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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책, 수당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시대 변화 인정하고 불공정·불평등 물어야…

대한민국이 공정사회 이슈로 뜨겁다. 대학 입시에서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넘을 수 없는 신분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차별과 격차를 받아들이는 모습들이 만연하다. 반대로 경쟁 지상주의, 능력주의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청년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11월 초 국회에서 '청년 불평등'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청년출발지원사업'과 관련해서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3년간 '청년출발지원사업'에 43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청년수당(매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 지원, 활력 프로그램 결합 지원)의 지원 규모를 3년간 10만 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주거비로 고통받는 청년 1인 가구에는 월세 지원(매월 20만 원씩 최대 10개월)을 3년간 4만 5000명에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 10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서울시 청년출발지원사업'을 발표하고 청년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지고 있다. ⓒ기현주

진로와 주거, 두 가지의 과제는 청년들이 사회출발을 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출발선에 미치지 못한 청년들에게 출발선 정도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선언은 청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왜 우리 주변에는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는 청년들이 별로 없는가, 왜 고시원이나 옥탑방에 사는 청년들이 많은가, 왜 청년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하지 못하는가, 왜 청년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가, 왜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가, 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마음이 불안하다고만 할까.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인 구조적 불평등, 기울어진 운동장 등 부모로부터 세습으로 출발선이 너무도 달라진 청년들에게 시간과 주거 보장을 통해 출발선을 맞추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이라는 반대의견부터 진짜 문제를 건드렸다는 긍정의견까지 논의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

2019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지음, 웨일북 펴냄)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중산층이 될 수 없고, 부모의 부(富) 또는 빈곤(貧困)을 그대로 세습 받는 새로운 카스트 신분제라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각자도생의 세상 속에서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공무원' 시험에 목매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조직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하고, 로열티(royalty)보다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더 선호하는 경향 등 노동자로서의 '90년대 생의 성향'이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서술한다. 90년대 생이라는 특정 연령층을 중심으로 서술했지만, 실은 한국 사회의 90년대를 강타한 사회 변화를 돌아보라는 충고이다. 지금의 청년층(20~30대)이 살아온 궤적, 앞으로 살아갈 경로는 기존의 한국 사회와는 전혀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다.

최근 청년층 대상 연구에서 흥미로운 주제는 코호트 방식을 활용한 연구다. 연령대별 청년 시기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살펴보면, 현재 청년층이 겪고 있는 생활의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가늠이 될 수 있다. 변금선(2018)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각 코호트의 19세 시점의 사회경제적 특성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60코호트(1962~68년생)가 대학교 진학률 27%, 경제성장률 13% 수준이었으나 80코호트(1981~85년생)에서는 대학교 진학률 83%, 경제성장률 3% 내외이다. 각 코호트에 속한 당시 청년층이 겪었을 사회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88만원 세대'에서부터 'N포 세대', '흙수저-금수저', 또는 수저조차 없이 태어난 사람까지 수저계급론에 이르기까지 청년층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부와 빈곤의 세습에 따른 불평등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책 기조에서 불거진 공정성 문제, 산업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사회안전망 구멍 등 청년층이 처한 경제사회 환경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청년층을 지원하는 새로운 정책과 사회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에게는 '헬조선'

학교를 졸업하고 청년들이 내몰린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국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낮은 청년층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청년층의 일자리는 경기를 많이 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더라도 청년실업의 문제, 청년들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고용보험 가입률 감소세가 가장 높고, 비정규직 비율 또한 가장 높다. 전체 연령대 중 빈곤율이 증가한 연령대는 청년층과 76세 이상 고령층뿐이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사는 비중, 부채 상환을 못하고 있는 비중, 정신건강 관련 질병 유병률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산층 이상인 부모의 자녀들이 보다 좋은 일자리로 진입하는 비율이 높고, 청년기부터 벌어진 사회·경제적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OECD에서 발표한 한국 청년보고서(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청년실업률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이 세계경제의 상황과 관계없이 청년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표는 사회적 소속이 없는 니트(NEET)상태의 청년의 비율이다. 우리나라 청년니트는 매년 증가해 2017년에는 OECD 평균(13.4%)보다 5%나 높은 18.4%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학력 청년니트의 비율은 42.5%로 일본 21.7%, 독일 7.7%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며,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일해도 불안정하고, 미취업 상태의 청년들은 더 암담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상태다.

피부에 닿는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취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 정신건강, 주거, 부채문제 등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의 청년 정책 주요 기조는 작년까지만 해도 '일자리 대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 발표한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이 청년들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은 이유이다. 그나마 올해 중앙정부의 청년 정책은 158개 사업, 20조 7917억 원 규모로 늘어나 종합적인 청년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를 필두로 각 지방정부에서는 피부에 닿는 구체적인 청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청년수당은 미취업 청년에게 '수당'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 청년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청년들에게 가까이 닿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지원하는 인력을 함께 충원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정책 참여자의 만족도는 매년 99%를 상회하고, 정책 인지도도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참여 청년들은 '정부가 내 곁에 있다는 걸 느꼈다', '사회가 나를 지지해주는구나', '나도 우리사회의 시민이라는 걸 느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기본소득'처럼 현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시간을 보장'하고, 권역별 청년지원 인력과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청년들에게 고민을 나눌 만한 누군가는 영화 '벌새'의 영지 선생님처럼,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다.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청년출발지원사업' 또한 그간의 성과를 통해 보다 전격적으로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청년 정책의 나아갈 방향

청년정책의 눈부신 발전과 성과도 있지만,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매년 2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청년정책에 투입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정책 체감 정도는 여전히 낮다. 단기간에 청년들의 현실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 사회는 '청년'이 정책지원 대상으로 등장한 역사가 짧아 단편적인 정책이 존재하고 있을 뿐, 청년보장의 관점에서는 배제된 청년들이 더 많은 현실이다.

첫째, 청년 정책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은 지방정부 차원의 조례 제정을 통해 시행하고 있어서 각 지방정부의 재정여건, 단체장의 정책의지에 따라 청년정책의 편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청년정책 근거법이 '청년고용촉진특별법'으로 한정되어 있어 실제 지방정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실효성 높은 정책이 제도화되는데 한계가 있다. 전국의 청년들이 어느 지역에 살고 있던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안전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더 많은 청년들을 포용해야 한다.

둘째, 청년 정책의 하나의 출입문으로 통합돼야 한다.

중앙정부는 올해 158개의 정책과제를 30개의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청년정책을 포함하면 정책의 전달자 또한 중앙정부·지방정부의 공무원, 정부의 사무를 위탁하여 운영하는 민간인,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 등 매우 다양해서 청년정책 정보 전반을 집적하는 기능도 약한 게 현실이다. 온라인 청년센터(또는 플랫폼)와 오프라인의 청년센터가 설치되었지만 이 또한 운영 주체가 서로 달라 정보연계에 한계가 있다. 청년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떤 고민이 생겼을 때 어떤 채널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믿을만한 곳인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노력을 또 들여야 하니 어려움이 있다.

청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로 본 정책 경로 모형을 설정하고, 하나의 청년센터(기능적인 면에서 센터라고 칭함)을 통해 정책정보를 제공하고, 기초상담을 하고, 활동공간을 결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는 청년들의 정책에 대한 실제 수요를 파악하는데 하나의 출입문은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이러한 기능을 탑재한 지역 단위 청년센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셋째, 청년 정책은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층은 하나의 세대이기도 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지위를 갖는다. 고용정책이나 주거정책만으로 청년 전반을 포괄할 수 없다. 마음건강, 커뮤니티 활동지원 등 청년의 개별적인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이나 대상의 특성을 반영하는 특화사업은 민간의 전문성과 경험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즉, 재정지원 성격의 정책은 보편적인 정책(전국 어디에서나 조건에 맞으면 보장받는 성격)으로 추진하되 서비스지원 정책은 지역이나 대상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하는 것이 맞다.

이를 위해 핵심적으로 집중해야할 부분이 바로 청년정책 분야의 인력양성이다. 아직 미숙한 어른, 또는 나이가 많은 아동이 아니라 '청년'이라는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청년들의 주도성이 발휘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지원할 인력을 꾸준하게 양성해야 한다. 정책 이해와 대면 기술, 그룹 운영 등의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양성된 인력들이 다양한 청년정책 현장에서 역할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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