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에 써 주세요"
지난 12일 전북 고창군청에 두툼한 노란 대봉투 우편물 한 통이 배달됐다.
보내는 사람이 '고창주민'으로만 돼 있는 이 봉투의 수신자는 '고창군청 고운기 농생명지원과장' 앞이었다.
우편물을 받은 고운기 과장은 봉투를 뜯자마자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봉투 안에서 5만 원권 돈뭉치가 쏟아져 나왔다.
5만 원 지폐 139매를 비롯해 1만 원권 지폐 1매, 1000원 권 지폐 6매 등으로 금액이 무려 696만 6000원에 달했다.
돈 뭉치에 깜짝 놀란 고 과장은 정신을 가다듬고 봉투 안을 다시 살펴봤다.
봉투 안에는 A4 용지에 "농민수당에 사용하여 주세요"라는 메모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농민수당을 위한 얼굴없는 천사였던 것.
이 이름 모를 천사가 고 과장에게 돈뭉치 우편물을 보낸 것은 고 과장이 농민수당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과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역 농업 관련 종사자의 '뜻있는 기부'로 판단한 고 과장은 군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고창군은 기탁금을 고창군장학재단을 통해 농생명식품산업을 공부하는 고창 관내 대학생 등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고운기 농생명지원과장은 "이 땅에서 땀흘려 농사짓는 농민들을 위한 고창군의 마음에 고창의 주민이 응원하고, 격려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기부자의 뜻을 새겨 앞으로도 농민을 위한 일, 고창군 농생명 산업을 위한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창군은 전북 최초로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 9월 추석 전 첫 지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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