구하기가 어려워지게 생겼다.
독수리는 겁이 많아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는데 국내 중간 기착지가 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지역으로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오리 등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다는 것만 확인된 상황에서 지난 4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독수리 등 야생조류의 먹이 제공을 잠정보류 할 것을 알리는 공문을 고성군에 보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공문에서 탈진한 독수리나 폐사체를 발견할 경우 바이러스 검사를 선행할 것과 폐사체는 신속히 매몰처리 하도록 대응방법도 알렸다.
수많은 철새 가운데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덩치 큰 독수리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생겼다.
담당은 또 “최근 농민들과 회의(간담회)를 했다. 독수리가 조류인플루엔자나 돼지열병을 옮긴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농민들의 우려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는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독수리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거나 전파할 염려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는 조류학계의 주장도 축산농의 불신을 해소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올해 동물보호단체나 개인들이 당장 먹이 공급을 중단할 경우 경남 고성을 찾은 독수리들은 올 겨울 생존에 가장 큰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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