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한 것에 대해 북한은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하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18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새로운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면서도 "우리는 우리에게 무익한 그러한 회담에 더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지난해 6월부터 조미 사이에 세 차례의 수뇌상봉과 회담들이 진행되였지만 조미관계에서 별로 나아진 것은 없으며 지금도 미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서 그 무슨 진전이 있는 듯한 냄새만 피우며 저들에게 유리한 시간 벌이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고문의 이같은 반응은 대북 제재를 비롯해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연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관련한 적극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는 것을 활용, 북한이 이를 계기로 자신들의 요구를 밀어붙이겠다는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로 협상 시한을 정해 놓은 만큼 이번에 조성된 협상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후 미국과 협상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요구 사항 관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이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러시아로 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을 포함한 접촉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주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최 부상의 방러 소식을 전하며 구체적인 방문 목적은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관례를 고려했을 때 최 부상이 러시아와 북미 협상 전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협상 준비 차원의 활동을 벌이지 않겠냐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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