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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병, 북부 아르빌.술레이마니아 중 1곳"

국방부 발표, 파병 실익 설명조차 못해. 쿠르드자치구 분쟁 휘말릴 우려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아르빌과 술레이마니아 가운데 한 곳으로 파병된다. 한-미 양국이 이같은 파병후보지역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해 파병지역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시된 이 파병지역 후보지들이 과연 정부가 그렇게도 고수해오고 있는 파병원칙 및 명분, 실익에 얼마나 부합한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라크전 당시에도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자치권을 누려온 이들 지역에 전후 복구와 관련해 얼마나 소요가 있을지도 의문이고 아울러 쿠르드족이 독립을 추구하려 하면 이 지역은 주변 아랍권 전체와 대립할 가능성이 높아 이 지역에 주둔하게 되는 한국군은 종족 분쟁의 한 가운데 놓일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한국군 이라크 북부 아르빌 및 술레이마니아 中 한곳 파병**

남대연 국방부 대변인은 2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합참과 미 중부 사령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지역으로 아르빌주 남부와 술레이마니아주 2개 지역중 한 곳을 선정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대연 대변인은 이같이 밝히고 이란과 맞대고 있는 "국경지역에는 이라크 국경수비대가 임무를 수행중이라 한국군 파병지역에서는 제외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빌쪽 국경지역에는 4백명, 술레이마니아 국경지역에는 약 6백명의 이라크 국경수비대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남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라크 국경수비대로부터 첩보가 접수되면 미군이 투입돼 작전을 벌일 것이며 미군이 투입되더라도 한국군이 맡고 있는 지역에는 들어오지 않아 한국군은 독자적인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 파병지역후보지가 발표됨에 따라 현재 이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 스트라이커 여단과 1사단 예하 병력은 한국군 철수에 맞춰 철수하게 된다. 또 이들 지역에의 보급선과 관련해서는 쿠웨이트로부터 이송되며 수송기 등을 통해 물자를 수송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조사단, 가급적 빠른 시일내" 4월 10일 전후일 듯**

현지조사단 파견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으나 남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긴밀한 협조하에 한국군의 현지조사 등을 거쳐 조속한 시일내에 최종 파병지역을 결정키로 했다"며 "4월 10일을 전후해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파견되는 현지조사단은 키르쿠크 당시와는 달리 2 지역을 조사해야 하는 것 등과 관련해 인원이 좀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파병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으로는 지형과 기후, 임무수행 가능성 등 8가지가 고려되고 있다고 남 대변인은 밝혔다.

한편 파병지역 후보지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은 실무차원에서 이라크 전역의 총 7곳에 대해 검토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남부 4곳의 후보지인 디카르, 카디시아, 나자프, 메이산 등은 연합군 지휘체계 등 복잡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제외돼 아르빌 남부, 술레이마니아 남부 및 아르빌 남부와 아타민 북부 사이 등 이라크 북부 3곳이 검토대상으로 올랐으며 이 가운데 아르빌 남부와 아타민 북부 사이 지역은 광범위하고 키르쿠크와 인접해 있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이날 아침 후보에서 배제하기로 한-미 양국 실무차원에서 합의를 봤다.

***파병후보지, 쿠르드족 자치지역**

새로이 파병후보지역으로 선정된 아르빌과 술레이마니아 지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미영 연합군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덕분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고도의 자치권을 누려온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또 '페슈메르가'(죽음 앞에서)라는 쿠르드민병대가 치안을 맡고 있고 후세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강하며 미국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와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미군은 이들 지역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이들 지역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이라 인구 대부분이 쿠르드족이고 이에 따라 이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정당도 인구가 약 86만명인 아르빌주에는 쿠르드족 민주당(KDP)이, 약 66만명 인구가 거주하는 술레이마니아주에는 쿠르드족 애국동맹(PUK) 등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치안은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 2월에는 이들 정당 당사에서 저항세력의 최악의 자살폭탄공격이 발생해 3백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언제나 저항세력의 공격 가능성은 상존해 있는 곳이다.

***한국, '쿠르드독립'으로 이라크내 종족 및 주변국 갈등 휘말릴 우려 **

이처럼 이들 지역은 앞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며 독립을 추구하려는 쿠르드족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지역이라 이번 파병지역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쿠르드족이 자치권 및 독립움직임과 관련해 이라크 여타 종족과 주변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파병 한국군은 그 분쟁의 한 가운데 휘말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쿠르드족은 이번에 제정된 이라크 임시헌법에서도 이와 관련해 이라크 영구헌법이 자신들의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고 자신들의 언어인 쿠르드어를 계속 공용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받기도 했다.

또 이들 쿠르드족은 장래의 자치권과 독립을 위해서 주요 산유 지역인 키르쿠크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른 이라크 아랍계와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아울러 이라크내 아랍계 이외에도 주변국인 터키와 이란, 시리아 등도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세기동안 '나라없는 세계 최대 민족'이었던 이들 쿠르드족이 독립을 하게 되면 자국내에 있는 쿠르드족이 동요해 중동 전체가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시리아에서는 쿠르드족 수십명이 정부 당국에 의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 한국군이 만일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주둔함으로써 쿠르드족에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면 한국군이 파병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 아랍권 친화 노력은 오히려 대 아랍권과의 갈등으로 바뀔 우려도 있으며 이에 따라 중동지역 석유를 주요 공급원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남대연 대변인은 "한국은 정치외교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것이며 내정 불간섭을 바탕으로 할 것"이며 "범정부 차원에서 대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파병 실익에 대한 비판 쏟아져, 국방부,"파병 실익 많이 있을 것"**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측은 '소수파인 쿠르드족에 파병함으로써 전체 이라크를 통해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독촉성' 질문에 대해서도 "재건지원을 위해 파병한다는 큰 목적에 따라 전체 이라크 재건과 동맹국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데 따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두리뭉술'한 답변만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다시 '동맹국 구성원이 되는 것 이외에 파병발표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파병효과에 대해서 이득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남 대변인은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며 "추가 파병효과가 많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답변에 머물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또 파병과 관련해 정부가 그동안 내세워왔던 경제적 기대 효과도 이미 상실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성 질문과 이미 나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와 정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밖에도 치안 요소가 그다지 시급하지 않은데 따라 기존에 발표된 장비들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들도 터져 나오기도 했다.

파병후보지역에 한-미 양국이 합의함으로써 이제 최종적으로 현지조사단을 파견해 파병지역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부는 파병 명분과 파병 실익을 제시하기 위해 너무나도 힘든 고민을 더욱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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