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 1주년이 되는 9일, 이라크 전역은 또다시 전쟁국면에 접어들었다.
팔루자,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중부에서는 이날 무장 항공기 등을 동원한 미군과 중무장한 저항세력간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다. 그결과 이번주에만 팔루자에서는 이라크 민간인이 4백50명이 사망하고 1천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등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미군과 이라크인들이 1년전 환호속에 쓰러뜨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는 반미항전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의 사진이 걸리기도 했다.
***미군, 90분만에 팔루자 공격 재개. 사망자 4백50명**
AP 통신은 바그다드가 함락된지 1년이 되는 9일(현지시간)의 이라크 상황을 “바그다드와 일부 중부 이라크는 혼돈상태”라고 표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이라크의 표정을 “유혈 혼란으로 얼룩진 상태”라고 묘사했다.
또 이날에도 미 해병대는 6일째 봉쇄공격을 하고 있는 팔루자에서 AC-130 무장 항공기를 동원해 폭격을 계속했다. 팔루자는 현재 이라크에서는 ‘반미 성전의 성지’가 돼 있다.
폴 브레머 이라크 주둔 미군 최고 행정관은 이날 오후 팔루자 지역 부족장들과의 협상과 팔루자 시민들의 대피를 위해 공격을 멈춘다고 밝혔으나, 불과 90분 뒤인 저녁 무렵부터 미군은 다시 거센 폭격과 공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라크인 사상자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알자지라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팔루자 지역의 라피 하야드 의사는 "팔루자에서는 이번 주에만 이라크인 4백50명이 사망했으며 1천명이 부상당했다"고 증언했다.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무신 압둘 하메드의 참모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팔루자에서는 이번주에만 4백명 이상이 사망하고 1천명 이상이 부상당했다”며 “이같은 수치는 팔루자지역의 모든 병원으로부터 수집된 자료에 따른 것”이라며 1백% 확신했다.
***과도위 친미 인사들도 팔루자 공격에 위원직 사퇴**
미군의 계속되는 팔루자 융단폭격에 대해서는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통치위 위원인 압둘-카림 알-모하메다위는 이날 알-사드르를 만난 이후 “모든 이라크에서의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위원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니파측 위원회 위원도 팔루자 대화가 실패한다면 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며, 그동안 수니파이면서도 친미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아드난 파차치 위원도 아랍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의 봉쇄공격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군이 어렵게 구축해놓은 친미세력들까지 이반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그다드 후세인 동상 있던 장소에 알-사드르 사진 나부껴**
이날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셌다.
바그다드 현지에 있는 한 평화운동가는 1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여러 차례 공격이 발생했으며 격렬한 폭발음도 들렸다”고 험악한 상황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저항세력은 외국 언론인들과 경제인들이 머물고 있는 두 곳의 호텔을 겨냥해 박격포 공격을 했었다. 또 미군 병사 한 명도 바그다드에서의 저항세력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바그다드의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동상이 서있던 곳에는 반미 공격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인 알-사드르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를 목격한 미군은 서둘러 이 사진을 찢어내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AP 통신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새로운 적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후세인 대신 알-사드르라는 새 적이 출현한 것이다.
***알-사드르 단식투쟁 돌입**
이처럼 미국의 새 주적으로 떠오른 알-사드르는 9일 미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시민혁명"에 직면하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아파 이슬람 신도들의 최대 성지인 나자프의 한 사원에서 행한 설교에서 "나는 이번 설교를 나의 적인 조지 부시에게 보낸다"면서 "부시가 지금 전체 이라크 국민과 싸우고 있다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알-사드르는 이어 미군의 철수를 촉구하며 이날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이라크 민중에 대한 끝없는 저항의 메시지다.
사드르는 현재 수십명의 무장 경호원들과 함께 나자프의 한 사무실에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쿠바 등 이라크 북부에서도 충돌**
바그다드 서부에서도 무장세력이 미군 차량을 공격해 미군 1명과 이라크 운전사가 사망했다. 이에 대해 아랍 위성 방송인 알-자지라는 적어도 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군 차량이 공격당해 불타고 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바그다드와 팔루자를 잇는 고속도로에서는 10대 전사들까지 로켓추진수류탄과 총기류를 소지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라크 북부의 바쿠바와 무크다디야에서도 저항세력과 미군간 치열한 교전이 발생했다. 저항세력은 미군과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도 이라크인들 집회이후에 총격 사건이 발생해 적어도 이라크인 3명이 사망했다.
***미군 처음으로 알-사드르 본거지 남부 공격, 쿠트 탈환**
미군은 또 처음으로 반미 공격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무크타나 알-사드르 강경 시아파측이 장악하고 있는 남부 도시에서 공격에 나섰다.
탱크 등의 지원을 받으며 시아파 민병대인 알-마흐디군이 장악한 쿠트 재탈환 작전에 나선 1천여명의 미군은 경찰서와 정부청사 등을 탈환했다. 쿠트는 원래 우크라이나군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마흐디군의 공격을 받고 퇴각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미군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재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라크인 2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나자프와 카르발라 등지에서는 미군이 작전을 펼치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 이라크 시아파 종교행사인 알-아르바인을 맞이해 수백만명의 이라크 시아파인들이 모여 있다. 알-아르바인을 앞두고는 알-사드르는 9일 성명을 발표하고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시민 봉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따라 나자프는 여전히 저항세력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군에 대한 공격도 거세져, 외국인 납치도 잇따라**
한편 이제는 점차 미군 이외에도 연합군에 대한 공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라크 중부 나자프와 쿠파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스페인군과 엘살바도르군이 이날 박격포와 로켓포, 자동화기 등으로 무장한 시아파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았으며, 스페인군은 전날에도 쿠파에서 동쪽으로 50km 떨어진 디와니예 마을 인근에서 순찰도중 공격을 받아 3명이 부상당했다.
일본 자위대가 주둔중인 사마와에서도 네덜란드군이 8일 밤 무장세력과 교전을 벌였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자국군이 사용하는 현지 군정건물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시리야에서도 이탈리아군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이날에도 외국인 납치가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저항세력은 바그다드 서부 지역에서 미국인 2명과 이탈리아인 4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항세력은 자동차를 타고 가던 이탈리아인 4명과 또 다른 장소에서 붙잡은 미국인 2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기자는 이와 관련, “팔루자와 라마디 등 바그다드 서부 지역인 아부 그라이브 지역 사원에서 2명의 납치된 이탈리아 외국인을 봤다”며 “어깨에 부상을 당하고 울고 있었다”고 전했다.
인질로 잡힌 모습이 공개된 일본인들은 아직도 생사여부와 이후 상황이 알려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연합군에 대한 공격과 외국인 납치사건들이 잇따르자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이라크에서의 철군 논란과 함께 동맹관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의 탁신 치나왓 총리는 “이라크 주둔군이 인도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계속 현지에서 머물도록 할 생각”이지만 “만약 인도적 임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철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철군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과 일부 여론에서는 강하게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질 가족들이 자위대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고이즈미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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