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리처드 클라크 전 테러담당 보좌관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비판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동원 가능한 수단을 전부 이용해 클라크 전 보좌관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려 하고 있다.
클라크 전 보좌관이 ‘모든 적에 맞서(Against All Enemies)’라는 저서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이전, 이후 모두 이라크에 집착한 나머지 알-카에다 테러조직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의회증언을 통해서도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공격이전에 있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에 대한 경고를 ‘긴급사항’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백악관이 전부 나서서 클라크를 ‘위험한 긴급사항’으로 간주하고 나선 것이다.
***부시, “미리 알았다면 모든 수단 이용해 막았을 것”**
9.11 테러와 관련해 행정부를 변호하고, 클라크 공격 선봉에 나선 것은 물론 부시 대통령. AP 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클라크의 의회 청문회 증언 이후 “만일 적들이 미국을,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 항공기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의 ‘모든 수단, 모든 자산, 모든 권한’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실직노동자 재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연설 도중 이렇게 밝힌 부시 대통령은 “국토안보부 신설, 애국자법 제정, 군사적 선제공격 등 테러 공격이후에 행정부가 취했던 조치들로 인해 미국은 보다 안전해질 수 있었다”며 “우리는 미국을 보호하는 우리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미국은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9.11 테러를 극복했다”며 “우리는 살인자들과 암살자들이 우리 삶을 결정짓도록 만들지 않았다”며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라이스 안보보좌관, 위원회 만나 공박 예정. 대변인, “신뢰성 의문”**
백악관 참모들도 일제히 클라크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그의 능력, 책을 출판한 동기 등 모든 면에 대해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고 나섰다.
우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클라크 전 보좌관이 ‘대미테러공격에 대한 국가위원회’, 즉 9.11 테러조사위원회에서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는 증언을 하자 바로 청문회 위원들과 두 번째로 만나 공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도 사적으로 위원들과 4시간여 동안 만난 적이 있는 라이스 보좌관은 클라크 전 보좌관의 증언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서 발언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알베르토 곤잘레스 백악관 법률고문은 서신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히고 “위원회가 라이스 보좌관과의 사적인 만남을 통해서 부정확한 정보와 호도된 면을 바로잡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보좌관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물론 백악관에서의 그녀의 직책이 바로 클라크 전 보좌관이 제기하고 나선 안보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편 클라크 전 보좌관은 그의 책에서 “라이스 보좌관에게 알-카에다의 위협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이 테러 조직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표정을 지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백악관의 전방위 공세에는 물론 백악관의 스콧 맥클렐런 대변인도 나섰다. 멕클렐런 대변인은 25일 “클라크 전 보좌관은 가면 갈수록 신뢰성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 했다.
***백악관 참모들, 대거 방송 등 언론에 출연해 반박비판**
백악관은 또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클라크 전 보좌관의 주장을 공박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CBS 방송의 ‘60분’ 프로그램이 클라크와의 인터뷰를 방송한 21일 밤에는 클라크의 비판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라이스 보좌관도 22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반박문을 기고하고 이날 아침에는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클라크 책의 내용은 그가 말해오던 것과는 180도 다른 것”이라며 클라크 전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던 입장에서 비판하는 입장으로 선회한 데 해대 비난하기도 했다.
제임스 윌킨슨 백악관 통신분야 국가안보보좌관도 CNN, MSNBC, 폭스 뉴스 등 여러 방송사에 출연해 “클라크의 책은 서점의 공상소설란에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백악관, 클라크 실명 밝혀가며 예전 브리핑 자료 공개 **
백악관은 또 클라크가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정책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던 클라크의 언론 브리핑 텍스트를 폭스뉴스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WP는 이에 대해 “브리핑 자료를 공개할 때 백악관은 보통 ‘백악관 관리’ 내지는 ‘행정부 고위 관리’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번에는 백악관은 폭스뉴스가 텍스트를 방송하며 클라크 이름을 밝히도록 허용했다”는데 대해 놀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브리핑에서 클라크 전 보좌관은 “9.11 테러 이전에 부시 참모들은 알-카에다의 신속한 제거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고 강조해 책이나 위원회에서 밝혔던 내용과는 다른 주장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주장의 차이에 대해 클라크는 25일 위원회에서 “당시 행정부 관리로서 긍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췄고 정부의 잘못은 생략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WP에 따르면 백악관은 또 “클라크가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되길 바랬지만 거부되자 화가났었다”고 까지 밝히기도 했다.
***WP, “백악관, 클라크와 전쟁 나서”-“워터게이트때 정부태도와 유사”**
이러한 백악관의 총공세에 대해 WP는 26일 “백악관이 클라크와의 전쟁에 나섰다”는 제하의 분석기사를 통해 “부시 행정부 참모들은 많은 국민이 클라크의 책을 읽기 전에 클라크에 게 선제공격을 하는 전략과 함께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박하는 전략 등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WP는 “보통 비판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던 백악관이 이러한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며 “이는 클라크 전 보좌관이 일반 사람들에게 신뢰성 있는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 따른 백악관의 계산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대학(AU)에서 의회 및 대통령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터버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클라크 전 보좌관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악관이 그렇게 강하게 공격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그들이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버 소장은 또 “현재 백악관이 클라크 주장에 대해 논박하고 있는 구조를 보면 베트남전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봤던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테러와의 전쟁’ 성과 내세우는 부시, 재선가도에 정치적 타격”**
한편 클라크 전 보좌관의 주장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을 백악관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테러와의 전쟁의 수행 결과를 내세워 재선전략을 짜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클라크의 주장은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25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전략은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승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 위협을 무시했다는 클라크의 비판을 잠재울 필요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LA 타임스도 25일 ‘지도력에 대한 비판으로 부시 대통령의 최대 자산이 시험대에 올랐다’라는 제하의 분석기사를 통해 “클라크 전 보좌관의 비판으로 부시 대통령의 주요 강점인 대테러전쟁에 대한 기록이 약화될 수도 있으며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5일 "클라크 전 보좌관의 비판이 부동층에 영향을 미쳐 부시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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