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홍콩 불안의 근원, 부동산 헤게모니를 들여다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홍콩 불안의 근원, 부동산 헤게모니를 들여다보다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의 저자 앨리스 푼과의 대화

홍콩 시위가 6개월 째에 접어들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항은 격화되고 있고 홍콩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 보름 간 여러 명의 청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수백 명의 청년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대학을 지키려 하고 있다. 경찰 폭력이 살인적 수준에 다다름에 따라 시위대의 대응도 격화됐지만 이 모든 비극이 홍콩 정부가 자초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날 홍콩 시위가 왜 이토록 격화되고 있고 어떤 사회적 모순 속에서 태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홍콩은 광주다'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며 더 좋은 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홍콩 사회의 특수성과 그에 기반한 모순을 이해해야 더 잘 연대할 수 있다.

홍콩 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홍콩은 한국만큼이나 끔찍한 부동산 지옥이다. 이곳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살만한 집을 구하기 어렵다. 지난 20년 간 부동산 재벌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왔고 정부 엘리트들은 이에 협조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 그 맥락을 정리한 홍콩의 베스트셀러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의 저자 앨리스 푼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인터뷰는 홍콩의 급진 연구 활동가 그룹인 <라우산(流傘)>이 진행했으며 지난 6일 라우산 블로그를 통해 공개됐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가 <라우산>의 동의를 얻어 번역을 하고 번역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편집자

▲앨리스 푼의 저서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land and the ruling class in hongkong)

홍콩 시위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높은 임대료는 홍콩 사회의 모순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다. 홍콩 시민들의 삶은 '임대료'에 좌지우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반에 가까운 홍콩 인구는 월 2만 HKD(약 300만 원)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있으며 이는 가구당 평균 소득의 70%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수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택을 지을 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내를 둘러싼 미사용 토지의 가용성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더 많은 공공주택을 짓거나 임대료를 줄이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홍콩에 남아있는 옛 영국 식민지 기관들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이곳의 관료들은 토지 개발자이자 토지 프리미엄 협상가로서 직접 토지 재취득과 토지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공공기관과의 협의나 감독 없이 민간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납세자 기금을 사용한다.

도시재생국(URA), 홍콩도시철도(MTR), 링크부동산투자신탁 등 홍콩의 준공공기관들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토지 프리미엄이 주는 이익에 의욕을 보인다. 가령 MTR은 홍콩 시민들의 생활비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교통요금을 인상해왔다. 아시아 최대의 부동산투자신탁인 링크리트사(Link REIT)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올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특별행정자치구(HKSAR) 정부의 전제 세수에서 토지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모할 정도다. 2017년, 폭등하는 교통요금 문제에 대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앨리스 푼(Alice Poon; 潘慧嫻)은 수십 년 간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전략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홍콩에서 가장 큰 재벌인 선헝카이 부동산의 공동창업자 고 쿽탁셍의 개인 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1880년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을 우연히 읽게 됐다. 그 책이 비판하는 '지역 사회에서 불로소득을 뽑아내는 토지 소유자들'이 홍콩 부동산 업계에서 꽤 익숙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이에 대해 더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녀의 저서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 (Land and the Ruling Class in Hong Kong; 地產霸權)>은 1984년 영국과 중국 양국이 서명한 '홍콩에 관한 영국중국공동선언'에서, 리카싱 등 여섯 가문이 토지 공급 제한법률을 이용해 어떤 식으로 홍콩의 토지에 대해 독점권을 형성했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당초 2005년 출판된 이 책은 중국어 번역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공개 담론에서 '부동산 패권'(地產霸權)을 부상시켰으며, 토지정의 운동의 시금석이 됐다.

우리는 이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홍콩 시위에 홍콩 토지 독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인터뷰는 명확성을 위해 다소 요약 및 편집됐다. 인터뷰는 <라우산> 그룹의 활동가이자 시인이며 공학자인 브라이언 응이 진행했다.

▲앨리스 푼 작가(트위터 갈무리)

브라이언 응 : 2010년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은 홍콩의 정치적 담론에서 부동산 헤게모니(地產霸權)란 개념을 대중화시켰었죠. 선생님께선 제한된 토지 공급 한도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독점적인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해 소수의 부동산 재벌들의 부와 영향력을 강화했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이후에 홍콩의 부동산 헤게모니는 어떻게 변해왔나요? 혹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나요?

앨리스 푼 : 책 출판 이후 수년간 이 책은 홍콩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고, 뜨거운 토론 주제였었죠. 하지만 홍콩특별행정구(HKSAR) 정부는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토지 제도와 세금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사실상 아무것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한 일은 개발자들의 사기성 판매 관행을 규제함으로써 '손목을 살짝 때리는 정도'였었죠. 도널드 창(Donald Tsang), 렁춘잉(C. Y. Leung), 캐리 람(Carrie Lam) 행정부는 모두 주택 임대료 제한의 재도입을 단호하게 거부했는데요. 주택 임대료 제한 제도는 임대료를 통제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없애서는 안 되는 조치였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토지의 주요 공급자로서 주요 재정 소득을 토지 수익에 의존하고 있죠.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토지 가격을 높이면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부동산 개발자들에 편승해 이익을 취해 왔습니다. 홍콩의 토지와 주택 문제에서 최대 난제는 바로 이겁니다.

더 나쁜 것은 공공주택‧교육‧의료보험‧노인복지 등과 같은 분야에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모든 토지소득이 다시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본사업 예비기금(The Capital Works Reserve Fund)'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지출은 토지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데요, 결국 토지 재벌 사업자들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겁니다. 또 정부는 스스로 부동산 기업 노릇을 하는 MTR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이기도 합니다. 토지와 세금 시스템은 악순환을 일으키는 불의를 낳아온 거죠.

브라이언 응 : 2019년 7월 21일 위엔롱에서 발생한 충돌사태는 토지로 이익을 얻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토지 소유자 친화적인 정책을 써온 홍콩 입법회 간의 결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으켰습니다. 입법 정치에 있어서 '흥이쿡(鄉議局; 신계 지역 기득권 세력의 법률자문기구)' 이사회가 이끄는 신계(New Territories. 신계 지역은 홍콩섬과 구룡 반도를 제외한 지역 전체를 말한다. 아편전쟁 후 홍콩섬과 구룡 반도가 영국이 할양 형식으로 강탈한 지역인데 반해 신계 지역은 1898년에 이르러 '조차'의 형식으로 홍콩에 편입됐다. 일반적인 홍콩의 이미지와는 달리 새로 지은 아파트와 녹지가 있다) 상류사회의 과도한 영향력과 토지 시장에서 소형주택 정책의 역할에 대해 말해주시겠습니까?

앨리스 푼 : 소형주택 정책은 지금은 중단된 '레터 비'(Letter B. 을종 토지교환권익서) 시스템과 결합돼 신계의 토지소유자와 대형 개발사 간 토지 거래를 촉진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그것은 신계에서 후자(대형 개발사)의 토지 축적을 강화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 소형주택 정책이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왜 신계 출신 사람들은, 다른 모든 홍콩인들은 거부당하는 특별한 주택 특권을 영원히 누리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반환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이 그룹의 정치적 지원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권위체제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권위적 주인들에 의해 잘 굴러갔겠죠. 그러니 신계의 상류층이 베이징의 암묵적 승인으로 입법부에서 확고한 발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브라이언 응 : 홍콩 시위에서 MTR과 대중교통망의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MTR은 한편으로 경찰과 협력하면서 대중 집회를 방해했고, 시위대의 탈출로를 막았으며, 지하철역에서 시위대를 가둬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홍콩의 도시 생활에 필수적이었고, 투쟁 전략에 있어선 놀랄 만큼 중요했죠. 총파업에 대한 초기 논의에서 챈탁완(Chan Tak Wan)은 대중교통부문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파업 기금을 제안했었고, 9월 초 시위에서는 공항 교통을 가시적으로 지장을 줬습니다. 풀뿌리 정치 운동이 대중교통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앨리스 푼 : MTR이 무감각하고 둔감한 캐리 람 행정부를 대신해 홍콩 경찰과 협조해왔다는 건 분명합니다. 지하철역을 무작위로 폐쇄한 의도는 분명 승객들을 화나게 해서 시위대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도록 하는 것에 있죠. 대중교통 시설들을 겨냥한 기물 파손은 일반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시위에 대한 지지를 잃게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전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화적인 파업이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캐리 람의 복면금지법이 판을 뒤집었죠.

브라이언 응 : '부동산 패권'이라는 아이디어는 주거비용 때문에 재정적 독립을 이룰 수 없는 80년대 이후 세대를 사로잡았습니다. 현재의 홍콩 시위는 집세 폭등과 같은 억압에 의해 추동된 게 틀림없음에도 홍콩의 엘리트 정치보다는 베이징(역주: 중국공산당)을 향해 보다 절박하게 표출되고 있는데요. 경제적인 평등과 토지정책 개혁을 위해 어떤 요구를 해야 할까요? 링크리트와 같은 토지 소유권을 가진 공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비판해야 할까요?

앨리스 푼 : 정말 백만 달러짜리 질문이네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악마는 땅과 세금 체계에 있죠. 토지 정책이나 조세 정책 개혁의 측면에서 공정한 세금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먼저 부동산 소유자들이 개발업자들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일 때 발생하는 (홍콩의 숨겨진 세금이라 불리는) 부동산 프리미엄의 실제 수혜자라면, 정부가 땅값 인상으로 개발자들에게 인프라 구축 비용을 되돌려주는 것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 수익을 쓰는 게 더 올바르지 않을까요? 개발업자들이 토지를 개발할 때 인프라 비용을 직접 부담하지 않는 이유가 뭐 때문이겠어요? 정부와 사회는 높은 땅값에 대한 기대 자체를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정부는 토지세 세수에 의존하는 대신,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는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세‧양도소득세‧부동산세‧부유세 등 가능한 다른 세원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토지 공급이 정부와 소수의 부동산재벌 의해 통제되는 홍콩 같은 사회에서는 의식적으로 부동산 시장 통제를 주택 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집을 구할만한 여유를 가지고 재정 독립이 가능해져야겠죠. 임대는 항상 구매를 위한 대안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주택 제공과 함께 임대가격 상한제나 임대료 동결 등의 제한을 가해 주택 임대료를 낮춰야 합니다. 이건 즉시 시행할 수 있어요.

청년들은 자신의 어두운 미래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있고, 이는 기본법도에 정식으로 기록된 보편적 참정권의 약속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베이징(중국 정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환멸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보편적 참정권이 달성되면 모든 시민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시위대가 분투하고 있는 점입니다.

<필자 소개>
앨리스 푼 :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Land and the Ruling Class in Hong Kong, 2010)의 저자이며, 최근에는 역사 소설 <The Green Phoenix>을 썼다.
브라이언 응 :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과학기술자이자 시인. 라우산의 활동가이다.
홍명교(번역) : 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팀에서 유튜브 채널 <따오기>를 제작하며, '플랫폼c'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21일 플랫폼c에 발행됐습니다. (☞플랫폼c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