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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손녀 영입 노력했으니 '친일 정당'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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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손녀 영입 노력했으니 '친일 정당' 아니라고?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자유한국당 DNA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의원이자 그 당의 연구원장인 김세연이 언론에서 "김좌진 장군의 손녀가 되시는 김을동 전 의원님도 계시고"라면서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영입하려는 것을 근거로 자유한국당이 친일파 정당이라는 "프레임의 적절함"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할아버지가 항일 운동가이니 자동으로 그 자손도 항일 운동가라는 유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봉준(1854~1895)이나 유관순(1902~1920), 김구(1876~1949)나 김원봉(1898~1958)의 자손, 심지어 박정희(1917~1979)가 일본 황군으로 활약했던 만주에서 항일 유격대를 이끌었던 김일성(1912~1994)의 친인척이 입당해도 자유한국당의 DNA에 새겨진 '친일당'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좌진(1889~1930)과 윤봉길(1908~1932)이 독립 운동을 했지, 그 딸과 손녀가 독립 운동을 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해방된 새 조국에서 딸이나 손녀가 국회의원이나 독립기념관장이 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항일 무장 투쟁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적 살인과 고문이 일상이었던, 박정희의 70년대와 전두환(1931~생존)의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한 이들의 자식이 민주화된 세상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터무니 없듯, 일제에 저항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자식이 해방된 조국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의 현재와 미래가 희생될 것을 알면서도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선 혁명가와 운동가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조국의 해방과 민주화를 향한 자신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에서 자기 자식들이 호의호식하며 특혜를 누리길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죽는 것은 괜찮지만 내 가족이나 자식들은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가짐 정도로 이뤄질 조국의 광복과 민족의 해방이었다면, 일제가 강점한 식민지가 35년 동안 길게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발전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 자유한국당은 10월 31일 국회에서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을 가졌다. 윤봉길 의사 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과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전 육군 대장도 황교안 대표가 꼽은 영입 대상자로 유력시됐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다. 왼쪽부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나 원내대표, 황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회장, 이진숙 전 대전MBC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인도 뉴델리를 방문했을 때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을 찾은 적이 있다. 물레를 돌리며 평생 무소유로 일관한 간디(1869~1948)의 삶을 기리는 사진과 자료들이 가득했다. 동행한 인도 노조 간부에게 간디의 후손들은 어떻게 사느냐 물으니, 할아버지 덕에 다들 잘 먹고 잘산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1889~1964) 가문도 마찬가지다. 그의 딸과 손자가 수상을 했고, 지금은 증손자가 제1야당 지도자로 차기 수상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가문은 경제적으로 부자고 사회적으로는 최상층 계급에 속한다.

스물네 살의 젊디젊은 윤봉길은 조국의 광복과 민족의 해방을 향한 염원을 품고 항일 운동가가 되었고, 만리타향에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삶을 마다하지 않았다. 처형장에서 그가 원하던 세상은 분명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세상과는 달랐다.

자유한국당의 역사적 기원과 지도부의 면면, 정책과 행위들을 종합하면 이 당이 '친일파'의 정당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런 당에 들어가는 이를 친일파라 부르지 않는다면 누구를 친일파라 부를까.

노동 운동 경력을 팔아 자신의 입신양명을 노리는 노동 귀족(labour aristocracy)이 가장 많은 정당도 자유한국당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에 반대하고,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꼬면서 자본가 편을 드는 노동 귀족들이 득실거리는 정당을 노동자 정당이라 부를 수 없다.

김좌진과 윤봉길의 신념과 사상을 간직하고 실천하는 삶은 생물학적 DNA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DNA를 통해 이뤄진다. 할아버지가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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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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