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스물한 살 재단사 전태일이 산화한지 49년이 되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한 해 2400명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습니다. 내 친구와 동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이 일하다가 죽어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정규직이 꿈이었던 태안화력발전소 스물네 살 김용균은 컨베이어를 점검하다가 벨트에 몸이 말려 죽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들어간 빛을 만드는 첫 직장에서 가장 어두운 곳, 둘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스물 넷 청년의 죽음이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많은 이들이 촛불을 다시 들고 광장으로 나선 끝에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용균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명의 안전판에서 또 다시 제외되었고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정부 공식 통계로 산안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가 동시에 적용된 사용자들가 452명, 죽음에 이르게 한 회사만 157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실형이 선고된 가해자는 단 한 명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심 법원이 선고한 산안법 위반 사건 6144건 중 징역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은 35건으로 0.57%에 불과합니다.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 저지른 기업의 불법으로 인해 팔 다리가 잘리고, 눈이 멀고, 목숨까지 잃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검찰과 법원이 면죄부를 주고 정부가 눈을 감았습니다.
너무도 끔찍한 것은 죽음이 대물림되고 있고,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해 4월 배달 중 숨진 18살 은범이는 오토바이 면허증이 없었습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자기 발보다 작은 신발을 구겨 신고 다니며, 입버릇처럼 친구에게 "돈 많이 벌어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홀서빙으로 들어갔던 식당에서 사장에게 지시받아 배달나간 나흘째 되던 날에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은범이가 세상을 떠난 한 해 전에 열여덟 민호는 생수 제조업체에 현장실습을 하다 압착기에 눌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그 한 해 전, 서울 구의역에서는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19살 김군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모두 그 책임을 아이들의 잘못으로 돌렸고, 은범이에게 배달을 시킨 사장은 벌금 30만원, 민호가 일했던 생수업체 사장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은범이에게 직장을 소개했던 친구는 말합니다.
"어릴 때부터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배웠는데, 정말 말뿐인 거냐고. 사과 한마디라도 했으면...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목숨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도 사람 목숨을 이렇게 지나가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일하다가 사람이 죽어도 벌금 500만원으로 '땡 처리' 되는 세상에서 사람은 더 이상 꽃보다 아름답지 않습니다. 한 생명은 더 이상 하나의 우주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생명을 가장 중히 여기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1000만 촛불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내 동료가, 내 친구가, 내 아이와 부모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30대 기업 산재사망과 사고의 95%가 비정규직이지만, 그 죽음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재벌들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불법과 죽음의 장본인들은 청와대에 초대받아 맥주만찬을 즐깁니다.
49년 전, 전태일 열사는 우리는 기계가 아난 인간이라며, 노동과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청년 김용균의 죽음 이후, 우리는 일하다가 죽는 이 참혹한 세상을 끝내야 한다고 광장으로 나섰고,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 3년을 맞았습니다.
더 이상 내 친구의, 내 부모의, 내 아이들의 죽음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일하다가 괴롭힘 당하고, 차별받는 세상을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11월 13일, 전태일에서 김용균으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차별받지 않게!
상식과 정의가 지켜지고 차별없는 평등한 노동존중 세상을 위해!
촛불을 다시 들고 함께 손잡고 광장으로 나아가겠습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11월 13일 저녁 6시 전태일다리에서 광화문으로,
전태일과 김용균이 꿈꾸었던 세상을 위해
함께 촛불을 들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평등세상을 향해 행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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