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가을이다. 산과 강마다 오색빛깔 단풍이 수 놓아지고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가을. 가족, 연인과 함께 떠나기 좋은 서울 근교에 위치한 남이섬은 섬 안에서 여행에 필요한 숙박과 식사, 공연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단풍 머금은 남이섬의 물안개는 남이섬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저녁이면 섬 곳곳을 한가로이 산책할 수 있는 것은 숙박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특혜. 사랑하는 사람과 거니는 산책로, 천혜의 자연경관이 함께하니 셔터를 누르는 손이 분주하다.
남이섬 단풍은 그 어느 곳보다 물드는 속도가 남다르다. 10월 중순 단풍나무가 먼저 물들기 시작해 은행나무로 금새 번지고, 말경이면 섬 전체가 짙은 노랑과 빨강으로 가득하다. 올해는 평균 기온이 상승한 탓에 예년보다 좀 더 천천히, 절정에 다다랐다.
남이섬 단풍여행의 핵심으로 송파은행나무길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드라마, 광고 촬영으로 유명세를 탄 만큼 노랗게 깔린 ‘옐로 카펫’은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송파은행나무길이 특별한 이유는 잎이 너무 빨리 져서 아쉬워 하는 관광객을 위해 여분의 잎을 마련해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공수해 온 은행잎은 짧아서 아쉬운 가을을 더 오랫동안 두눈에 담을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옆 ‘소나타까페’에서 먹는 ‘눈사람호떡’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길거리 음식으로, 줄서지 않고선 못 먹는 명물로 떠오른지 오래다.
섬 남서쪽 호텔정관루 별장촌을 따라 펼쳐진 ‘강변연인은행나무길’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석양이 은행나무로 쏟아지면 노란 햇살이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오후 4시경 노란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이곳을 찾은 연인들의 사랑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어서,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또 호텔정관루 후원에 이어진 ‘유영지(柳影池)’와 ‘청풍원(淸楓苑)’ 단풍은 숙박객에겐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정원’으로, 이른 아침 물안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또한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 ‘자작나무숲’은 반려견 놀이터 ‘투개더파크’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반려견과 함께 방문한 이들에게 숨은 보석과 같은 곳이다.
노랑과 빨강이 한데 모여 더 큰 빛을 발하는 곳도 있다. 단풍나무는 남이섬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백풍밀원(百楓密苑)’은 보기 드물게 단풍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백풍밀원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두 눈 가득 빨강과 노랑을 담을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남이풍원(南怡楓苑)’ 주변에도 단풍나무가 많고, 남이풍원과 메타세쿼이아길 사이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곳곳에 있어 ‘달그릇에 은행술 빚는 황금연못’과 어우러진 경치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남이섬의 가장 큰 장점은 가을 단풍철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접근성이다. 남이섬은 ITX-청춘 열차로 1시간(용산역~가평역 기준)이내 위치해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인사동, 남대문 · 명동에서 매일 운행하는 남이섬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인사동 출발은 오전 9시 30분 탑골공원 옆 관광버스 대기소이고, 남대문 출발은 오전 9시 30분 남대문시장 앞 숭례문광장 관광버스 정류장으로 오전 9시 45분 신세계 백화점 신관과 본관 사이 명동 정류장을 경유한다.
여행을 즐긴 후 다시 남이섬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후 4시 출입국관리사무소 뒤편 주차장이다.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성수기 주말에는 시간이 변동되니 홈페이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남이섬의 가을은 이미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맑고 고요한 아침 풍경을 가장 먼저 만끽할 수 있는 촬영 코스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에 남이섬은 누구보다 일찍 남이섬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한 이들에게 매 주말마다 오전 7시에 첫 배를 운항하는 ‘단풍선’을 제공한다. 오직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른 아침 남이섬에 도착해 짚와이어를 타고 들어온다면 또 다른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섬 끝자락 ‘천경원’의 단풍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단풍 명소다. 짚와이어 하차장에 위치한 노래박물관에 있는 ‘스윙까페’에는 드립커피 향이 연일 은은하게 퍼지며,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강변 단풍길’이 매력적인 곳이니 참고할 것.
단풍이 섬 곳곳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가을, 남이섬으로 떠나보자. 남이섬은 떨어진 낙엽을 치우지 않기에 오랫동안 두 눈에 가을을 담을 수 있다. 발목까지 푹 파묻히는 낙엽길은 올 가을 당신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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