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49.8%가 넘는 인구가 모여 살고 1000대 기업 본사의 73.6%가 분포하는 등 '초특급' 수도권 집중의 나라이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는 시점은 당장 내년부터로, 2047년에는 수도권 인구 비중이 51.6%로 비수도권 인구 비중 48.4%보다 3.2%까지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간 누적된 수도권 과밀도 집중과 상대적으로 지역의 낙후화 문제는 국가 전반에 작용하여 경제성장률 둔화, 양극화의 심화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초래하고 있고, OECD 최하위 출산율로 인해 멀지 않아 전국 226개 시군구중 약 37%(85개)가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충격적인 진단까지도 나오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역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법제화되어 핵심적 국가 정책으로 추진된 건 지난 2000년대 초반 참여 정부에서부터인데,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설치‧운영, 시도별 전략산업 추진,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균형발전정책이 시행되었으나 15년도 더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인구, 금융, 기업 등의 수도권 집중으로 블랙홀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 정부에서는 지역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위한 지역혁신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말부터 구체적 실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중앙정부 주도의 칸막이식 사업운영이 지역에서의 자립적 성장에 한계 요인으로 작용했고, 지역 혁신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사업간 연계성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대규모 사업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낮았다는 진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지역혁신기관과 지역혁신사업 기준 설정, 지역혁신성장계획에 기반을 둔 지역발전투자협약형태로 사업추진 방식 개편, 시도(지역혁신협의회) 중심의 지역혁신 연계‧협력 거버넌스 강화, 개별 기관별로 보유한 시설‧장비의 통합 관리와 서비스를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은 지역주도성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이제 지역이 주도권을 가지고 지역여건에 맞는 혁신과 성장전략을 짜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그 누구보다도 지역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 속에서 지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다양한 계획들이 수립되고 사업이 전개되겠지만 지역 스스로 체계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고 각종 사업들을 잘 집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와 통계 기반 지역 발전 플랫폼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매 5년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매년 시행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러한 계획에 담기는 사업예산 중 균특회계 사업비는 지자체의 경우 연간 5조 2600만원(균특회계 전체는 9조 8900억, 2018년기준)에 이르고 있지만 시도차원에서 관련 사업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거나 정책자료를 모으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플랫폼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물론 몇 해 전부터 일부 시도가 선도적으로 사업기획과 사업비 자체배분,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해오고 있으나 아직 균형발전 5개년계획, 시행계획 그리고 일반회계를 비롯한 지역발전 관련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지 않는 편이다.
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각각의 사업부서마다 사업계획 수립과 집행 그리고 평가가 독립적으로 시행되어 전체적인 사업정보 구축과 성과관리, 공유가 어려운 실정이고 때로는 사업간 중복의 문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선은 광역지자체내 균형발전업무 담당 부서에서 전체적인 균형발전계획 수립, 지역혁신협의회의 활동 지원과 더불어 지역발전사업의 기획-집행-평가-확산 등 전 주기별 사업관리를 지원할 정책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정보를 구축하고 활용해나간다면, 지역이 주도하는 자립적 지역 발전과 혁신성장 추진에 큰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 지자체 플랫폼에서 수집되고 관리되는 데이터와 통계들은 인접 지자체와의 정보교류를 통해 연계협력사업 추진과 우수사례 벤치마킹의 기회를 높일 수 있으며 중앙의 허브 사이트를 통해 서로 연계되고 공유됨으로써 보다 국가적으로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5년 4월부터 지역경제 분석 시스템(RESAS; Regional Economy Society Analyzing System)을 만들어 운영해고 있는데, 인구, 지역경제, 산업구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각 지자체로 하여금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기 지역의 현황, 통계와 정책과제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지역특성에 기반한 지역종합전략 수립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지자체가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하여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정책을 수립하고 자율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주도의 지역발전 기반을 내적으로 충실히 다지는 길이 될 것이다. 플랫폼에 축적된 각종 데이터와 통계는 적시에 주민들에게 공개됨으로써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 편의성 제고는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기도 함으로써 지역혁신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저출산과 인구감소의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고 지방소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지역발전 정책은 너무나 온건했고 점증적이었다. 이제는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지역정책이 필요할 때다.
□ 필자소개
이여진 연구원은 4+9지역전략산업기획단 기획,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1회~3회) 기획, 국가균형발전사업 종합평가 체계 구축과 평가업무 수행(10년), 5+2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 기획, 국가균형발전포털 구축․운영업무를 해왔으며 현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균형발전평가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종합 정보시스템(www.nabis.go.kr)을 기획‧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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