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토부가 '2년반 중간평가' 보도자료를 냈는데, "서울집값도 3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2013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얼마나 뻔뻔스런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사람이 많을 성싶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서울아파트 주간매매가격변동률'이 지난 7월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단 한 주도 하락을 보인 적이 없다.
더욱이 중간평가라면 서울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평가잣대로 삼아야 할 것인데,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2억5천만원이나 올랐다.
무주택자는 말할 것도 없고 부자 부모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서울에서 반듯한 내집을 갖는 꿈도 못 꾸게 되었다. 대다수 젊은세대가 내집마련의 꿈을 뺏긴 것이다.
서울에서 내집마련의 꿈을 빼앗긴 젊은세대
국토부 못지않게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값폭락론자'들은 "정부의 집값규제가 강력해서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2년 전부터 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부규제는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다. '양도세 중과'는 2017년 '8.2부동산종합대책'의 핵심이었고, '종부세 강화'는 2018년 '9.13주택시장안정대책'에 포함되었다.
이 두 정책 외에 서울집값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정책이 2017년 12월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이다. 앞의 두 정책이 집값안정정책이라면, 뒤의 정책은 집값부양책이다.
문재인정부 집값정책의 간판이라 할 이 세 정책을 분석해보면, "집값규제로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허튼소리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8.2부동산종합대책의 집값안정 효과 전무했다
2017년 8월 발표한 '부동산종합대대책'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급 부동산 안정정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집값안정책을 발표 이후 서울집값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으니, 정책의 효과가 전무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대책 중에서 집값안정에 효과를 낼만한 정책은 'LTV·DTI 강화'와 '양도소득세 중과'였다.
LTV·DTI 규제를 서울은 30~40%로 강화했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LTV·DTI 규제를 아예 적용받지 않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일반국민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대출규제를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는 아예 면제해줬던 것이다.
'8.2대책'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는 '양도세 중과'였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p를 중과하여 최대 50%까지 과세하고, 3주택자 이상은 60%까지 과세하도록 했다.
금융규제와 양도세 중과를 '빠져나갈 구멍'
투기란 시세차익을 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인데, 시세차익의 60%를 세금으로 가져가면 누가 위험한 투기에 뛰어들 것인가? 그러므로 '양도세 중과' 조치는 실로 강력한 투기억제책이었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발표했는데도 투기매물은 전혀 출회되지 않았고, 서울집값은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 정부가 투기꾼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자료 5쪽을 보면 "등록 임대주택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라는 내용이 있다. 이번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임대주택등록이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의 엄청난 집값 부양 효과
문재인정부가 집값부양책을 시행했다는 말을 들으면 내용도 듣기 전에 발끈할 사람이 적지 않을 성싶다. 그런 분들에게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 보도자료 3쪽의 "집주인"에 대한 혜택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1.지방세 감면확대 2.임대소득세 감면확대 3.양도세 감면확대 4.종부세 감면기준 개선 5.건보료 부담완화"
임대사업자는 곧 다주택자들인데, 이들 집부자들에게 거의 모든 세금을 "감면확대" 또는 "부담완화"해주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함은 물론 양도소득세를 70% 감면해준다.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주었다.
'종부세 감면'의 구체적 내용은 '합산배제'다.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 각각의 주택을 '합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수십채 혹은 수백채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들도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다주택자의 천국"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것 아닌가.
한술 더 떠서 임대사업자들에게 LTV·DTI규제도 면제해줬으니 그들이 대출을 받아서 주택 사재기에 뛰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2016년 서울에서만 7.5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었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세금혜택을 폐지했다면 이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세금혜택을 더 확대하자 2017년 7.1만채, 그리고 2018년에는 무려 14.2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서울집값을 2018년 수직으로 상승시킨 가장 큰 힘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였던 것이다.
'다주택자 대출금지'로 서울집값 하락
서울집값이 무섭게 폭등하자 2018년 9월 '9.13안정대책'이 발표되었다. 그 대책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종부세 강화,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 축소 및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금지였다.
임대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1원도 안내게 해주는 상황에서 종부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역시 겉보기와 달리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9년 이후 새롭게 매입하여 등록하는 주택에 대해서만 일부 혜택을 축소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에서 등록한 약 29만채의 주택에 대한 세금특혜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 주택이 매물로 출회되지 않았으므로 서울집값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서울집값을 하락으로 전환시킨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금지'였다.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사람은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시켰으니 매우 강력한 투기억제책이었다. '대출받아 주택 투자하기'를 봉쇄했으므로 투기수요가 상당히 감소했다.
"2020년 서울집값 폭락" 전망이 맞으려면
'9.13대책' 이후 완만하게나마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집값이 올 7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또 다른 투기수단인 '갭투자'가 등장한 것이 첫째 이유다. 전세라는 레버리지수단을 활용하여 주택투기가 성행한 것이다.
게다가 7월 18일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투기심리가 강하게 살아났다. 갭투자와 금리인하가 '다주택자 대출금지' 효과를 상쇄한 것이다.
문재인정부 집값안정대책의 대표주자라 할 '8.2대책'과 '9.13대책'은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빠져나갈 구멍'과 기준금리 인하로 그 효과는 전무했다.
그뿐 아니라 '임대주택 활성화방안'으로 다주택자들이 대거 주택투기에 뛰어들도록 부추김으로써 서울집값을 폭등으로 이끌었다.
그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한 장본인인 국토부가 "서민주거 안정"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고도 뻔뻔한 처사다.
'집값폭락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의 "폭락 전망"이 맞으려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가 폐지되어야 한다. 만약 현재의 집값정책이 유지된다면 "2020년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또 다시 틀릴 것이 확실하다.
※ 이 글의 내용을 영상으로 보시려면 유튜브 '집값하락해야 산다' 채널의 <"정부규제로 서울집값 하락할 것"이라는 허튼소리> 제목의 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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