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이 이라크 남부 지방의 2개 도시가 저항세력에 함락됐음을 공식 인정했다. 또 그동안 수니파와 시아파간 연합전선 구축을 부인해오던 미군측은 두 세력간 연대를 시인했다. 아울러 팔루자 봉쇄공격에 투입돼 있는 한 미군 장교가 “팔루자는 베트남의 후에 도시를 연상케 한다”고 인정할 정도로 미군이 느끼는 혼란과 공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4일이후 닷새동안 팔루자에서만 3백명, 이라크 전역에서 4백60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하고 미군도 4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미군장교 “팔루자, 베트남전 당시 ‘후에’ 같아”**
지난 5일(현지시간) 이후 미군은 바그다드 서부 수니트라이앵글지역인 팔루자에 대한 봉쇄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격렬한 저항으로 팔루자에는 거의 진입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이번 공격에 참여하고 있는 미 해병대 대대장을 맡고 있는 브레넌 바인 중령은 9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에서의 군사작전은 가장 어려운 전투”라며 “이곳 팔루자는 베트남전 당시 ‘후에’ 도시를 연상케 한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의 후에 도시는 지난 1968년 베트남전 당시 가장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진 곳으로, 미군들 사이에서는 '악몽의 도시'로 불리운다.
이번 전투에 투입된 해병들은 1년전 이라크전때 투입됐던 병사들로 이들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저항은 지난해 공화국수비대와 치룬 전투보다도 더 격렬하다”고 미군의 고전을 시인했다. 저항세력은 박격포와 로켓추진 수류탄을 이용하고 저격수들을 동원해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고 있는 미군들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임무는 잘 진행되고 있고 도시 안쪽으로 진격했으며 저항세력을 퇴각시키고 있다”며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전투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닷새동안에 가까스로 2km정도만 진격할 수 있었으며 이날 오후에는 더이상의 진격을 멈추고 병력 강화를 위해 대기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격렬한 전투로 인해 팔루자 지역에서는 민간인을 포함한 이라크인 사망자가 3백명에 이르고 부상자는 4백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8일에도 10명의 이라크 저항세력이 사망하고 미 해병대 1명이 새로 숨졌다.
***산체스 사령관, “시아-수니 연계”“나자프-쿠트 저항세력 수중에 떨어져”**
이같은 전황은 시아파와 맞붙고 있는 이라크 남부에서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았다.
현재 이라크 북부로까지 시아파 및 수니파의 무장봉기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 가운데 3곳을 접수했다고 선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라크 주둔 미군최고 사령관이 8일 공식적으로 2곳이 현재 저항세력 수중에 떨어졌음을 시인했다.
리카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라크 중부의 나자프와 쿠트는 연합군 통제하에 없다”고 함락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또 “알-사드르의 시아파 민병대 세력과 수니파 저항세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연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아-수니파간 연대전선의 실체를 인정했다. 그동안 미군은 이같은 연대전선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산체스 사령관은 미군이 이라크 남부로 내려가서 연합군과 공동작전을 벌일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AP통신, “쿠트∙쿠파∙나자프 저항세력 통제”**
현재 이라크 남부지역에서는 산체스 사령관이 시인한 수준을 넘어서 이미 쿠트와 쿠파, 나자프 중심부를 무장세력이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연합군이 위협감을 느낄 정도로 시아파 세력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한 예로 쿠트와 쿠파 지역의 경찰은 경찰서를 포기했으며 무장세력이 거리를 질주할 때 옆에 물러서있을 뿐이라고 AP 통신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나자프의 한 경찰관도 12명의 중무장 저항세력이 경찰서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데도 무방비로 지켜만 보고 있었으며, AP통신 기자에게 “봐라. 어떻게 우리가 이런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하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고 패퇴한 쿠트시에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준군사조직인 경찰과 민방위대가 미군과 대항해 싸우는 민병대에 가세하기까지 했다. 시아파 민병대인 메흐디군 소속의 한 무장세력 인사는 쿠트시내에 주둔중이던 연합군 소속 우크라이나군을 패배시킨 뒤 하루가 지난 이날 메흐디의 영향력이 이라크 민방위대와 경찰에까지 미칠 정도록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메흐디 지도자인 과격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사드르의 대변인인 사예드 모하메드 자우다는 "이라크 경찰과 민방위대 및 지역 부족들이 우리와 함께 연합군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10일 종교행사를 앞두고 최소한 3백만명에 이르는 시아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카르발라에서도 연합군이 크게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도 이미 8일부터 9일에 걸쳐 격렬한 전투가 이어져, 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카르발라와 나자프를 합쳐 두 곳에서만 벌써 15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곳을 담당하고 있는 폴란드군 검문소에서는 6명의 순례자가 사살되기도 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이날 미군과 알-마흐디군간에 사드르시티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미군은 공격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알-사드르 사무실을 공격해 이라크인 한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9일에는 바그다드의 연합군 사령부에 무장세력의 포격이 가해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이라크 전역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됨에 따라 사상자도 급증해, AP통신은 병원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팔루자에서만 3백여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했고 전국적으로는 4백6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측도 40명이 숨졌다.
***다국적군 분열 가속화**
이처럼 이라크 민중봉기가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자, 다국적군들도 빠르게 균열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이미 스페인군 철군 방침 발표에 이어 60명의 군인을 파견한 뉴질랜드가 오는 9월까지 자국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카자흐스탄도 8일 자국군 27명을 당초 예정됐던 파병기간이 지난 내달 말 이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받은 이라크 남부 쿠트 지역에서 철수해 다른 안전지대로 대피했고, 인도적 목적으로 4백43명의 군인을 파견한 태국도 주둔기지가 박격포탄 공격을 받자 9일 "상황이 악화될 경우 우리 임무를 다시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육상자위대가 있는 남부 사마와에도 8일밤 다섯발의 로켓트 공격이 재차 가해져, 일본야당의 철수주장이 거세다.
미국, 영국에 이어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한 폴란드의 레셱 밀러 총리는 최근 이라크에서 철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천명하면서도 미국의 증파 요청에 "더 이상의 군대를 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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