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사막에 가서 싸워라!”
지난 주말이후 바그다드 시내를 중심으로 폭탄테러와 폭발 사고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이로 인해 민간인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또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도 끊이질 않았다. 지난 24일에는 바그다드 알-사드르시티 시장에서 폭발이 발생해 12명이 죽고, 32명이 다쳤다.
같은 날 새벽, 알-사드르시티에서는 민가에 로켓이 날아와 주민 한 명이 이 사고로 숨졌다. 25일 오전에는 바그다드 내 사칼 쿠레이스 중학교 옆에서 미군 탱크가 폭발했다. 사고 직후에는 응사하는 미군의 총격에 이 학교 학생이던 15세 소년이 죽고, 지나가던 시민 5명이 다쳤으며 여교사 한 명도 크게 다쳤다.
***갈수록 민간인 피해 급증. 24일 알-사드르시티서 12명 사망, 32명 부상**
24일 새벽 3시, 민가로 날아온 로켓은 지붕을 뚫고 2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성을 덮쳤다. 이 사고로 죽은 여성의 이름은 이스라 하무데(32세)였고, 그녀의 시체는 산산조각이 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사고 당시 남편과 두 아이는 옆방에 있어 다행히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가족들은 시신을 묻고 허물어진 집을 공사하고 있었다.
“우리가 목표물이 아니라 우리집 주변에 있는 전기공사 시설과 정당조직인 알-베드르 단체를 겨냥한 것 같다. 오폭이다.”
집주인 주헬 압바스(55세)는 로켓이 민가에 날아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웃 주민인 무함메드 므하센 또한 “누가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신만이 안다. 우리는 안전과 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이 민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닭 시장에서도 폭발로 수 십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알사드르 병원에 찾아가 피해자들을 만났다. 이들 피해자 가운데 알라 카름 무슬림(22세) 씨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치료중이었다.
“나의 아들은 오른쪽 다리를 잘랐다. 같은 차안에 타고 있던 조카는 죽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아들은 손가락을 잘랐다. 누가 이런 우리를 보상해주나?”
갑작스런 사고로 피해자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침통한 모습이었다.
***4월에만 알-사드르시티서 이라크인 46명 사망, 1백60여명 부상**
알-사드르시티에서는 이번 달에만도 미군의 폭격과 알-메흐디군의 교전으로 46명이 죽고, 1백60여명 이상이 다쳤다.
미군이 철수한 바로 이튿날이었던 10일, 알-사드르시티를 방문했을 때 허물어진 건물들을 제외하곤 주민들의 표정에서는 의외로 생존 의지를 발견할 수 있어 놀랐던 적이 있다. 며칠동안 파장이었던 시장이 다시 열리고, 빵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여인들의 모습도 눈에 띠였었다. 다시 살아갈 날을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난한 시장에 폭탄이 터져 12명이 죽고 32명이 다친 것이다.
사고 이튿날 함께 동행취재를 했던 세르민(53세)에 따르면, “피해 마을 주민들이 아주 예민하고 민감해져 있다”며, 몇 번이나 외국인의 신변안전과 조심을 강조했다.
심지어 이층에서 구멍난 천장을 촬영하고 있을 무렵, 주위로 몰려든 주민들이 외국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들은 스파이들”이라고 수군거리자, 안내를 맡았던 지역 주민이 설명해 술렁거리는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주민들은 전쟁과 폭탄 테러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연일 발생하자, 민심이 흉흉한 상태이다. 팔루자 또한 인근 마을인 알-사그라위에 지역에서 최근 시체 4구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사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죽은 사람들은 모두 안내나 통역일을 하는 등 외국인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전쟁으로 인한 민심과 치안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5일 미군, 민간인 향해 발포. 사망 보상 1년간 단 25건**
또 25일 9시 30분경, 알-사드르시티 인근 사칼 쿠레이스 중학교 옆에서 미군의 탱크가 폭발했던 장면은 약 100미터 옆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탱크가 불타자, 이 학교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며 “미군 탱크 불탄다”고 소리쳤고, 몇 몇 학생들은 불타는 탱크 옆에서 둘러싸고 환호하며 뛰어다녔다.
몇분 후, 앞서 가던 미군들이 탱크 한 대가 폭발했음을 확인한 후, 둘러싸고 있던 민간인을 향해 총을 난사해, 한 학생이 죽고, 여교사가 다치고, 다섯 명의 시민이 다쳤다.
이날 다친 시민 중 한 명이었던 아웃 셀만은 바로 직후 병원으로 후송됐다. “일하러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앞서 가던 탱크가 폭발해서 길이 막혀 꼼짝을 못하던 중, 나중에 도착한 미군이 총을 쏘아 팔을 맞았다”는 그는 알-사드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미군의 총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런 경우도 보상받을 길은 막막하다. 지난 1년 동안 미군에 의한 피해 사건이 연합군 임시행정처(CPA)로 1천여건 이상 접수되었으나, 사망으로 인한 보상이 이뤄진 것은 단 25건이다.
***전쟁 지속되며 이라크 민심 악화일로. 전쟁피로 깊어져**
이라크는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팔루자는 휴전연장을 발표한 지 하루만인 26일, 또 격렬한 교전이 벌어져 저항세력과 미군간 무력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과 고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팔루자 주민들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해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미군은 우리가 팔루자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 이라크적십자사가 제공하는 피난민캠프에 묵고 있는 아흐메드 칼라프(48세)의 말이다. 그는 24일 가족들과 함께 휴전 기간을 이용해 팔루자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미군봉쇄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바그다드로 돌아와야만 했다.
같은 피난민 캠프에 있는 다하 아셀(24세)도 “나의 형제는 여전히 팔루자에 있다. 그들이 걱정된다. 모든 팔루자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팔루자에 있던 7명의 첩자가 무자헤딘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그들은 미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증언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라크 민심은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시선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동조하는 같은 지역주민에 대해서도 시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 전쟁이 미-영 연합군의 침략전쟁으로 시작됐고, 이라크 곳곳에서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으로 치닫자 이라크인들의 전쟁 피로가 극에 달해 있다. 고향과 가족을 잃어버린 팔루자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미군은 여전히 나자프와 팔루자에 대한 공격의지를 철회하지 않고, 폭탄테러로 민간인 피해가 계속 늘고 있고, 목표지점을 이탈한 로켓이 민가를 덮치고….
이렇듯 힘없는 민간인들의 목숨은 전쟁터 위에 나뒹군다.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외국군들이여, 전쟁하고 싶으면 사람 없는 사막엘 가서 실컷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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